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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상처받았나요?

[도서] 오늘도 상처받았나요?

마스다 미리 글그림/박정임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네. 오늘도 상처받았어요. 오늘만이 아니고, 오늘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당분간 내내 그럴 것 같아요는 아니고. 태어나서 지금까지 상처만 받는 상처 인간같이 돼버린 것 같아요. 그런 기분이 들어요. 요즘의 시간들은. 별거 아니라고 그냥 흘러듣고 잊어버리라고 하는데. 잘 안돼요. 성격 탓을 해봐도 위안이 되질 않아요. 타고나기를 소심하고 불안을 많이 느끼는 성향이라고 원인을 나름대로 찾아보았는데도. 그게 아닌 것 같아요. 나란 인간이 문제인 건 아닌가. 존재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닌가.

 

그 와중에도 마스다 미리의 신간이 나와서 당장 샀지요. 제목 좀 보세요. 『오늘도 상처받았나요?』라니요. 마스다 미리라는 것도 충분한데. 제목마저도 근사하네요. 나의 하루를 사찰하고 있는 듯한 제목. 책 택배가 왔다는 문자가 왔지만 확인만 하고 잊어버린 하루였어요. 집으로 걸어가다가. 오늘 하루도 잘 참았네. 그 순간에 화장실로 도망간 건 잘했어. 나를 다독이면서. 맞다, 문 앞에 책 택배가 와 있지. 갑자기 솟구친 힘으로 마저 길을 걸어갔어요.

 

성취감을 얻고자 하루에 만보 걷기를 하고 있답니다. 만보를 걸었다는 알림이 오면 약간 뿌듯해지네요. 택배 언박싱은 즐겁네요. 짜증과 분노로 가득한 하루를 잊게 만들어 줍니다. 그전에는 몰랐어요. 왜 직장인들이 집에 와서 미친 듯이 쇼핑을 하는지. 신용 카드를 긁는지. 카드빚을 갚느라 다시 출근을 하는지. 비싼 걸 사지도 못하지만 소소한 금액으로 물건을 사는 일로 정신이 건강해지면 자신이 무너지지 않으면 괜찮은 소비라는 걸 이제는 깨달아요.

 

청소까지 마치고 텔레비전 앞에 앉았어요. 고요한 저녁은 못 견딜 것 같아서. 『오늘도 상처받았나요?』를 펼쳐 들고. 야구가 진행 중이고. '우리는 어쩌면 서로 작은 상처들로 연결되어 있는 걸까?'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네요. 상처받은 사람들 눈에만 보인다는 '스낵바 딱따구리'가 주요 배경이에요. 먼저 콜센터 일하는 나카타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원하는 대로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이름을 묻고 상급자를 찾는 고객. 나카타의 하루는 그렇습니다.

 

연인이 있어도 자기 말만 하고요. 배가 고픈데 요깃거리도 안되는 음식을 주문하는 연인. 나카타는 그와 헤어지고 '스낵바 딱따구리'를 발견합니다. 술은 팔지 않는다고 해요. 딱 봐도 인상이 좋아 보이는 주인이 있어요. 두유 라테를 주문하는데 오늘도 수고 많았어요라고 말해주네요. 간단한 말 있잖아요. 길게 주절거리는 말인지 방구인지 모를 말이 아닌. 그저 고생했어, 수고했어, 모르는 건 죄가 아니야, 천천히 해. 같은 주어와 서술어만 있는 말이 어떤 오후에는 필요해요.

 

『오늘도 상처받았나요?』를 등에 기대어 읽는데 자꾸 잠이 쏟아졌어요. 저녁 10시만 넘어가면 졸음이 쏟아지네요. 나카타의 이야기 뒤에는 나카타에게 약간의 진상을 부린 아다치의 이야기로 연결됩니다. 식품 매장에서 일을 하는 아다치. 손님도 같이 일하는 동료도 아다치에게 함부로 대합니다. 매일 작은 손해를 보며 살아가고 있구나를 느끼는 아다치. 스낵바를 발견하고 들어갑니다. 두 대의 피아노를 주인과 치면서 하루의 상처를 털어냅니다.

