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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정원 (개정판)

[eBook] 나의 아름다운 정원 (개정판)

심윤경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 책을 2002년도에 처음 읽었다. 십대가 끝나갈 무렵이었고 야간 자율학습은 지겹게 이어지고 있었다. 성적에는 관심이 없어서 바닥인지 그 바닥을 뚫고 지하까지 내려갔는지 모를 등수는 궁금하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는데 성정이 사나운 사장의 변덕이 싫어서 오래 일하지는 못 했다. 그래도 받은 월급으로 집에 라면 박스를 사다 놓고 시내에 있는 서점에서 책을 샀다. 거의 소설책들을 집어 들었다. 책을 사면 날짜와 이름, 그날의 기분, 날씨에 대한 단상을 짤막하게 적어놓곤 했다. 돈이 부족하면 헌책방에 가기도 했다. 앞뒤로 책이 꽂혀 있는 책장에서 관심 있는 작가들의 오래된 책을 힘주어 뽑았다. 누군가 써놓은 글귀 밑에 다시 이름, 날짜를 적었다. 여전히 성적과 등수에는 흥미가 없었다. 키와 눈이 큰 담임 선생님에게는 대학은 가지 않을 거예요라고 말해 두기는 했다. 큰 눈을 껌뻑거리기만 할 뿐 별 말씀은 없으셨다. 서운하기도 하고 안도하기도 했다. 장래 희망에 소설가라고 적기도 하고 지우기도 하던 시절이었다. 문학이라는 단어만 봐도 교과서 문학 책만 봐도 심장이 벌렁거렸다. 스프링 노트에 일기와 제목이 없는 시, 감정 과잉의 누군가를 향한 원망의 글들을 썼다. (그 노트들 지금도 책꽂이에 꽂혀 있다. 어느 날 정리해서 버리려다가 도로 꽂아 두었다. 혹시 모르니까.) 
  그날도 서점에 들러서 책을 한 권 샀다.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 <나의 아름다운 정원>. 읽고 동구가 좋아졌다. 이후에 나온 심윤경 작가의 책들을 사서 꾸준히 읽었다. (<달의 제단>이 동인문학상을 받기를 기원했는데.) 2002년 이후 14년이 흐른 지금 두 번째 읽었다. 그때는 종이책으로, 지금은 표지가 바뀐 개정판을 전자책으로. 어떤 기억은 마모되고 변질되어 조각도 남지 않게 되는가 하면 어떤 순간은 바람의 방향, 냄새까지도 떠오른다. 2002년의 내가 그렇다. 책을 읽고 또 읽고 아무 문장이나 갈겨썼다.
  2016년을 살고 있다. 아무것도 되지 못 했다. 장래 희망은 여전히 희망으로 남겨 두었다. 박은영 선생님은 동구에게 희망에 대해 말한다. 엄마와 아버지의 희망, 동구의 희망, 할머니의 희망. 우리 모두의 희망에 대해 생각한다. 처음 읽었을 때도 좋았고 두 번 읽었을 때는 좋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했다. 좋은 책이란 자꾸 보고 싶고 생각나고 그래서 연애와 비슷하다. 14년이 흐린 지금, 정원 속 동구는 여전히 착하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을 정도로 기특하다. 어린 동생을 업고 다니고 귀여워주고 가족이 슬픔에 빠지질 않길 바란다. 시장에서 호떡 파는 청년의 아내에게 -청년과 그의 아내는 말을 하지 못한다.-잘해주고 싶어서 엄마한테 호떡을 사달라고 한다. 박은영 선생님께 줄 카스텔라를 만들다가 영주가 석고 밀가루를 그 속에 넣어도 제 잘못이라고 한다. 난독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동구는 사람들 마음속은 훌훌 잘도 읽어낸다. 비록 할머니가 왜 그렇게 포악을 떨어대는지 읽어낼 순 없어서 이해를 할 순 없었지만 희망에 대해 생각하자 난독의 시대를 지내오게 되었다. 할머니까지도 이해하게 된 동구는 속 깊고 열린 귀를 가진 사람으로 자라날 것이다. 소설 속 세계에서 동구는 여전히 어린아이로 남아있지만 14년이 흘러 다시 책을 읽는 나는 나이를 먹었지만 소설과 현실의 다른 세계에서 박은영 선생님과 영주가 있는 그곳에서 우리는 만나 서로의 안부와 희망을(여전한 장래 희망을) 이야기할 것이다. 왜 살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아침마다 눈을 뜨는지 물어 온다면 시간이 흘러도 읽을 수 있는 책들이 재미와 의미, 연결 가득한 책들이 머리맡에 있기 때문이라고 그것이 동구, 네가 난독을 이겨 낼 수 있는 힘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세계는 이제 오독의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책은 쓰이고 있다고. 그래서 살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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