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ight there is none to dipute."(p. 67)
"나는 내가 바라 보는 모든 것의 군주이며 세상에 내 권리를 의심하는 자는 하나도 없다." (번역본 p. 127)
- 소로우가 경치에 대해 언급한 말-
처음엔 영문본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문단도 문장도 구분 없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것도 19세기 어휘가 무수히 섞여있는, 8 포인트 활자의 페이퍼백을 완독할 자신이 없어 번역본을 구입해 함께 읽는 기지(?)를 발휘했다.
'대자연의 예찬과 문명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담긴 불멸의 고전'이라는 표지 설명은 정확했고, 서양인들이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위트가 넘쳐나서 한참을 웃기도 했다. 특히, 콩코드 주민들의 힘겨운 세상살이를 인도 브라만 계급의 고행에 견주는 묘사(번역본 p. 17)에서 빵 터지고 말았다. 이렇게까지 정곡을 찌를 수 있다니!
영화 '작은 아씨들'의 배경인 매사추세츠 콩코드에서 태어난 (1817년) 소로우는 하버드대학을 졸업했으나 안정된 직업은 갖지 않고 (대학졸업 후 고향의 학교에서 잠시 학생을 가르쳤으나 체벌 반대로 사직함) 같은 지역에 살던 에머슨 집 관리인(뉴욕에 있는 에머슨 형 집에 가정교사 생활도 8개월 만에 접음)으로, 부친의 연필공장 등에서 잠깐씩 일하다가 1845년 3월 말, 그가 28세가 되던 해에 콩코드 월든 호숫가에 혼자 통나무집을 짓기 시작하고 7월 4일에 완성하여 입주한다.
이 책은 1847년 9월 6일, 장기 유럽여행을 떠나는 에머슨의 저택 관리인으로 들어가기 위해 숲 생활을 접기까지 두 번의 겨울에 걸친 숲 생활 보고서다.
"나는 숲에 들어갈 때나 마찬가지로 어떤 중요한 이유 때문에 숲을 떠났다. 내게는 살아야 할 또 다른 몇 개의 인생이 남아있는 것처럼 느꼈으며, 그리하여 숲 생활에는 더 이상의 시간을 할애할 수 없었던 것이다."(번역본 p.477)라고 하며 이 년여의 숲 생활을 과감히 접는다.
작가들은 명분도, 변명도 참 잘 만들어낸다!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보겠다며,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깨닫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숲속으로 들어간다." (번역본 p. 139)라고 거창하게 말해 놓고...
하기야, 인생의 본질은 숲속에만 있는 게 아니니까!
책을 읽기 전에는 혹시 이 책을 읽은 후 나도 숲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유혹을 느끼지 않을까도 염려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숲은 여가생활만으로 충분할 것 같다! 아무리 자연을 좋아해도 21세기에 '19세기식 간소하게 살기'는 영 아니다. 대신 '21세기식 간소하게 살기'를 실천하리라.
여느 시골 마을에는 모두 하나쯤 있을 법한 호수와 그 주변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실감나게, 장황하지만 정확하게, 때로는 위트있게 표현할 수 있는 이가 소로우 말고 또 있을까?
숲을 지나가는 기차소리, 부엉이 소리 등의 숲의 소리들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의 통찰력과 상상력은 놀라울 따름이고...
특히 황소개구리를 묘사하는 부분은 압권이었다.
" ............ 이 개구리들이야말로 그 옛날 술깨나 마시던 주객들과 잔치꾼들이 억센 혼들로서 그들은 아직도 전혀 뉘우치는 기색 없이 이 저승의 호수에서 돌림노래 한 가락을 멋들어지게 부르려는 것이다. 이 개구리들은 그 옛날 잔칫상에서의 유쾌한 격식을 지키려고 했지만 목소리는 쉰 데다 엄숙한 맛이 나 오히려 이들의 들뜬 기분을 풍자하는 꼴이 되었고 술은 그 맛을 잃어 단지 배만 채워주는 액체가 되어버렸다. 과거의 기억을 잊게 할 달콤한 도취는 결코 오지 않고 물로 찬 포만감과 팽창감만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 ' (번역본 p. 192~193)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의 보다 높은 법칙들을 논하는 부분에서도 한 구절 건졌다.
"Nature is hard to be overcome, but she must be overcome." (p. 180)
내게 있어 극복해야 할 천성은 뭘까?
'흔들리기 쉬움?'
우리네 숲속에 기거하는 수많은 자연인들의 몇 명쯤 이런 통찰력과 필력을 가지고 우리의 자연을 소개하는 글을 쓴다면...
괜히 명작이고, 고전이겠는가? 죽기 전에 몇 번은 더, 이 책을 펼쳐 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