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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http://m.ch.yes24.com/Article/View/38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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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휴학생인 ‘나’는 어느 날 “어차피 넌 할 일도 없잖아”(10쪽) 라는 말과 함께 할머니 댁에서 할머니를 돌봐드리라는 엄마의 전화를 받는다. 교육을 받지 못해 서러웠던 할머니에게 고학력자이자 대학교 교수인 딸은 늘 자랑이고 자부심이었지만, 학사경고를 받고 방황하는 주인공에게 엄마는 늘 비정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대상이다. 할머니 곁에 머무르는 동안 주인공은 ‘할머니-엄마-나’로 이어지는 3대의 시간에 걸쳐 한국 현대사를 잇대어 보고, 삶이 통째로 바뀌는 사건을 통해 엄마와 할머니를 어렴풋이 이해하게 된다.


신샛별 평론가는 “엄마에게. 이 네 글자를 적은 뒤 다음에 쓸 말을 고르느라 머뭇거려본 이들을 위한 소설”이라는 말로  『친애하고, 친애하는』 을 설명했다. 자기 딸은 자기처럼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마음과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는 다짐과 엄마처럼 살아야 한다는 부담을 동시에 진 딸의 마음은 두 번씩 곱씹은 ‘친애’라는 단어로 귀결된다.


백수린 작가는  『친애하고, 친애하는』 이 3대에 걸친 엄마와 딸의 이야기로만 읽히기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썼다. “삶과 죽음, 상처와 용서, 궁극적으로는 다정하고 연약한 인간들을 끝내 살게 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147쪽)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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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모녀 관계


현대문학 핀 시리즈로 책이 나왔어요.

 

시리즈에 참여한 작가 중 장편을 안 쓴 사람은 저밖에 없었어요. 계속 원고지 100매 정도의 단편을 써 왔는데, 이번 소설은 제가 써오던 것의 3배 정도 되는 분량이었어요. 어떻게 서사를 짜야 할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해 다른 작가들에게 누가 되면 안 된다는 부담이나 마감에 대한 압박도 많았지만, 같이 할 수 있어서 영광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허은경 작가의 그림이 표지에 들어가 있어요. 미메시스의 테이크아웃 시리즈도 그렇고, 요즘 소설과 아트워크를 같이 하려는 트렌드가 생긴 것 같아요.


비슷한 시기에 기획했다고 알고 있어요. 아무래도 출판계가 불황이다 보니까 출판사에서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 다른 틀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단편을 쓸 때와 차이점이 있었다면요?


단편은 압축미와 상징미로 결정되는 장르다 보니 많은 것을 절제하고 특정한 장면을 통해 보여준다는 기쁨과 압축하고 덜어내야 한다는 힘듦이 동시에 있었어요. 장편은 분량이 더 많고 인물도 여럿 등장시킬 수 있어서 큰 장면을 연결하는 작은 장면들이나 대사로 서사를 만드는 즐거움이 배가 되더라고요. 어떤 인물이 움직일 여지, 바라볼 여지도 많아지는 부분이 숨 쉬는 구멍이 되었어요.


할머니와 엄마, 엄마에서 딸의 고리로 이어지는 3대의 이야기예요. 엄마-딸을 넘어 3대의 이야기를 그려야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모녀 관계가 시대나 국가를 떠나서 반복적으로 계속 일어나는 일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여성들 사이의 이 불화와 불통이 어떻게 보면 급변하는 한국사 속에서 여성의 지위라든지 교육 수준에 따라 나타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것들을 보여주려면 단순히 엄마와 딸이 아니라 할머니까지 3대를 보여주는 게 이야기가 확장될 여지를 남길 것 같아요.

 

작가님의 작품뿐만 아니라, 엄마와의 관계를 다룬 책이 많이 나오는 추세예요.


엄마와 딸의 관계에 오랫동안 관심이 있었어요. 다른 작품을 읽을 때도 둘의 관계를 관심 있게 보고는 했어요. 하지만 늘 머뭇거리던 주제기도 했어요. 엄마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게 쉽지 않고, 자칫 너무 신파조로 다가갈 위험도 있고요. 기존에 쓰지 않았던 분량을 써야 한다는 부담 앞에서 그냥 제가 제일 관심이 있었던 것, 잘 아는 것부터 써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등단작에서도 엄마-딸의 관계가 조금 나타나요.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숙제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거짓말 연습」에서는 엄마와 딸 관계가 주요한 주제는 아니었어요. 한동안 엄마 얘기를 많이 쓰진 않았는데, 두 번째 소설집 내고 나서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 이후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친애하고, 친애하는』 에 실제 어머니나 할머니에 대한 기억도 녹아 있나요?


