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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가봤어

[도서] 아빠도 가봤어

배유정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아빠였던 적 없는 아빠가 태어난 적 없는 딸의 이름으로 낸 시집을, 또한 아빠였던 적 없는 아빠가 읽는다. 저자는 많은 난임 부부, 죄인 아닌 죄인들께 의미 없는 응원을 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서문에서 밝혔지만, 이 책을 읽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

 

같은 난임 부부라 해도 저자의 사연과 같지는 않다. 자연스럽게 아이가 생기지 않았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포기하게 됐다. 시술을 시도하지 않은 이유는 아이를 간절히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다른 사례들을 봤을 때 아내가 너무 힘들 것 같았다. 물론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축복처럼 자녀를 만난 부부를 보면 부럽기도 하고 고민도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태어나기도 전부터 엄마를 힘들 게 하는 아이가 미울 것 같았다.

 

아이가 몇 살이냐고 묻는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 아직... 없어요.”라고 답하면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 죄송합니다.’ 아니면 요새 애 없는 부부가 얼마나 많은데, 애 키우기 너무 힘든 세상이니 오히려 좋은 점도 많겠어요. 육아로부터 자유로우니 부러워요.’ 그 입 다물라. 직장인이 백수 친구에게 돈 버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는 둥 넌 시간이 많아서 좋겠다는 둥 지껄이는 꼴이라니. 하여튼 아이 없는 삶도 녹록치 않다. 다들 아이 때문에 힘들다는데 우리 부부는 아이가 없어서 힘들다. 아니 힘들어서 아이가 없는 것인가? 다들 육아가 어렵다지만 요새 워낙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여서 그런지 직장에서 워킹맘파더에 대한 배려가 많이 늘었다. 그들은 그조차도 부족하겠지만 우리 부부에겐 그조차도 부럽다. 아이 있는 부부에 대한 배려는 조금이라도 있지만, 아이 없는 부부에 대한 배려는 아예 없다.

 

넌 키울 애가 없잖아. (일할) 시간 많잖아.’ 맞는 말이다. 그래서 이 일만 끝나면’, ‘올해만 지나면그렇게 12년이 지났다. 화제가 육아와 자녀교육 뿐인 또래 친구들의 대화에 낄 수 없어서 우리 부부는 의도하지 않게 은따가 되었고, 그렇게 우리 주변에는 의도하지 않게 딩크족들만 남았다. 애써 외면하며 아내와 일만 사랑했는데 그러다보니 없다. 부러움의 대상이 되길 포기한지 오래, 그저 위로받고 싶었는데 가진 자들의 위로는 위로가 안 되고 위로할 자격도 없다.

 

쓰다 보니 독후감이 아니라 지질하게 푸념을 늘어놓고 있다. 그렇게 마음 속 시림(고통은 아니다. 그저 시리다. 그 표현 외에 적당한 단어를 찾지 못하겠다.)을 간직하던 중에 이 책을 만났다. 아직 만나지 못한 딸에게 쓰는 편지라니. 그만큼 간절하셨구나? 난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내가 무심한 아빠라서 오지 않은 걸까? 그렇게 말하면 이 분은 뭐가 되나? 이건 명백한 실수다. 이 말은 취소. 집중할 필요가 없었다. 의식의 흐름대로 읽었는데 몇 번을 울컥했는지 모른다. 나에게도 자녀가 있었다면, 아니 없는 자녀에게라도 해주고픈 얘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독후감에 인용하고픈 저자의 시가 꽤 많지만 그것은 예의가 아닌 듯 하여 아무도 관심 없을 사적인 내 얘기만 주저리 늘어놓았다.

 

그럴 의도가 아님을 알지만 유정이 아빠께 감사해요. 그리고 저는 위로 받았는데 위로해 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저는 지금 세상이 아닌 다음 세상을 기다리는 사람이에요. 꿈이 아니라 진짜 실존하는 다음 세상이요. 이 곳 아닌 그 곳에서 첫 만남을 기다립니다. 제 아내를 닮았다면 분명 예쁘고 총명할 테니 바로 알아볼 겁니다. 그러니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에요. 실례가 아니라면, 그 때 어딘가에서 유정이 가족 셋, 저희 가족 셋 이렇게 두 가족 여섯(동생이 있다면 일곱, 여덟...)이서 한 번 모이는 건 어떠신지요? 다른 사람에게는 하지 못한 아껴둔 얘기가 많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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