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엄마는 없다> 최민아
특전사 부대에서 군생활을 했던 아는 형님이 결혼을 하고, 뒤늦게 결혼을 하고, 쌍둥이 육아를 시작하면서 했던 말이 있다. "군생활보다 아이들을 돌보는 게 몇배는 더 힘들어" 그 형님은 평소에 운동도 꾸준히 하고, 체력도 좋고, 인내심도 많은 편이었는데, 쌍둥이를 동시에 돌보는 일이 보통 힘든게 아니라며 실토했다.
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불규칙하고, 시도 때도 없이 울 때에는 적절하게 달래줘야 하고, 배고플 때는 분유를 줘야 하고... 쌍둥이를 돌보면서, 생활이 불규칙해지고, 숙면의 질과 양도 나빠져서, 많이 피곤하고, 지친다고 했다. 잠깐 틈틈이 짬을 내어서, 육아를 도왔던 남자가 느끼는 피로감과 고통이 이 정도라면, 아이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엄마들은 어떻겠는가?
이 책은 육아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아이를 출산하기 전까지만 해도 "공부면 공부, 일이면 일!" 척척 해냈던 능력 많은 커리어우먼이었다. 그랬던 저자가 아이를 낳고, 육아에 전념하면서 부터 우울과 분노 속에서 매일 좌절하였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처음에는 아이에게 완벽한 엄마가 되려는 목표가 있었지만, 그 목표를 쫓을 수록 불완전한 자신의 실상을 마주할 뿐이었다고 한다.
그랬던 저자에게 변화가 찾아온다. 그것은 아이에게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던 삶에서, 틈새의 시간을 내어서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돌보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들여다보고, 자기 돌봄과 마음 챙김을 하면서 부터, 조금씩 조금씩 힘을 얻고,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결국에 엄마에게 마음의 여유와 행복이 있어야, 그것이 아이에게도 전해진다고 말하면서, 독자들에게 틈틈이 짬을 내서 자기 마음과 감정을 돌보라고 권면하고 있다.
이 책에서 밑줄 친 내용 중 가장 깊었던 몇 문장을 아래에 인용해 본다.
이탈리아의 저명한 신경심리학자 자코모 리촐라티 교수는 우리 두뇌에서 신체 움직임, 얼굴 표정, 감정 등을 인식해 그대로 따라 하게 만드는 '거울 뉴런'을 발견했다. 아이는 이 신경세포를 통해 부모를 흉내 내고 부모의 감정 또한 그대로 전달받는다. 부모인 우리가 불안과 화, 분노를 느끼면 거울에 비치듯 아이의 마음 속에 같은 감정이 새겨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불안을 느끼면 아이도 그 불안을 그대로 답습한다. 엄마가 대놓고 "나는 네가 걱정이야" 라고 이야기하지 않아도, 아이는 엄마의 분위기, 말투, 표정에서 엄마의 감정을 귀신 같이 알아차리고 영향을 받는다."
p.36
우울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감정이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하지 않는가. 누구나 살면서 감기에 걸리듯 누구나 우울로 힘겨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다만, 감기에 걸렸을 때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고 잠을 충분히 자는 노력을 기울이듯, 마음의 감기가 찾아왔을 때도 일상 속에서 틈틈이 나를 위한 시간을 내고, 몸과 마음을 돌보는 노력을 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의 감기가 다른 합병증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
p.40-41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 있었고, 그래서 쉽게 우울해졌다. 그때 나에게 필요한 것은 "너는 도대체 엄마라는 애가 왜 그래" 라는 비난이 아닌, "우울할 수도 화날 수도 있어" 라는 자신을 향한 위로였다. 나라도 나의 편이 되어주어야 했다. 나를 위한 시간, 나를 위한 마음의 여유가 필요했다.
p.41-42
예일대학교 시드니 블랫 교수는 우울증의 상당 부분이 자기비판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심한 자책은 자신감을 상실하게 하고 자기혐오라는 감정에 갇히게 한다. 블랫 교수는 우리가 자신을 몰아 붙이는 대신 자기 자비의 마음으로 행동하면 애정 호르몬인 옥시토신과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호르몬인 엔도르핀도 다량 분비된다고 말했는데, 그와 다르게 우리는 때로 자신보다 남들에게 훨씬 자비를 베풀며 살아가고 있다.
p.42
우리가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왜 이런 마음이 생겼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포장하지 않은, 꾸미지 않은 감정의 민낯과 마주해야 한다.
p.46
결국 육아의 무게는 자신의 감정을 얼마나 또렷하게 바라볼 수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p.52
비행기에 탑승하면 승무원들이 비상 상황 대처법을 알려준다. 그때 아이와 함께 탑승한 보호자에게는 보호자가 먼저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후 아이에게 산소마스크를 씌우라고 설명한다. 보호자가 본인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한 후에야 아이를 위한 보호가 뒤따를 수 있다는 뜻이다. 감정 역시 마찬가지다. 엄마의 감정 틈을 메우는 것이 급선무다. 엄마가 먼저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려야, 사랑하는 아이를 부정적인 감정으로 부터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p.57
아이에게 쓰지 않고 남은 에너지는 틈새 시간을 통해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부정적인 감정들을 해소하는데 쓰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 부정적인 감정들이 쌓이고 쌓여 별일 아닌 일에도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이 온다. 넘어져서 다치면 소독해주고 약을 발라주듯, 우리 마음에도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응급조치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감정을 어루만지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시간은 나를 위하는 동시에 아이를 위한 시간이기도 하다.
p.61~62
부정적인 생각과 스트레스는 우리 삶의 일부일 뿐이다. 언제나 우리 곁에 있으니 어차피 떼어낼 수 없다면 현실을 마주하고 마음의 면역력을 길러 그 감정들이 우리 몸을 지배하지 않도록 하는 편이 낫다.
p.81
심리학자 랜디카맨의 자기 대화(머리로 하는 혼잣말)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사람이 부정적인 자기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하지 못할 모진 말들을 자기 자신에게 퍼붓고, 이를 끊임없이 반복한다고 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타인의 불쌍한 처지를 얼핏 보고 연민이라는 감정을 쉽게 가지지만, 자신의 처지를 자비로운 마음으로 들여다보지 않는다.
p.84
일상에서 마음 챙김 수행을 지속해서 할 경우, 행복감, 공감, 자비심이 증가할 뿐 아니라, 주의력, 기억력, 학습력까지도 향상된다고 한다. 마음 챙김은 부정적인 감정을 비운 상태로, 민감하면서도 일관되게 아이에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마음의 기반을 닦아준다.
p.90
생활 속에서 마음을 챙기는 다른 방법은 감정 쓰기다. 글쓰기의 치유 효과를 연구한 심리학자 제임스 페니베이커 교수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삶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경험을 쓰게 했다. 다만 글을 쓸 때,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못했던 깊은 감정이나 생각에 초점을 두고 쓰라고 했다. 실험 결과, 놀랍게도 참가자들의 면역력이 향상되고 우울과 고통이 감소하며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이는, 감정 쓰기의 치유 효과 때문이다. 감정을 글로 쓰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배설하고 거기에서 해방된 것이다.
p.91
육아로 인해, 지친 엄마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엄마들이 자기를 돌보고, 마음과 감정을 토닥이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 또한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자기 돌봄과 마음의 챙김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 부터 책을 증정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