할머니 집을 묘사하는 부분 같은 건 다 픽션이에요. 모델로 삼았던 동네는 있지만 ㅎ동에 산 적도 없고, 할머니도 픽션으로서의 캐릭터죠. 그런데도 이제까지 쓴 제 소설보다는 사적인 경험이 조금은 더 많이 들어가 있어요. 할머니 캐릭터 중에 이북에서 피난 온 이야기는 저희 할머니의 경험이 들어가 있고, 강화도에서 살았던 이야기는 외할머니가 강화도에 사셨던 적이 있어요. 저랑 저희 가족은 그래도 조금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제 가족의 이야기가 들어간 것 같아요.


글로리아 할머니의 사건을 읽으면서 개인의 경험이 역사를 이룬다는 명확한 메시지가 느껴졌어요.


그렇게 느껴졌다니 기쁘네요. (웃음) 저에게는 목표한 바였어요.


작정하셨구나 싶었어요. (웃음) 4.19혁명이라는 소재가 워낙 크게 느껴지잖아요.


4.19 혁명 에피소드를 처음부터 기획하진 않았어요. 막연히 역사적인 사건을 넣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세미나에서 4.19혁명 이야기를 들었어요. 어린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에 분개했던 부녀자들이 많이 나왔고 여고생들도 많이 참여했는데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였어요. 이걸 쓰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어떠한 혁명일지라도 여성이 늘 있는데 모든 역사는 남성 위주로만 기술이 되니까, 이 소설집에 그런 자리를 꼭 주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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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만들어주는 일


주인공이 울면서 “나는 이렇게 엄마를 실망시키는 사람으로 남을 거야”(48쪽)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딸이라는 존재는 늘 엄마를 실망하게 할까 봐 불안해하는 심리가 있는 것 같아요.


주변 친구들을 봐도 엄마와의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고 극복하기도 하는 예가 되게 많더라고요. 항상 자신이 엄마에게 불충분하다는 느낌을 받거나, 엄마보다 잘해야 한다거나 엄마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식의 말을 많이 해요. 엄마라는 존재가 교육 수준도 다르고, 워킹맘인지, 혹은 전업주부인지 등 모두 상황이 다른데도요.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DNA 같은 걸까요?


가부장제와 연결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엄마들이 자아실현을 많이 못 하다 보니 자식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려고 할 때가 많았잖아요. 자식이 자기보다 뛰어나야만 자아가 실현된다고 생각해서 자식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고, 어떤 것들을 자식에게 요구하는 일이 많아서 관계에 영향을 많이 미쳤던 것 같아요.


할머니가 공부하고 싶었는데 공부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구시대의 인물이었다면, 엄마는 일에서 기쁨을 찾고 상대적으로 자식에게 관심을 쏟지 못한 캐릭터였어요. 반면 주인공은 아이를 키우는 것에서 기쁨을 느껴요. 모성이 구닥다리라는 인식이 있는데, 오히려 맨 마지막 세대가 모성을 찾는 모습이 색달랐어요.


저도 세 번째 딸의 미래를 어떻게 보여줄 지가 이 소설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했어요. 가장 고민했던 지점이었죠. 슈퍼히어로 같은 주인공도 아니고, 어떨 때는 ‘쟤 왜 저러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처럼 갈팡질팡하면서 조금씩 뭔가를 향해 가는 인물을 그려주고 싶었어요. 응원해주고 싶은 사람으로요.


주인공의 남편은 매우 좋은 사람으로 그려지면서도 어느 순간 무심하게 상처를 건드리죠.


남성이 여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그런 캐릭터를 넣은 건 아니에요. 주인공이 생각했을 때는 남편이 자신과 다르게 너무나도 완벽하고 정상적인 가정 속에서 자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그것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 거죠. 인간이 인간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큰 메시지와 더불어 정상적이고 이상적인 행복이라는 건 결국 없다, 우린 다 불완전한 행복 속에서 각자의 몫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너무 빨리 휘발되고 소진되는데, 사건을 이야기로 만드는 순간 시간을 가지고 기억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21세기에 문학의 자리가 뭐냐고 묻는다면 휘발돼 버리는 기억들, 우리가 손쉽게 외면하고 지나갔던 것들에게 자리를 만들어주는 일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더더군다나 제가 여성 작가이기 때문에 여성의 역사에 어느 정도 자리를 만들어주는 작업이 소설 작업에서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특히나 단편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더 서사를 넣어주고 싶었어요.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신다면.


