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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야

[도서] 로야

다이앤 리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남편과 여덟 살 딸과 함께 캐나다 밴쿠버에서 순조로운 일상을 영위하던 나는 어느 날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다 대형 사고였지만 현장에서 멀쩡하게 걸어 나올 수 있었을 만큼 부상은 가벼웠다 외상이 없으니 회복도 신속할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몸이 나아지지 않자 나는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에 부딪힌다 나는 자신을 한계에 몰아넣은 것이 자신의 취약 부분 바로 부모와의 관계임을 더딘 회복 과정에서 깨닫는다

중년에 접어든 나와 남편은 각자의 고국을 떠나온 지 스무 해가 넘었으며 이들의 나고 자란 가족은 모두 고국에 있다 폭력 가정에서 자란 나는 성인이 된 후 부모와 물리적 거리를 두며 살아왔다 그러다 교통사고로 인해 체력과 정신력이 밑바닥에 떨어지자 위로받지 못한 어린 자신을 만나게 되고 아직도 질기게 연결된 부모와의 정서적 거리를 경험한다 교통사고가 나 자신을 밑바닥까지 가라앉게 한 동시에 의식적으로 지워온 겁에 질린 어린아이를 만나게 해준 셈이다 나의 회복은 이 아이와의 대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지난 세월 동안 나는 상처받은 자신을 위로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상처 준 부모를 이해하는 것에 온 힘을 써왔다 아프다는 소리를 누구에게도 안했다 심지어 자신에게도 한 적이 없었다 참고 이해하는 것이 부모를 사랑하고 자신이 자라는 방식이었다 폭력 가해자였던 아빠는 고인이 되었지만 그의 존재는 여전히 나의 원 가족 삶 속에 있고 엄마는 죽은 아빠를 거듭 끄집어내며 자신의 희생에 대한 보상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나는 폭력 피해자인 엄마는 마땅히 보상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여 무엇이든 아낌없이 주었지만 자신이 밑바닥에 있을 때도 당신을 보살피지 않는다고 퍼붓는 엄마를 보며 지금껏 믿어왔던 피해자와 이분법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1부와 2부로 나뉘어 13장으로 이루어진 소설은 화자의 회복 과정을 따라가며 그 내적 외적 변화를 치밀하게 그린다 엉덩이 밑에서 등 중간까지 굵은 바늘을 꽂아 넣는 것 같은 선명하고 날카로운 최초의 통증 이후 발작 기침과 앞가슴뼈 통증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끔찍한 시간을 지나기까지 나는 현재와 과거 현실과 꿈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들며 숱한 감정의 격랑을 경험한다 이때 현재의 가족인 남편과 딸은 나의 고통을 진정시켜주고 나를 일어나게 하는 힘이라면 원 가족인 엄마 아빠는 신체적 질환 속에서 더 생생히 떠오르는 상처의 근원지다 특히 엄마는 현재 시점에서 화자가 정서적 감정적으로 가장 두려워하고 힘겨워하는 존재다

 

소설은 서사의 상당 부분을 화자가 엄마에게 느끼는 감정 엄마와의 관계에 할애한다 그것은 엄마가 화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소설을 열고 닫는 구실을 하는 것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아내와 자식에게 폭력을 휘둘렀던 아빠는 이미 고인이 되었기에 나로서는 원망도 미움도 떠나보내고 잘 다듬어진 이해와 치밀하게 얽힌 감사만을 느끼는 데 반해 엄마는 여전히 나의 삶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침입함으로써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고국에서 혼자된 엄마는 더욱 가련한 모양새로 죽은 아버지 뒤에 숨어서 책임은 회피하고 권리만을 챙기려 든다

나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엄마가 나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엄마와의 관계에서 나는 늘 말하지 못하는 자이고 엄마는 늘 듣지 못하는 자다 소통이 되지 않는 일방적인 관계는 자주 실망과 염증을 낳고 지친 마음은 자발적 후퇴에서 관계의 철수까지 생각하게 한다 소설의 말미에서 나는 막힌 숨구멍을 틔우기 위해 엄마에 대한 미련을 보내느 듯 싶다가 난데없이 도착한 엄마의 메시지로 인해 보낸 미련을 다시 주워 담는다 엄마는 그렇게 나의 곁에 끈질기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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