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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식에 어긋나는 이 같은 어리석음 속에는 무엇인가 상징적인 것이 있었다. 그 의미심장함에 순응하면서도, 유리 안드레에비치는 또한 층계참으로 뛰어나가 이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는 말을 퍼부어 중학생의 걸음을 멈추게 하고 싶었다. 그는 소년에 대해서도, 차 속의 사람들에 대해서도 큰 소리를 쳐주고 싶었다. <구원은 형식에 대한 충실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형식으로부터의 해방에 있는 것이다> 하고.

 유리 안드레예비치는 눈길을 한ㅉ고으로 돌렸다. 객실 한가운데 스뜨렐리니꼬프가 서 있었다. 지금 막 반듯한 걸음으로 성큼성큼 그곳에 들어온 것이었다.

 의사로서 그가 그처럼 많은 사람들과 불특정한 인연을 맺으면서도 어떻게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인간과 같은 특별한 관계에 있는 사람과는 한번도 만날 수 없었던 것일까? 어떻게 그들의 인생 행로는 엇갈리지 않았던 것일까?

 무슨 까닭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이 인간이 완벽한 의지의 화신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그의 내부와 외부의 모든 것이 피할 수 없게 모범적인 것으로 여겨질 만큼 그가 바라던 바대로 되어 있었다. 균형이 잡히고 아름다운 그의 머리도, 정력적인 그의 걸음걸이도, 어쩌면 진흙투성이일지도 모르는데도 언제나 깨끗이 닦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목이 긴 장화에서 뻗어 오른 늘씬한 두 다리도, 어쩌면 쭈글쭈글 구겨져 있을지 모르는데도 다림질이 잘 된 아마천의 인상을 주는 그의 회색 나사천 군복도.

 이 지상의 어떠한 상황 아래 놓이더라도 말안장에 올라앉아 있는 것처럼 당당하게 느끼고 그것을 이겨내며, 딱딱함을 모르는 자연스러움이 천부의 재능으로 몸에 배어 있어서 그것이 그를 그렇게 보이도록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었다.

 이 인간은 틀림없이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이 반드시 독자적인 것이어야 할 필요는 없었다. 그의 행동거지 하나하나에서 엿보인 재능은 모방의 재능일 수도 있었다. 그 때는 모든 사람들이 누군가를 모방하고 있었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영웅들을, 전선에서 혹은 도시의 폭동 속에서 두각을 나타내어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인문들을, 인민의 신망을 모으고 잇는 권위 있는 사람들으, 무대의 전면에 등장한 동지들을, 다만 그들은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모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국외자가 있어 놀라거나 거북한 상태를 예의 바르게 감추고 있엇다. 거꾸로 그는 마치 의사도 자기네의 동료로 대하고 있는 것 같은 태도로 모든 사람들을 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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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가 빠샤를 첨 만나는 장면

잡혀간 유리가 빠샤의 심문을 받아야 하는 입장인데

파스테르나크는 유리가 보는 빠샤를 이렇게 길게 묘사한다.

지금은 모르고 있지만, 하권에선 알게 되겠지 

이이가 누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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