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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5

...'이념과 이념이 대립하는 시대에서 사람과 사람이 대화하는 시대로'는 EU탈퇴로 시끄러운 영국에서 최근 정치가와 지식인들이 자주 입에 올리는 말이다. 이런 말이 탁상공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시작되는 곳은 언론이나 학회, 회의 같은 곳이 아니라 항상 저변이다.

 p165

'단사리'는 '끊고 버리고 떠난다'를 뜻하는 말로 2009년 야마시타 히데코가 동명의 책에서 제창하여 일본에서 크게 유행했다. 필요 없는 물건을 끊고, 불필요한 물건은 버리고, 물건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떠난다는 정리와 삶의 세 가지 원칙이다.

p208

너의 세상은 네가 남기고 간

모든 작은 것들에 지나지 않아

 

여름 해는 쉽게 지지 않았다. 이제 그렇게 시간이 오래 남아 있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그래도 아직은 눈부신 빛이 우리의 세상을 비추었다. 모든 작은 것들을.

p229

...엄격한 규칙을 지키는 부모 세대와 달리 베이비부머의 대부분은 1970년대에 체제에 대한 반항, 록이나 히피 문화, 정치 운동 등 저항 문화에 몸을 던졌다.(그런 것이 멋진 시대였다). 그러나 1980년대에 이들은 여피가 되어 돈을 벌어들인다. 이 세대의 단점은 경제적으로 번영한 시대에 자라났기 때문에 욕심이 많고 물질지상주의적인 부분이라고들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부모 세대에 비해 야심이 있고 혁신적이라고도 한다.

p249

이렇게 쓰고 보니 나는 여기에서도 긴축 재정의 영향을 짚어 보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재정 지출을 제대로 해서 청년들이 거액의 학자금 대출을 받지 않게 하고, 프리랜서나 인턴 같은 무급 노동을 하지 않도록 고용 방식을 개혁하고, 외국계 투자자들이 영국의 주택을 사들여 주택 가격이 상승ㄹ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청년층이 임대료를 부담할 수 있는 공영 주택을 많이 짓는 층 청년층이 살아갈 수 있도록 정치, 경제적 조치를 취했더라면 아랫세대가 연장자 세대를 경제적 부담으로 간주하며 미워하거나 " 좋은 시절에 섹스도 많이 하고 좋은 음악을 듣던 사람들"이라며 질투로 흐려진 눈으로 바라보지 않았을 것이다.

 "즐겁게만 산 그 녀석들을 용ㅇ서할 수 없다"라든가 "그들은 다 제멋대로야"같은 도덕적인 기준을 들이대며 특정 그룹을 비난하는 것은 사회 전체에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는 대체로 "돈이 없으니 즐기고 싶어도 참으세요. 절약하고 검약하며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은 포기하고 사는 것이 미덕입니다"라는 말을 들으며 사는 음울한 시대다. 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긴축의 시대'다.

 최근 유럽에서는 인종차별과 배외주의 또한 긴축 재정과 긴밀하게 연결된다는 사실이 많이 지적되고 있다. '자기보다 이득을 보는 사람'을 온 힘을 다해 비난하는 것이 긴축 시대를 사는 이들의 마음가짐이라면, 그 표적은 외국인, 생활 보호 대상자, 싱글 맘 등이 될 것이다. '좋은 시대를 산 베이비부머 세대'도 그 한 가지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 몇 번을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긴축 재정이라는 놈은 죄가 많다.

 p259

 "계급이란 얼마만큼의 선택지가 주어지느냐를 뜻하는 거야. 선택지가 적을수록 계급을 아래로 내려가지."

 이미 '계급 간 이동성'을 주장하는 정도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고 하겠다.

p271

 노동 계급에 '백인'을 붙이거나 그것을 문화적 계층이라고 선전하는 것은 가난한 계급의 분열을 조장해 서로 싸움을 붙여두면, 정권과 정치인들 쪽으로 분노를 돌리지 않으리라 생각한 위정자들의 지혜일지도 모른다. 이런 것은 에전부터 'DIVIDE & RULE(분할과 통치)'이라 불려왔다. 그렇다면 노동계급은 'UNITE & FLGHT(연대와 투쟁)'이다....

 노동 계급의 세력이 약해진 현대에 바람직한 노동 계급의 모습이란 다양한 인종, 젠더, 성적 취향, 종교, 생활습관과 문화를 가진, 그럼에도 '돈과 고용'이라는 하나의 점에서 이어지는 집단일 것이다.

p280

 최근에는 '드라이한 1월 Dry January'이라는 운동이 널리 퍼지고 있다. 여기서 '드라이하다'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는 의미러....

p287

 ...영국의 아저씨들은 '스윙잉 런던'도 , 복지구가의 붕괴도,  펑크 시대도, 대처 혁명도, 블레어의 제 3의 길도, 이라크 전쟁도, 금융 위기도, 대 긴축 시대도 보아왔다. 아니 극복해왔다. 정치가 어떻든 시대가 어떻게 변하든 우리는 그저 계속해서 살아갈 뿐.

아저씨들을 보고 느끼는 것은 그을린 은같은 생존 능력이다. 불평이 좀 많은 편이고, 쉽게 자포자기하는 성질에, 어쩜 나이가 들어도 그렇게 무모한 짓을 할까 질리기도 하지만 지팡이를 짚고도 와일드 사이드를 걸을 것 같은 아저씨들의 모습을 나는 앞으로도 쭉 지켜볼 것이다.

 

일본에서 '그을린 은'이란 다른 금속들이 푸르게 녹슬어가는 것과 달리 마치 연기를 쐰 것처럼 은의 광택이 흐릿해진 것을 말하는데, 반짝이지는 않지만 매력적인 사람, 주인공은 아니지만 존재감 있는 사람, 오랜 세월 노력해 실력을 쌓은 베테랑 등을 비유할 때 쓴다.

p294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미 어른이 된 나는 앞으로는 어떤 사람이 될까? 나이가 들어도 철들지 못한 나는 세상이 바라는 근엄하고 진지한 할머니는 아무래도 자신이 없다. 그렇다고 비키니를 입을 자신도 없지만.'

 그런 면에서 브래디 미카코가 묘사한 '해머타운의 아저씨'세대는 참 솔직하게 사는 것 같다. 아마도 그들은 몇 살이 되더라도 엉덩이를 내보이며 살 것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안정적인 삶을 보장받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서도 은퇴하지 못하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에 맞서 현재를 살아내야 하는 그들은 조금 더 젊은 우리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럼에도 그들의 자유분방함과 삶에 대한 치열함이 부럽다. 나도 그렇게 '늙지 않고' 살고 싶다. 아니, 어쩌면 지금과 다름없이 '늙지 않고' 살 수 있을 것 같아 그들의 트러블 많은 삶에 안도하게 된다. 고민 가득한 변두리의 삶을 실컷 읽고도, 그들이 여전히 품고 있는 '젊음'을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젊은 세대를 이해할 만하다 싶으니 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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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