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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을 어떻게 해야 간단히 말씀을 드릴 수 있을까요. 그러니까 우리들이 차츰 더 깊이 들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이 지방은 어디에나 동요가 있습니다. 우리들은 곧 도착하게 될 겁니다. 거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전혀 모릅니다. 만일의 경우를 위해서 상의를 해두어야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신념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봄의 숲속에서 5분 동안 말을 주고받음으로써 그것을 밝히고 정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노릇입니다. 우리들은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있습니다. 장인 어른과 저와 또냐, 이렇게 세 사람은 늙은 다른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다만 서로가 다른 것은 그것을 이해하는 정도일 따름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한 것은 그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입문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한 것은 다른 것입니다. 우리들은 어떤 사정 하에서 어떻게 처신할 것인가하는 것을 미리 협의해 두어야 합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얼굴을 붉히거나, 서로가 서로에게 창피를 주거나 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 됐어. 잘 알았네. 나는 자네의 문제 제기 방식이 마음에 들어. 자네는 꼭 필요한 말을 발견했어. 이제는 내가 말하지. 최초의 포고가 실린 신문을 자네가 가지고 왔던 그날 밤을 기억하고 있겠지. 한겨울의 눈보라가 치던 날의 밤을 말이야. 그 포고는 놀랄만큼 강경한 것이었어. 그 직선적인 것에 압도당했지. 그러한 것이 최초의 순결함 속에서 지켜지는 것은 다만 창시자들의 머리 속에서뿐이며, 그것도 선언의 첫날에 한할 뿐이야. 이튿날에는 정치의 궤변이 그것을 뒤엎고 말아. 내가 자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그들의 철학은 내게는 인연이 없어. 그들의 정권은 우리들을 적으로 돌려놓고 있어. 이러한 변혁은 내 동의를 얻어서 일어난 것은 아니야. 그러나 나는 신임을 받았고, 내 행동은, 비록 내가 그것을 억지로 행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어떻든 일정한 의무가 지워져 있어.
남새밭에 남새를 심는 시기에 대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니냐, 씨뿌리는 시기를 놓치는 것은 아니냐고 또냐는 물어오지. 그 아이에게 무어라고 대답해야 하나? 나는 이곳의 토질을 몰라. 기후 조건은 어떠한가? 여름이 너무 짧아. 대체적으로 여기에서 무엇이 자라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하지만 그래 우리가 남새나 가꿔 먹으러 이처럼 멀리까지 가고 있는 것일까? <젤리를 먹기위해서는7베르스따 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따위의 말장난이나 하고 있을 처지는 아니야. 왜냐하면 먹기 위해서 온 길은 유감스럽게도 7베르스따가 아니라 3천 혹은 4천 베르스따나 되기 때문이지. 아니야 솔직히 말해서, 우리들이 이처럼 멀리까지 끄덕끄덕 찾아온 것은 전혀 다른 목적을 가지고서야. 우리들이 찾아온 것은 현대식의 무위도식을 맛보기 위해서야. 말하자면 예날 할아버지의 숲, 기계, 공구류를 탕진해 버리는데에 어덯게 한몫 끼여 보자는 거지. 할아버지의 재산의 복구가 아니라 그것을 축내러 찾아온 거야. 1꼬뻬이까의 생활비를 얻기 위해서 몇천 루블의 재산을 집단적으로 축내러 찾아온 거야. 현대적인, 믿어지지 않는 지리멸렬한 형태로 깡그리 탕진하리라는 것은 틀림없어. 설령 황금을 나에게 퍼부어 준다 해도 엣날 그대로의 재산을 돌려받을 마음은 없어. 그런 짓은 맨발로 뛰어 돌아다니다가 읽고 쓰는 것을 모두 잊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리석어. 아니야. 러시아에서는 이제 사유 재산의 시대는 끝났어. 그런데 우리 그로메꼬 씨네 집안으로 말할 것 같으면 선대에 이미 소유욕의 정열과는 인연을 끊고 말았지."'
; 가진자가 가진것을 기꺼이? 내놓는 것?
시대의 요구에 어쨌든 부응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