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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오늘도 너무 잘 샀잖아

[도서] 미친, 오늘도 너무 잘 샀잖아

안희진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매일 일어나서 하는 짓이라곤 쇼핑몰 앱에 들어가 보는 거. 화장실에 앉아서 오늘은 어떤 상품이 올라와 있나 장바구니에 담아둔 상품에 할인 쿠폰이 붙어 있나 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고배늦(고민은 배송을 늦출 뿐)이라는 거 아는데 작고 귀여운 통장의 사정으로 장바구니에 담아 놓기만 한다. 그러다 할인 딜이 뜨거나 기습적으로 쿠폰을 줄 때 결제한다. 한때는 위메프의 노예였다. 그놈의 딜. 싸다니까 싸구나 하면서 매일 같이 주문했다.


신용카드를 쓰지 않는 관계로(나란 사람, 옛날 사람. 그 흔한 신용 카드 한 장 없다. 나를 잘 알기 때문이다. 할부 기능으로 마구 지를 것이라는) 핸드폰 소액 결제로 마구 질러댔다. 양말, 커피, 맨투맨, 바지, 세제 같은 정말 필요한 것으로만. 그러다 소액 결제 한도를 넘어가는(최대 30만 원까지였다)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하고 각성하고 앱을 과감히 지웠다. 그러다 이제는 돌고 돌아 딱 하나의 쇼핑몰 앱만 남겨 두었다.


안희진의 『미친, 오늘도 너무 잘 샀잖아』는 제목이 너무 파격이라 안 읽을 수가 없었다. 맥시멀리스트에서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훅을 날리는 듯한 제목. 뭐야. 뭘 얼마나 잘 샀길래. 제목에 '미친'을 붙이냐고. 최소한의 소비로만 살아가려고 결심한 요즘의 나는, 우울하다. 누군가 그랬다. 돈을 모으는 재미도 쏠쏠한데 돈을 쓰는 재미는 더 쏠쏠하고 신나고 대박이다고.


나는 못 쓰지만 누가 돈 쓰는 걸 구경하는 건 신나지 않을까. 대리 만족한다는 기분으로 『미친, 오늘도 너무 잘 샀잖아』를 읽었다. 실제 안희진 작가는 회사에서 직급이 대리였다. 대리가 돈 쓰는 걸 구경하며 그걸로 대리 만족. 『미친, 오늘도 너무 잘 샀잖아』는 소비의 소비에 의한 소비를 위한 생활을 하는 이 시대 진정한 소비인의 소비서이다. 사는 걸 너무 좋아한다. 절약에 관한 책만 읽다가 이토록 신나게 팡팡 돈 쓰는 이야기를 읽으니 내 손이 다 떨린다.


인생 뭐 별거 있어. 장바구니에 담아 둔 독서대, 필통, 커피, 잼, 열네 권의 책을 질러라 질러. 지름신이 강림하사 손가락이 저절로 클릭을, 그것은 아니고. 이상한 아이디 끝에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서 말해도 부끄럽지 않을 아이디를 만든 안희진, 코튼 작가는 욜로 하다가 골로 자게 되리라는 흥청망청의 소비를 유도하는 게 아닌 아버지가 좋아할 하늘 보리 음료와 구멍이 나지 않는 양말을 고민 없이 살 수 있게 된 직장인의 행복 소비의 풍경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돈을 쓰니 신나게 글을 쓰게 되더라는 쓰다의 다양한 쓰임새가 쓰인 『미친, 오늘도 너무 잘 샀잖아』. 직장인의 일주일을 위해 보디 워시는 기본 다섯 개가 필수. 옆자리 친한 언니를 만나서 출근하는 일과 그 언니와 점심을 뭘 먹을까 고민하는 일로 출근의 부담을 던다. 토이 스토리 한정판 굿즈와 도널드 덕 머그컵을 사기 위해 일코 행세를 한다. 회사에 가야 하는 이유로는 오직 돈을 벌어 신나게 쓰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안희진. 겁나 솔직.


한 달 뒤 미래의 내가 결제할 테니까 질러둔 다양한 품목의 할부를 갚아 나가 신용도를 올리기 위한 회사의 외거 노비의 신나는 소비 생활을 보고 있으면 대신 신난다. 격하게 공감하면서 말이다. 알 수 없는 내일에 투자할 돈 따윈 없다. 오늘 먹을 빵과 막걸리가 있을 뿐이다고 말한다. 대체 월급이 얼마나 되길래 소비에 고민이 없냐 의문이 드는데 자기 키만큼 번단다. 키가 3미터, 4미터, 5미터 일리는 없고. 평균적인 키라고 밝힌다. 저축도 한다고.


과소비는 없다. 나와 주변인을 위한 과하게 귀여운 소비가 있다. 그래, 사는 거 별거 있나. 자기 키만큼 벌어서 오늘의 나를 위해 쓰는 거지. 향기 나는 비누를 사서 씻고 편의점에 들러 뚱뚱한 라테를 사서 마시는 오늘을 위해서. 미친, 오늘도 너무 잘 사서 미친 오늘도 너무 잘 살았다. 글을 쓰기 위해 12개월 할부로 노트북을 지르고 눈여겨보던 노트북 파우치 샀다는 후기를 읽고서 웃음이 나왔다.


울고 있는 나를 위로해 주는 건 잘 될 거야, 걱정하지 마, 이 또한 지날 갈거다 같은 개떡 같은 말이 아니라 잠옷, 떡국 컵라면, 타르트 같은 실체가 있는 물건이라는 걸 누가 사주는 게 아닌 내가 벌어서 나에게 선물할 때 힘이 나서 돈을 쓰기 위해 다시 일을 하러 간다는 걸 『미친, 오늘도 너무 잘 샀잖아』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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