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클래시컬한 감성 솔솔 풍기는, 오래 전 '베스트셀러 극장' 혹은 'TV문학관' 분위기의 제목을 가진 이 소설의 정체가 무언지 오래도록 궁금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제야 읽어 보았다.
밀레니엄 이후로는 그래도 한국 사회의 의식이 많이 변해 그런 분위기가 많이 지향됐지만, 그 이전엔 한국식 외모 비하의 폐해가 극에 달했다고도 볼 수 있다. 비교적 비만한 상태로 학창시절을 보냈던 나 역시 오래도록 그 피해자였고.
그 암흑의 시절, 지나가는 누구라도 한 번 뒤돌아볼 만큼 못 생긴 한 여자가 있다. 어디가나 얼굴 때문에 사람 대접을 못 받고 스스로도 위축된 삶을 살아오던 그녀를 몰래 지켜보는 한 남자가 있다. 잘 생긴 외모로 가정을 버린 아버지를 오래도록 원망해 왔지만 결국 그를 닮아 잘 생겨버린 남자.
이 어둡고 거친 세상의 초입에 선, 더이상 나아갈 방향을 몰라 각자의 경로에서 방황하고 우울해하던 청춘의 두 남녀는 그렇게 우연히 만났고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런저런 엇갈림 속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다.
응답 없는 전화기를 놓지 못한 채 서 있던 공중전화 부스. 차마 속마음을 내놓지 못해 어긋나버리는 시간들. 용기를 내 써 내려간 장문의 손편지, 먼 훗날 듣게 된 그녀의 소식 그리고 재회……
이런 류의 연애 소설을 참 오랜만에 읽으니 머리가 몽글몽글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