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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식당 메뉴판에 형용사가 많은 까닭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84226.html

 

달콤한 과자의 대명사인 마카롱. 페르시아의 과자 라우지나즈가 기원이 됐으며, 이탈리아 파스타의 일종인 마카로니와도 역사적 연관성이 있다. 어크로스 제공

 

 

 

‘맛있는’ ‘신선한’ 따위 과잉언급
‘지위 불안’의 지위 드러내
음식의 언어 연구하는 ‘먹기어원학’
문화 충돌 들여다보는 창문이자 힌트

 

 

 

음식의 언어
댄 주래프스키 지음, 김병화 옮김/어크로스·1만7000원

 

탐식의 시대
레이철 로던 지음, 조윤정 옮김/다른세상·2만4000원

 

맥도날드 따위의 미국산 패스트푸드에 널리 쓰이는 케첩은 원래 중국 음식이다. 베트남의 전통 소스인 느억맘과도 친척 관계다. 중국 푸젠성의 생선 젓갈이 해상 무역을 통해 전세계로 퍼져나가는 과정에 서양인들의 취향에 맞게 변신을 거듭한 결과물이다. 영국의 국민 음식인 피시앤드칩스의 기원을 찾아가다 보면 페르시아 군주들이 좋아하던 ‘시크바즈’라는 음식과 만난다. 원래 진한 쇠고기 스튜에 식초를 넣은 음식이 지중해 연안을 중심으로 점차 생선 요리로 변화해 유럽으로 전파된 것이다. 스페인 음식인 에스카베체, 페루의 국민 음식인 세비체 등도 이 계보에 포함된다.

 

음식은 인간 생활문화의 정수라 할 수 있으니, 어떤 사소한 음식이라도 인류 문명의 한 조각을 품고 있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음식의 언어>를 펴낸 미국 스탠퍼드대의 언어학 교수 댄 주래프스키는 언어를 통해 음식을 탐구하는 작업을 계속해온 괴짜 학자다. 같은 이름의 교양 강의와 블로그가 이미 많은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지은이는 어원 연구, 컴퓨터를 동원한 자료 분석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음식의 모든 것을 탐구한다. 스스로는 이를 ‘먹기어원학’(EATymology)이라고도 부른다. “음식의 언어는 여러 문화들의 ‘사이’를, 고대에 일어난 문명의 충돌과 현대의 문화 충돌을 들여다보는 창문이며, 인간의 인지, 사회, 진화를 알게 해주는 은밀한 힌트”다.

 

흔히 중국은 명나라 시대 때부터 경제적으로 뒤처져 서구에 견줘 낮은 생활수준에 머물렀다는 인식을 갖곤 한다. 그러나 18세기가 한참 지나도록 중국에서 만든 케첩의 생산과 교역이 방대하게 이뤄졌다는 사실은 그런 인식을 뒤바꿔놓는다. 산업혁명 이전까지 중국은 세계경제를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은이는 “케첩의 역사는 새로운 통찰력을 토대로 세계경제사를 보게 해준다”고 말한다.

 

음식에 대한 지은이의 통찰은 전방위로 발휘된다. 미국의 일곱 군데 도시에 있는 레스토랑들의 메뉴를 분석해 다양한 결과들을 내놓은 것은 창의적인 작업 방식을 보여준다.

“중간 가격대의 레스토랑일수록 메뉴에 ‘맛있는’, ‘신선한’ 따위의 형용사를 많이 쓴다”고 하는데, 이런 과잉언급에서는 중간 가격대의 레스토랑이 가진 ‘지위 불안’의 지위를 읽어낼 수 있다. 수많은 포테이토칩 포장지들을 분석해보면, 비싼 칩일수록 ‘다른 제품들과 다르다’ 식의 홍보 문구가, 값싼 칩일수록 전통과 지역, 역사 등을 호소하는 홍보 문구가 많이 쓰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메뉴 보기로부터 생선 코스, 펀치와 건배, 육류 로스트, 디저트 등 식사의 순서에 따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구성도 재밌다. 지은이는 “모든 언어와 문화는 깊은 공통성을, 우리를 인간이 되게 해주는 사회적·인지적 특징을 공유한다. 차이에 대한 존중, 공유된 인간성에 대한 신뢰 등이 음식의 언어가 주는 교훈”이라고 말한다.

 

요리 역사가인 레이철 로던이 쓴 <탐식의 시대>는 좀더 정통적인 접근법으로 승부하는, 그야말로 ‘요리의 세계사’다. 지은이는 음식 자체보다도 요리 방법에 집중하여, 요리가 지구상의 넓은 지역에 어떻게 전파되었고 각 요리가 세계 요리 유산에 어떤 공헌을 했는지 꼼꼼하게 살펴본다. 음식이 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먹었던 인류는 점차 중량 대비 영양소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곡물에 의존하기 시작했고, 곡물 요리는 다양한 요리법이 발전하는 기틀이 됐을 뿐 아니라 권력과 제국의 탄생까지 가능하게 했다. 19세기 중후반은 요리 역사의 격변기로 꼽을 수 있는데, 산업적 주방에서의 식품 가공과 가정·레스토랑·기관의 주방에서 이뤄지는 식사 준비가 분리된 것은 가장 큰 혁명이었다. 이에 따라 이전까지 확고하게 나눠져 있던 고급 요리와 저급 요리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은이는 요리에 농경적·가정적·국민적인 정서를 덧칠하려는 최근의 시도들을 경계한다. 흔히 생각하듯 “자연적이며, 가공이 덜 되고, 가정에서 요리되며, 보다 지역적인” 음식만을 더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런 생각은 요리가 진화되어온 전체 역사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세계를 먹여 살리는 것은 단순히 충분한 칼로리를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중급 요리와 관련된 선택과 책임, 품위, 즐거움을 확대하는 일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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