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겨울에게 여름이 봄에게
철원의 겨울은 무서웠다 그 겨울보다 무서운 것은 감기였고 감기 기운이 침투할 때면 얼마 전 박이병이 공중전화 부스를 붙잡고 흘렸다는 눈물보다 더 말간 콧물이 흘렀다
누가 감기에 걸리면 감기 환자를 제외한 소대원 전체가 평생 가본 적도 없는 원산에 탄두 같은 머리를 폭격해야 했다
애써 감기를 숨기고 보초라도 나가면 빙점을 넘긴 콧물이 굳어져 코피로 변해 흘렀다 부대 앞 다방 아가씨를 본 것도 아닌데 어린 피가 흰 눈 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