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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은 사기다> 겉표지
ⓒ 김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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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발발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사선으로 끌려갔다. 들쥐가 들끓는 참호 속에서 굶주리기도, 포탄과 파편을 피해 가며 뜬눈으로 무서움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옆에서는 죽어가는 이들이 내뱉는 신음소리와 비명이 들렸다. 매일 새로운 묘비가 세워지는 것을 목격했다. 육신이 부서지고 정신이 산산조각 났다. 사랑이 깨지고 가족이 파괴됐다.

남은 가족들은 밤새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병사의 아버지, 어머니, 아내, 형제, 자매, 아들, 딸, 모두가 그랬다. 그가 한쪽 눈이나 한쪽 다리를 잃고 돌아왔을 때, 그를 맞이하는 가족들은 똑같은 혹은 그보다 더한 고통을 느꼈다.

거기다가 전쟁이 끝나면서 경제는 더욱 불안해졌다. 경기가 침체되어 온갖 고난을 겪었으며, 가혹한 세금의 고통이 뒤따랐다.

제1차 세계대전에 가족을 보낸 미국인들이 겪었던 실상이다.

그런데 반대편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 전쟁 때문에 희생된 '다수'는 피와 땀을 흘렸고,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소수'는 큰돈을 거머쥐었다. 무슨 밑도 끝도 없는 소리냐고? 내 추정이 아니다. 실제로 전투를 120회나 겪은 미국의 전쟁영웅이 한 말이다.

스메들리 버틀러는 쿠바, 필리핀, 중국, 중남미 등지에서 많은 전공을 세웠고 미 해병대 최고의 훈장인 브레빗 훈장을 받았다. 또한 미국 최고의 훈장인 의회 명예 훈장을 두 번이나 받은 유일한 군인이다. 최연소로 당시 미 해병대 최고 계급인 소장까지 올랐다.

그렇게 전쟁영웅으로 추앙받던 그가 돌연 반전 평화주의 연설가로 변신했다. 1935년에 자신의 연설을 보강해 <전쟁은 사기다>라는 책도 펴냈다. 속내가 궁금해진다. 이 책에서 그는 전쟁을 딱 두 마디로 설명했다.

"전쟁은 사기다. 언제나 그랬다."

엉클 샘은 돈도 많고 자비롭다, '그들'에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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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차 세계대전 참전 지원병 모집을 위한 미국 육군의 모병 포스터. '엉클 샘'이 근엄하고 강렬한 표정과 손짓으로 자원입대를 독려하고 있다.
ⓒ James Montgomery Fla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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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을 엉클 샘이라고 칭하자. 엉클 샘은 미국을 의인화한 캐릭터다. 제1차 세계대전 참전 지원병 모집을 위한 포스터에 나오는 엉클 샘은 우리에게도 꽤 친숙하다. 그런데 이 아저씨 근엄한 모습과는 다르게, 알고 보니 좀 표리부동하다.

책에서도 줄곧 당시 미국을 엉클 샘으로 불렀다. 참 적절하다. 포스터를 그린 이는 그런 뜻이 아니었겠지만,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이 단호한 삿대질이 다르게 해석된다. '우리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자'며 '너도 동참해라'고 말하는 것 같았던 엉클 샘이, 이제는 '너희가 희생을 좀 해야겠다'라고 소리치는 것 같다. 아, 물론 저 포스터가 부유층 거주지역이나 국회에 붙지는 않았겠지.

통계학자와 경제학자 그리고 관련 연구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엉클 샘이 전쟁에 들인 돈은 총 520억 달러였다. 하지만 그중 실제로 전쟁 자체에 쓰인 돈은 390억 달러였고, 이 지출에서 발생한 업체들의 이득은 160억 달러였다. 이것이 바로 새로 생겨난 2만 1000명의 백만장자와 억만장자가 위의 방식으로 챙긴 이득이다.(93쪽)

160억 달러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액수다. 지금으로 환산하면 더욱 어마어마한 금액일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소수'들이 얼마나 어떻게 돈을 챙겼는지 살펴보자. 우선 세계대전 발발 직전과 직후에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어떻게 변화했나를 보자.

