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실
이 책은?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장영실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조선시대 노비로 태어났지만 신분의 차별을 극복하고 측우기 등 과학의 발달에 이바지한 인물, 장영실에 대한 모든 이야기가 들어 있다. 책의 부제로 <조선 최고의 과학자>라는 부제가 그것을 말해준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에는 장영실의 탄생부터 그가 세종시대에 제작에 힘을 쏟은 여러 과학기구의 개발과정과 그 기구들의 모습을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장영실이 이루어 놓은 결실 등
이 책에서 장영실의 과학기구 발명과정과 그 기구들의 모습들을 잘 기록해 놓은 것은 이 책의 가치라 할 수 있다. 또한 적절한 사진을 첨부해 놓아 그러한 기구들을 생생하게 볼 수 있도록 해 놓은 것도 마찬가지다.
아쉬운 점, 몇 가지
내용은 좋은데, 담아 놓은 그릇에 흠이 보인다.
이 책의 저자는 누구인가? 책에 의하면 이 책의 저자는 ‘조선사역사연구소’으로 되어있다.
그러니 단체다.
그 단체의 이름으로 책을 썼다할지라도 분명 어떤 사람이 글을 썼을 것인데, 그 글을 그 단체의 그 누구도 읽어보지 않은 모양이다. 아니 다른 사람은 물론이고, 쓴 사람 본인도 쓰고나서 퇴고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모양이다. 글의 문장이 제대로 된 것을 찾는 쪽이 훨씬 빠를 것 같다. 지금이라도 이 책은 문장을 검토하고 수정해야 할 것이다.
몇 가지만 살펴본다.
69쪽에 오언율시를 한 수 인용하고 있는데, ‘오언율시’라는 단어가 같은 페이지에 ‘오언율시’, ‘오열율시’, ‘오연율시’로 각각 표기되어 있다.
< 장영실의 출생연도를 1390년이라고 암묵적으로 표기하고 있다.>(102쪽)
“암묵적으로 표기”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가?
또한 글을 읽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말 같지 않은 문장들이 등장한다.
<이 흥미로운 내용이 사실이라며, 좀 더 구체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 알아보면 좋을 것 같다. 물론 다음 기회에 말이다. 어찌됐든 간에 필자가 말하고 싶은 바는, 단언컨대 충녕이 양녕보다 뛰어났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71쪽)
<그렇다고 해서 세종이 무턱대고, 아무 계산없이 이를 시행한 것은 아니다. 무슨 말이냐고? 이어지는 내용을 읽어보면 안다. 그렇다면 세종시대의 노비정책은 어땠는지 알아보자.>(132쪽)
“무슨 말이냐고? 이어지는 내용을 읽어보면 안다.”니?
정말 무슨 글을 이렇게 쓰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여러 대신들의 동의하에 세종대왕은 자격루는 조선의 표준시계로 확정한다.>(163쪽)
이 경우는 애교로 넘어가기로 하자. 조사 ‘는’은 ‘를’의 오타라고 해두자.
<당시 조선 제련기술은 상당한 수준에 이른 상태였는데 아마도 장영실은 이를 잘 활용했다고 한다.>(188쪽)
‘아마도’라는 말이 앞에 나왔으면 뒤에 ‘잘 활용했다고 한다’가 올 것이 아니라, ‘잘 활용했을지도 모른다’가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
<비대해질 대로 거구가 된 세종의 무게감을 견지지 못하고...> (292쪽)
이런 경우 글을 쓰고 나서 한번 소리내 읽어보면 무엇이 잘 못 되었는지 알 수 있을텐데, 그렇지 않은 것, 아쉽다.
사라진 조선 최고의 과학자
세종의 총애를 받으면서 과학기구의 개발에 힘쓰던 장영실이 갑자기 사라진다. 세종이 온천에 행차할 때에 쓸 가마를 장영실이 만들었는데, 그 가마가 행차 도중에 부셔져 땅에 떨어져버린 것이다. 그 사건으로 장영실은 벌을 받고, 그 후로 역사의 기록에서 사라지게 된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사실을 기록해 놓은 다음에, 음모론에 근거한 한 가지 사실을 덧붙인다. 세종과 조순생이 협력하여 장영실을 빼돌린 후 보호했다는 것. (268쪽)
그러면서 음모론에 대한 근거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269쪽)
그런 다음에 이 책은 그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세종대왕의 비만으로 인한 질병 이야기만 하다가 끝을 내고 만다.
정작 음모론과 그 음모론이 근거가 없다는 것에 대하여 독자들에게 더 자세하게 알려주어야 할 것을 잊어버린 듯하다.
다시 이 책은?
무엇보다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바람에 책의 내용이 부실한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 안타깝다. 그래서 장영실이라는 인물을 제대로 그리지 못하고 만 것 역시 안타깝다. 독자들에게 책을 선보일 때는 여러 사람이 살펴보고 사소한 흠조차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인데도, 이 책은 어떤 사람 혼자서 장구치고 북치고 한 것 같아, 책이 부실해진 것 같아 더더욱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