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은 전쟁이 행하고 나머지는 혁명이 행해 놓은 일이죠. 전쟁은 인생의 인위적인 휴지(休止)상태요. 마치 인생을 한동안 연기해 놓을 수 있는 것처럼요.(얼마나 우스꽝스런 일인지!) 혁명이, 너무 오랫동안 참고 잇던 한숨처럼, 의지와는 관계없이 터졌죠. 모든 이가 소생하고 재생했으며 모두가 전환점을 맞아 변하게 됐죠.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소. 모두에게 두 가지 혁명이 일어났는데, 하나는 자기 자신의 개인적인 혁명이고 다른 하나는 대중의 혁명이라고. 내게 사회주의는 바다, 즉 이 손으로 이 모든 개인의 혁명이 강줄기가 되어 흘러 들어야만 하는 생명의 바다, 자발적인 행위의 바다로 여겨집니다. 내가 얘기한 생명의 바다란 그림 속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생명이고, 천제(天帝)가 만들어 낸 생명, 창조적인 풍요한 생명을 이르는 것이오. 그런데 이제 와서 사람들은, 책 속에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 속에서, 추상이 아닌 실제로 이 생명을 살아보려 작정한 것이오."
.....
"요즘 내가 얼마나 정직하고 보람되게 살기를 바라는지! 얼마나 모든 생기 있는 것 중의 일부가 되기를 바라는지! 사로잡고 있는 모든 기쁨 한가운데에서 나는 이 세상이 아닌 다른 미지의 곳을 찾아 헤매는 듯한 당신의 신비스럽도록 슬픈 시선을 만났소. 그것이 없어서 나는 얼마나 섭섭했는지 모르오. 당신이 운명에 만족하고 어느 누구에게 바라는 것도 아무것도 없다고 당신 얼굴에 씌어질 수 있다면 난 무엇이고 아낌없이 바칠 것이오. 당신과 가까운 어떤 사람, 친구라든가 남편(그 사람이 군인이었다면 정말 좋았겠지만)되는 분이 내 손을 붙잡고, 당신의 운명에 대해 애태우지 말고 관심을 보임으로써 당신을 괴롭히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다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오. 그러면 난 손을 뿌리쳐 들어올리고는......, 아 내가 제정신이 아니군! 용서하시오, 제발"
....
"아, 이렇게 될까봐 얼마나 두려워했는데!"'중얼거리듯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
"유리 안드레예비치, 잠깐 마드무아젤에게 가서 물을 좀 마시고 냉정을 찾으신 뒤에, 제가 이제껏 알고 있고 또 앞으로도 그러기를 바라는 분이 되어 이리로 돌ㅇ아와 주세요. 제 말 들리시죠, 유리 안드레예비치? 전 당신이 그렇게 해주실 만한 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렇게 해주시길 원해요."
그들 사이에 이런 얘기는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았다. 일주일 수에 라리사 표도로브나는 떠났다.
;
우연히 지바고만 알게 만나던 두 사람이 전쟁터에서 만났다.
가까이 지내다보디 서로 사랑하게 된걸까? 아님 그런 운명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