 

우리는 서로를 몰라요. 모르는 채로 살아가는데. 어쩌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된 걸까요? 책의 말대로 상처로 연결되어 있다면 이해가 되네요. 저는요, 그래요. 웬만하면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해요. 민감하고 예민하고 걱정이 많은 성격 탓에 상대의 말이나 행동에서 상처를 많이 받거든요. 의미 없는 말일 텐데 자학처럼 의도를 찾아내서 스스로 상처를 받아요. 사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지요.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어떤 말들은 대게 의미가 없는 헛소리로 판명됩니다. 생각 없이 지껄이는 말들이 많지요.

 

어른이라고 분류되는 나이로 살아가는데. 어른 흉내를 내며 살아가는 아이의 심정이에요. 『오늘도 상처받았나요?』의 등장인물인 열일곱 살의 메이의 말처럼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상처를 입어야 하는 어른의 얼굴을 한 아이가 저예요. 열일곱에는 꿈을 꿨어요. 무엇이 되겠다. 그 꿈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살아가지만 꿈을 꾸었던 열일곱은 기억합니다. 그거면 된다고, 『오늘도 상처받았나요?』는 말해주었어요. 미래보다는 오늘을 가치 있게 여기며 살아가야 한다고도.

 

불합리한 상황에서 조목조목 따져가며 말을 하진 못해요. 그냥 당하고 있어요. 얼굴도 모르는 타인 때문에 내 하루가 내 기분이 엉망이 되는 걸 보고만 있어요. 또는 한 공간에 있는 사람 때문에 내 세계가 허물어지는 걸 방기하고만 있어요.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합니다. 지금 나는 감정이 없다. 인간이 아니다. 일하는 로봇이다. 일하는데 감정은 필요하지 않다. 속으로 되뇝니다. 집으로 돌아와 책을 읽고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습니다.

 

상처받은 사람들의 눈에만 보이는 '스낵바 딱따구리'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곳이 없다는 건 상처받은 사람들이 없다는 뜻이니까요. 상처받지 않고 살아가고 싶어요. 정작 상처 준 사람은 그걸 기억도 못 하는데 나만 힘들고 아프고. 상처로 연결된 우리. 각자 처한 상황이 달라서 그런 거라고. 어느 날 우리 함께 모여서 두유 라테를 마시며 노래를 부르고 탭댄스를 추고 이야기를 나눠요. 규칙은 하나예요. 혼자서 오래 떠들지 말 것.

 

나의 오늘은요.

 

커피를 타고 사과 깎아 놓으라는 말과 반말을 듣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데 왜 말을 안 하냐고 사람이 말을 하면 대답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일을 어떻게 처리하냐고 지켜보고 있겠다고. 되는대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싶은데 상처 세포가 유독 발달해서 그런지 더러운 기분이 쉽게 떨쳐지지 않았어요. 화장실에 앉아 있는 게 편하고 좋아요. 표정 관리가 힘들 땐 화장실로 가라던 누군가의 말을 듣고부터는 화장실로 가요. 심호흡을 하고 다시 웃으려고 해요.

 

편의점에서 알바하며 구직 활동을 하는 서른다섯의 도미타는 말 하네요. "더없이 평범해도 좋으니까. 확실한 내일을 원하지." 평범과 확실한 내일은 가질 수 없는 게 되어 버린 지 오래이지 않나요? 그래도 도미타는 원해요. 부디 도미타가 정규직으로 입사했으면 좋겠어요. 1년 계약직인 제가 주제넘는 말을 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스낵바 딱따구리'는 없으니까, 글을 써요. 그때 하지 못한 말을 써 나가요. 마음대로 쓰고 싶을 땐 항상 가지고 다니는 라이언 초록색 노트에. 근사한 나로 보이고 싶을 땐 블로그에.

 

희박한 확률이지만 현실의 나를 아는 누군가 내가 쓰는 글을 읽고 따지지 말아요. 나는 당신들이 아닌 내 이야기를 쓰는 거니까요. 나의 기분, 나의 감정, 나의 상처, 나의 어제, 나의 오늘, 나의 기억. 나는 당신들이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이 아니에요. 확실하게 해요. 반말을 할 건지. 존댓말을 할 건지. 타인을 하찮게 대하면 당신을 하찮게 대해도 된다는 걸로 알게요. 『오늘도 상처받았나요?』를 사서 건네주고 싶지만 그런 정도의 친분을 쌓고 싶지 않으니. 스스로 사서 읽도록 하세요. 얼굴과 마음이 뜨거워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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