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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도서]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저/임호경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큰 글씨 책이라서 697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었다.

읽다가 목 아프면 베게처럼 베고 누웠다가 또 읽기 딱 좋은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부분은 미소가 나왔고 어떤 부분은 화가 났다. 또 그만큼 통쾌하고 슬프기도 했는데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아주 나쁜 사람만 빼고 주요 인물들이 모두 편안하고 행복하게 결론이 나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인생을 많이 살았는데도 너무 슬픈 결말은 몇날 며칠 나를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가볍고 즐겁게, 그러면서도 너무 비극적이지 않게 끝나는 게 좋다.

  소외되고 반항적이며 너무도 철없는 공화주의자 셀레스티네는 홀예르1과 함께 놈베코와 홀예르2를 위기 속에 몰아넣고 힘겹게 한다.

홀예르2의 박사학위 논문 심사날, 놈베코와 홀예르2의 간곡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셀레스티네가 홀예르1을 태우고 차를 몰고나가 스톡홀름 대학에 먼저 도착해서 홀예르2로 착각한 교수가 논문심사를 진행시키는 바람에 일을 망치는 부분은 화가 났다. 홀예르2는 놈베코의 눈물겨운 지원을 받아 힘겹게 공부하고 준비한 논문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학교에서 쫓겨날 때는 가슴이 터질 것같았다.

남아공의 공중변소에서 똥 푸는 일을 하던 어린 놈베코가 글을 익히고 도서관의 책을 읽으면서 지혜를 깨우치고 삶이 점점 더 나아지는 부분은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비록 인종차별 때문에 음주운전 차에 치이는 피해자였지만 차를 조금 망가뜨렸다는 이유로 7년 넘게 원자폭탄을 만드는 엔지니어의 노예로 허드렛일을 하면서도 도서관에서 익힌 지식과 타고난 영리함으로 무능한 조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마침내 살해당할 위기를 모면하는 장면은 우스우면서도 혀를 차게 했다. 양고기 육포와 바뀐 원자폭탄을 홀예르2가 트럭에 싣게 되면서 인연이 되어 스웨덴의 철거예정 아파트에서 함께 하게 된 홀예르12, 셀레스티네, 연구소에서부터 알게 된 중국인 3자매와의 인연들은 요나스 요나손의 스토리텔링 능력의 탁월함을 드러내주었다.

공무원에게 들켜서 불법으로 살던 아파트에서 원자폭탄을 가지고 그네스타에 있는 하리와 마르가레타라는 노부부의 창고까지 가게 된다. 여기서 욕심 많고 꽉 막힌 창고 주인 노파가 불 난 배낭에 호수로 물을 뿌려주지 않고 돈을 요구하는 사이 다이아몬드 원석을 팔아 바꾼 배낭 속의 돈 1960만 크로나는 타서 잿더미가 되었을 때는 놈베코의 꿈이 다 사라지나 싶었다.

 

셀레스티네 할머니의 닭볶음탕, 중국 주석과의 인연, 국왕과 수상이 납치되면서 함께하는 하루 동안의 에피소드, 모사드 요원과의 담판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인물들의 심리를 기술한 부분은 얼굴 턱 밑에서 그들의 세세한 표정 변화를 읽는 것 같았다.

국왕이 흰 소매를 걷어 올리고 닭 모가지를 비틀고 닭을 잡는 모습, 수상이 감자 15개를 훔치러 가는 모습도 재미있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휘발유녀 셀레스티네는 닭피 뭍힌 소매를 걷어 올린 국왕과 구두에 흙을 뭍힌 수상의 소탈한 모습을 보고 <이 개떡 같은 세상을 부숴버려!>당의 당수로서의 신분과 극렬 공화주의자로서의 역할을 내려놓는다.

책을 다 읽은 후 뻐근해진 목을 쉴겸 두꺼운 벽돌 책을 베고 누워 미소 지으며 기분 좋은 기지개를 켰다. 이런 맛에 책을 읽는구나 싶다.

삶에 지친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

이 책은 인생을 가볍고 유쾌하게, 희망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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