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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eBook]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고바야시 미키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대체 이 도발적인 제목은 뭔가. 일본은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라는 제목을 거리낌 없이 책 제목으로 쓸 수 있구나, 감탄했다. 이건 속마음 정도로 살짝 해보는 정도의 말이 아닐까. 제목이 흥미로워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려고 했다. 아무리 찾아도 이 책은 없었다. 사서에게 이 책을 찾아 달라고 부탁할 때 나는 책 제목을 말하지 못했다. 모니터에 띄어놓은 책의 정보를 보여 주었다. 사서와 함께 책을 찾아 나섰지만 책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책을 찾느라 지쳐 버려서, 샀다. 
  책은 웃기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한 권의 책에서 이렇듯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니, 책이란 희한한 물건이다. 책의 부제는 '독박 육아, 독박 가사에 고통받는 아내들의 속마음'이다. 표지에는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 사람이 리모컨을 쥐고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드러누워서. 저자 고바야시 미키가 만난 여성들의 취재담과 일본 내의 보고서로 이루어진 책은 일본도 우리와 다르지 않구나 생각하게 한다. 한국 사회 보다 더한 경직성과 직장 내의 서열화를 가진 일본은 육아 휴직에도 남녀의 제한을 둔다. 남자가 최대 육아 휴직을 쓸 수 있는 기간이 2주이며 이것도 잘 쓰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상 쓰면 '쓸모없는 사원' 취급을 받는다. 육아 휴직을 쓰고 돌아왔을 때 직장에서는 한직으로 물러가게 하는 등의 불이익이 따른다. 대기업 면접에서도 회사 내의 육아 휴직 제도를 홍보하면서 정작 육아 휴직을 쓰려고 하면 제동을 건다.


간사이 지방에서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남성(32세)이 한참을 망설인 끝에 상사에게 "아이가 태어나서 육아휴직을 신청할까 합니다"라고 의견을 물어봤더니, 그 자리에서 "잘 생각해봐. 우리 부서에 그럴 여유가 있나?라는 질문이 돌아와 결국 신청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의 취재 속 여성들의 삶은 고단하다. 직장 일과 맞물려 해야 하는 육아와 가사로 지친 여성들은 매일 밤 술에 취해 늦게 들어오거나 야근을 핑계로 어린이집에 가지 않은 남편의 등에 대고 속으로 말한다. 저 인간,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철떡철떡. 맨발이 바닥에 닿은 소리를 들으면 사토코는 자신도 모르게 남편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거실에 감도는 살기」 편에서) 사토코의 남편은 자신보다 잘 나가는 아내를 부러워한다. 남편은 일 때문에 늦는 그녀가 아들을 못 만나게 하려고 아들을 일찍 재워 버린다.
  아이를 봐달라는 부탁에 진짜 아이만을 보고 있는 남편에서부터 황혼의 나이에 자신의 외도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남편이 있다. 결혼하자마자 부동산에 투자해 가진 돈을 모두 날려 아내가 빚을 대신 갚게 하는 남편도 있다. 자신의 허세 때문에 옷과 가방은 아내에게 명품으로 사주면서 정작 생활비는 1엔이라도 꼬박꼬박 출처를 묻고 더 주지 않으려는 남편이 있다. 미용사 부부로 결혼한 요코는 남편의 유골을 무덤에 묻을지 야마노테선 안에 버려질지는 자신이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말한다.
  책은 누가 누가 더 못하나, 남편이라는 인간 만을 다루고 있지 않다. 회사 내의 제도를 최대한 활용해 육아와 가사를 하는 남편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한다. 가사는 남편이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일이며 사회가 안정적인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는 일에 주목한다. 육아 휴직이라는 허울뿐인 제도만으로는 저출산과 심각한 고령화를 막을 수 없다. 일본 내의 제도라 우리나라와는 연관성이 떨어지지만 유족 연금과 유족 기초 연금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 수 있다. 아이를 지원해 주는 제도를 늘려 달라는 것과 남편이 없어도 아이를 키울 수 있을 정도의 자립성을 갖춘 제도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현 제도는 남편과의 이혼보다는 사별 쪽이 경제적 자립 면에서 안정감을 주는 것이어서 아내들은 은밀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고. 아내가 남편에게 살의를 느끼지 않으려면 사회 보장 제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의 끝에는 악화된 부부관계를 살릴 수 있는 간단 팁을 붙여 놓기도 한다. 남편 스스로 내각 지지율 따위보다 가정 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등급을 소개해 놓았다. 책보다 생명보험의 약관을 꼼꼼히 읽는 아내. 남편이 집 안에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은 문단속. 가정 내 서열은 아내, 아이들, 반려동물의 순이며 남편의 서열이 가장 낮다는 것을 깨달으면 아내를 우러러볼 수 있다는 조언들을 읽으며 미래에 꾸릴지도 모를 가정의 모습을 상상해 봤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다양한 보고서와 취재를 바탕으로 만든 사실이다. 실제 여성들은 남편이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만 할 뿐이다.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말은 죽을때까지 함께 있어 주기를 바란다는 뜻이라고 한 여성은 말한다. 미용실 의자에 앉아서 하는 남편의 뒷담화를 책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읽다보면 사회 제도의 모순과 불완전함은 현실이라는 깨달음이 온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라는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은 통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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