화약 제조업체의 영업이익은 600만 달러에서 5,800만 달러로 9.5배가 증가했다. 철강회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도 600만 달러에서 4,900만 달러가 됐다. 한 니켈 채굴업체의 영업이익은 400만 달러에서 7,300만 달러로 17배가 뛰었다. 이밖에도 여러 업체들이 전시의 '애국적인' 기업운영으로 큰 수익을 봤다.

국민의 대다수가 신음하는 동안 기업들은 열심히 호주머니를 불렸다. 동시대의 같은 땅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었을까.

기업들의 '애국적인' 기발한 아이디어

살펴보면 참 기가 막히다. 지금도 그렇지만 방위산업은 말 그대로 노다지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군납업체들이 사고를 치고 걸린 적이 몇 번 있다. 피해자는 죄 없는 사병들과 세금을 내는 국민들이었다. 어떤 것이든 기밀이라는 감투를 쓰고 폐쇄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면 필연적으로 비효율을 가져온다. 그리고 관계자들에게는 달콤한 보상이 뒤따르겠지.

미국의 신발 제조업체들은 엉클 샘에게 군화를 3,500만 켤레 팔았다. 하지만 당시 미국 군인은 400만 명에 불과했다. 결국 전쟁이 끝나자 군화 2,400만 켤레는 고스란히 남았다. 물론 그 군화들을 구입한 세금은 업체들이 이미 챙긴 후였다.

피혁 업체도 마찬가지다. 말안장을 수십만 개나 엉클 샘에게 팔아치웠다. 하지만 해외로 파견된 미국 기병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엉클 샘이 말안장을 구입한 이유는 간단하다. 누군가는 피혁은 소진해야 했고, 누군가는 거기서 이득을 거두어야 했다.

어느 애국 기업은 엉클 샘에게 48인치 렌치를 144개 팔았다. 품질은 매우 훌륭했다고 한다. 다만 문제는 그 렌치로 돌릴 만큼 커다란 크기로 만들어진 너트가 지금까지 딱 한 개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전쟁 사기'를 막는 방법은...

노암 촘스키 교수는 지적했다. '전쟁이란 국민을 속여 대기업을 배불리는 수단이다'라고. 이득을 본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제공한 이도 존재한다. 누가 이 막대한 전쟁 이득을 제공할까? 바로 국민이다. 무엇으로? 세금으로!

그러나 역시 가장 큰 피해자는 전투를 수행한 이들이다. 평범한 젊은이들이 학교에서, 사무실에서, 공장에서 차출되어 나와 군대로 향했다. 그렇게 떠난 멀쩡한 이들이 부상자로, 사망자로 돌아왔다. 자신을 바쳐 전쟁 이득을 제공했다. 죽이고, 죽이고, 또 죽여야 했고, 그리고 죽어야 했다. 더욱 억울한 사실은 자신이 무엇 때문에 그래야 하는지 정확히 알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전쟁 사기'를 없애기 위한 조건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전쟁에서 이득을 보는 사람이 없게 해야 한다.
둘째, 무장을 할 이 땅의 젊은이들이 참전 여부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우리의 군사력을 자국 방어용으로만 제한해야 한다.(116쪽)

첫째 조건을 좀 구체적으로 풀자면, 국가가 전국의 젊은이들을 징병하기 한 달 전에 자본과 기업을 먼저 징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나라 모든 사람들의 수입이 참호 속의 군인에게 지급되는 월급보다 많지 않게 제한하자고 했다. 제계의 모든 총수와 수장, 그리고 모든 의원과 주지사와 시장도 월급 30달러(당시 미국 사병의 월급)의 절반을 가족에게 주고 전쟁 보험료를 내고 자유 공채를 사게 하라고 말이다.

생각해보면 타당하다. 아니, 오히려 관대한 처분이다. 그들은 최소한 죽임을 당할 위험도, 육신이 부서질 위험도, 정신이 파괴될 위험도, 진흙투성이 참호 속에서 굶주리며 잠을 청해야 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지금 이 땅에 전쟁을 교묘하게 조장하는 세력들, (평화적인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피와 땀으로만 영토를 지키자고 부르짖는 이들이 있다. 그 '피와 땀'이 본인의 것을 지칭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지금 이등병 월급이 97,800원 정도 한다는 데, 어떻게 좀 괜찮으신지?

덧붙이는 글 | <전쟁은 사기다>, 스메들리 버틀러 지음, 권민 옮김, 공존 펴냄, 2013.06,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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