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번기가 아니니까.
원래의 바램대로...? 글을 쓰고 생각을 하고...
도서관서 라라를 드디어 다시 만난다.
라라에게 빠져든다. 다시...어쩔 수 없는 운명? 여튼...
또냐에게 고백해야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빨치산에게 잡혀버린다.
혁명, 정치적 혼란의 모습은 시대나 장소를 벗어나 공통된 것인가...
p478
그는 두 번째로, 나의 모든 곤란한 일을 해결해 주는 구원자요 선한 수호신으로 내 생활에 개입했다. 아마도 모든 사람들의 인생에는 어떤 역할을 맡은 인물들 말고도, 부름을 받지 않고서도 도움을 주기 위해 오는 거의 상징적인 인물이, 미지의 은밀한 원동력의 역할이 틀림없이 존재하는 모양인데 내 인생에서는 동생 에브그라프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유리의 마지막 일기.
이복동생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p484
유리 안드레예비치는 지난날 멜류제예보에서 관찰했던 것을 다시 확인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끌 수 있도록 아름답게 치장을 하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로군.)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녀는 여성의 본질적인 면을 경멸하고 있는데, 그것은 아름다운 자신을 스스로 벌주고 있는 거야. 그렇지만 자신에 대한 그런 도도한 반발심은 오히려 그녀를 열 배나 더 돋보이게 하는군.
그녀는 정말 잣니의 일도 무척 잘하는군. 그녀는 마치 독서가 인간의 고상한 행위가 아니라 동물들도 해낼 수 있는 단순한 것이라는 듯이 책을 읽고 있어. 마치 물을 긷거나 감자 껍질을 벗기는 것처럼.)
; 누군가의 눈에 이런 식으로 비춰질 수 있다니 얼마나 대단한가.
그걸 보는 이도 그렇게 보여지는 이도.
도서관에서 라라를 다시 보고 멀리서 관찰하는 유리의 모습이 라라의 집에 드나드는 그의 모습보다 더 사랑에 근접해보이는 것은 나의 바램일 뿐일까.
p497
... 그것은 삶이 아니라,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로마 시대의 시민 정신이거나 첨단 사상의 하나가 되겠죠. 나는 당신의 영향을 받아서 당신의 목소리로 노래하기 시작했지만, 내가 원하는 바는 아녜요. 당신과 우리는 같은 견해를 갖고 있지 않아요. 막연하거나 한계가 있는 일은 서로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러나 커다란 문제나 인생 철학에 있어서는 상반된 견해를 갖게 될 거예요. ...
; 라라의 남편인 스뜨렐리니꼬프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말.
p498
... 이처럼 끔찍하고 수치스러운 일이 시작된 대학살 시대에, 우리는 분노와 수치와 동정 이외에도 불성실하고 불쾌한 뒷맛이 남는 정신적 공감이라는 무거운 이중의 기분을 맛보았어요.
우상 숭배의 굴레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켰던 많은 사람들과, 지금 사회악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기 위해 헌신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의미를 상실한 구시대의 낡은 명분에 대한 충성으로부터 그리고 자기 자신으로부터 해방될 능력이 없으며, 자기 자신을 극복할 수도 없고, 또 그들 자신이 세웠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좀 더 이해했더라면 훨씬 가깝게 느껴졌을 종교적 기초를 사람들 사이에 소리없이 녹아들게 할 수도 없어요.
물론 여러 가지 박해가 이처럼 무익한 파멸 상태와, 수치스러운 재앙과 자기 희생의 고립을 불러 일으키지만, 그것은 내면적 노쇠와 수세기에 걸친 역사적 권태감 때문이죠. 나는 그들의 반어적인 허풍이나, 군색하고 단조로운 판단력이나, 소심한 상상력이 싫어요. 그건 늙은이가 늙었다고 한탄하는 것이나, 병자가 병이 들었다고 탄식하는 것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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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바라보고 겪어내는 라라의 시선.
멋지다.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본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