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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30

 "명목상으로 그렇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양립될 수 없는 일이 동시에 요구되고 있지요. 기업은 국유화되고 있고 시 소비에뜨는 연료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군 경제 회의는 달구지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사람들은 모두 살아가야 합니다. 이론이 아직은 실천과 일치되지 않는 과도기의 특징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같은 시대에는 나처럼 판단력이 있고 기민하고 굳센 사람들이 필요한 겁니다.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말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지요. 그런데 내 아버님께서 곧잘 말씀하셨던 것처럼 더러는 따귀를 얻어맞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이 지방의 절반은 내가 먹여 살리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재목을 조달하는 일로 댁에도 찾아 들르겠씁니다. 물론 말로밖에 가지 못하지요. 지금은 그 말이 발을 절고 있씁니다. 그렇지만 않다면 이따위 쓰레기 같은 것에 흔들리면서 가겠습니까! 글쎄, 이것 좀 보세요,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는 것을. 이러고서도 기차라고 하니 말입니다. 바리끼노로 당시네를 찾아가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당신네의 미꿀리찐 씨네 사람들에 관해서는 무엇이나 다 잘 알고 있으니까요!"

 " 우리들이 찾아온 목적을 알고 계십니까, 우리들의 의도를?"

 " 대강은요. 짐작은 하고 있습니다. 알고 있어요. 흙으로 돌아가려는 인간의 영원한 동경이지요. 자신의 노동으로 살아간다는 꿈입니다."

 " 그런데 어떻습니까? 당신은 찬성하지 않는 것 같군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 소박하고 목가적인 꿈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도대체 무엇 때문입니까? 잘 해보십시오. 그러나 믿지는 않습니다. 유토피아적이에요. 가내 공업적인 일입니다."

 " 미꿀리찐은 우리들을 어떻게 대할까요?"

 " 문지방을 넘어서지 못하게 할 겁니다. 빗자루를 치켜들고 내몰 겁니다. 당연하지요. 당신들이 아니라도 그의 집은 소돔이라고 할까, 천야일야(千夜一夜)라고 할까, 이만저만 야단이 난게 아닙니다. 공장은 돌아기지 않지요. 그런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하필이면 또 그처럼 어려운 때에 당신네가 불쑥 찾아 드니, 어디 말이나 될 법합니까? 설사 그 사람이 당신들을 죽였다손 치더라도 나는 그 사람을 나무라지 못할 겁니다."

 " 아니, 어떻게 된 겁니까. 볼셰비끼인 당신은 지금의 현실이 생활이 아니라 무엇인가 미증유의 것, 어리석은 것, 비정상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 물론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역사적 필연인 것입니다. 그러니 어떻게든 그것을 통과해야 하는 겁니다."

 " 어째서 필연이죠?"

 "아니, 당신은 갓난아이입니까, 그렇잖으면 일부러 그런 체하는 겁니까? 달나라에서 내려오시기라도 했단 말입니까, 네? 먹보인 기생충들이 굶주린 노동자들의 등에 올라타고 앉아서 죽을 만큼 부려 먹어 왔는데도, 그런 짓이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그 밖의 온갖 다른 형태의 압제라든가 학대라든가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어요. 그래 , 민중 분노의 정당함, 공평하게 살고 싶다, 정의를 찾고 싶다는 바람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겁니까? 아니면 국회에서, 의회제도를 통해서 근본적인 개혁은 성취될 수 있었다. 독재 없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 이야기가 빗나가는 것 같군요. 비록 백년을 논의한다고 하더라도 일치점은 찾아지지 않을 겁니다. 이전의 나는 무척 혁명적이었습니다만, 지금은 폭력으로는 아무것도 얻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람을 선으로 이끌려면 선으로써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그만둡시다. ...."

 

;첨 러시아 제정이 무너지고 볼세비끼 혁명이 일어날 때나 지금이나 어쩜 이리 같은가...

 시골로 찾아간 지바고네는 자기가 찾아가는 곳에서 받아줄까를 걱정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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