문자로 남기는 기록의 의미도 있지만, 사람들에게 어떤 걸 기억시키는 데 중요한 몫이 있는 것 같아요. 역사책에서는 와 닿지 않는 것들이 소설로 읽으면 그 사람들의 마음이 절절히 느껴지고, 그렇게 각인되는 기억은 사실의 암기와는 또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오늘날 사람들의 인간관계는 피상적으로 되기 쉬워요. 어떤 사람의 삶을 진득하게 들여다보는 일을 하기가 힘들죠. 문학은 그런 일을 해주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감각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 것이요.


작품에서 전반적으로 언어로 완벽하게 소통할 수 없다는 주제가 드러나요. 불문과 전공이고 외국어를 배웠다는 경험 때문인 것 같아요.


외국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이 아무래도 영향을 안 미쳤다고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외국어로 소통이 잘 안 됐기 때문에 그런 주제를 쓴다기보다, 외국어를 배우고 나니 한국어로 설명하지 못했던 것들이 많았다는 걸 오히려 알게 됐어요. 어떤 단어는 한국어로 설명이 안 되는데 불어에 있다거나, 불어를 할 때는 한국어에 있는 단어를 절대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을 겪은 거죠. 언어라는 것들이 이렇게 교집합처럼 얽히고설킬 때에야 비로소 전하고자 하는 바를 이야기할 수 있는데, 사실상 모든 언어를 배우는 건 불가능해요. 그 말인즉슨 언어는 소통하기에 불완전하다는 거죠.


외국에 갔을 때 소통의 단절을 겪는 경험이 글에 자주 나와요.


그런 장면을 쓰는 걸 좋아해요. 어떻게 보면 모국어로도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순간이 매우 많은데, 그걸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좋은 장면이 외국어로 더듬더듬 이야기하는 장면이거든요.


인터뷰도 언어로 하는 소통이잖아요. 한계가 느껴지진 않나요?


작품활동으로 이야기를 다 한 상태에서 부연한다는 게 쉽지는 않아요. 오랜 시간 공을 들인 글을 휘발되는 말로 설명하면 작품을 망치는 길이 되지 않을까 늘 두렵고요. 그렇지만 이런 자리는 늘 제 소설이 어떻게 읽혔는지 들을 기회라서, 저에게는 값진 기회예요. 인터뷰를 통해 제 소설을 볼 수 있는 독자분들이 늘어나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요.

 

문학동네 젊은작가상과 문지문학상을 받았어요. 기쁨과 무게감이 동시에 느껴질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두 가지 감정이 있었어요. 어쨌든 작업을 좋게 봐주셨다는 거니까 기뻐요. 하지만 왜 받았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어떤 건 상을 받고 어떤 건 안 받고, 왜 이 작품이 더 좋은 평가를 받았는지 잘 모르고요. 바꿔 생각하면 제가 상을 받겠다고 노력해서 상을 주는 게 아니잖아요. 결국 제가 만족하는 작업을 하는 게 후회가 남지 않는다는 걸 알아요. 물론 받으면 좋죠. 상금이 큰 힘이 돼요. (웃음) 작품을 쓸 수 있는 시간이 더 늘어나게 되죠.


주로 언제 글을 쓰시나요?


원래는 낮에 강연하고 밤에 쓰는 패턴이었는데, 학기 중에는 불가피하게 낮밤을 가리지 않고 강연을 하지 않는 순간에 써야 되기 때문에 엉망진창이 되긴 해요. 강의가 없는 날에는 주로 오후에 써요. 아침엔 잘 쓸 수 없더라고요.


앞으로 쓸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지금까지는 단편을 주로 써 왔는데 장편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어요. 박사 논문을 쓰느라고 장편을 쓸 시간적 여유가 없었는데, 이제는 논문도 끝났고 장편을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올해는 호흡이 긴 소설을 시작하려고요. 어떤 여성 인물이 등장하고, 그 여성 인물이 세계와 만나면서 자기를 발견하는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어요.

 

 

 


 

 

친애하고, 친애하는백수린 저 | 현대문학
사랑한다’는 고백으로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엄마에 대한 마음을 ‘친애하는’에 담은, 누군가의 엄마이거나 혹은 딸로 살아왔고, 또 살아가는 모든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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