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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자서전 1

[도서] 김대중 자서전 1

김대중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요즘 일본 불매운동이 한창이다. 내 사무실 한켠에 있는 일본만화 피규어 장식장도 전지를 붙여서 가려버렸다. 일본을 미워하는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무엇보다 과거에 대한 반성이 없고, 반성을 하지 않는 이유가 다음 세대에게 그릇된 역사를 물려주기 위한 의도라고 다들 느끼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한다. 불과 70여 년 전만 해도 식민지 지배국이었던 나라와 대등하게 성장해서 맞서고 있는 우리나라도 참 대단하지만 이 나라가 있기까지 우리 역사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불의와 맞서 자신의 삶으로 신념을 증거해 왔던 김대중의 자서전을 구입한지 10년 만에 읽어냈다. 그분이 돌아가신지 올해로 10주기가 되는 해이기도 해서 의미가 더 깊다. 대한민국사()의 질곡에마다 빠지지 않고 자리했던 거인의 삶은 역사적, 정치적 의미를 떠나 그 인생 자체만으로도 감동을 준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시기적으로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10주기이기도 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10주기이기도 하면서 즐겨 보는 컨텐츠-웹툰 롱 리브 더 킹’,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에서도 국가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공통적으로 던지고 있어서 이 책, <김대중 자서전>을 읽는 것이 더욱 재미있었다. 여름방학엔 일제 강점기와 김대중 선생의 흔적이 여기저기에 남아 있는 목포 일대로 여행을 다녀왔기에 머리로, 가슴으로, 발로 기억하는 책읽기가 되었다.

 

우리나라 정치인 중 이만큼 평생 핍박받고, 죽을 고비를 많이 넘긴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처럼 심약한 사람은 신념이랄 것도 없이 뜻을 수십 번도 바꾸고 굽혔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정치인으로서의 신념, 종교인으로서의 양심을 행동의 기준으로 삼았다. 사람은 아무도 보지 않지만 하느님을 속이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에 따르는 삶은 얼마나 신산하고 고된가. 2권인 자서전 세트에 1권은 700페이지가 조금 넘는다. 물론 글을 직접 쓴 것은 전문 작가겠지만 구술을 최대한 살려 썼는지 문체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선생의 말을 직접 듣는 것처럼 생생하다. 아마도 방송을 통해 고인의 모습을 많이 보았었기 때문인 듯하다.

 

김대중의 삶을 읽는 것은 우리 정치사를 읽는 것과도 같다. 근대사를 관통한 수많은 사건들을 직접 체험하기도 했거니와 정치의 변화를 가장 먼저, 맨 선두에서 이끌어내 왔기 때문이다. 일제 때는 강제 징병의 위기를 겪기도 했고 한국전쟁 때는 목포 형무소에서 총살을 당할 뻔하기도 했다. 이후 평생을 야당에 몸담으며 독재 정권, 군사정권과 싸우며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중앙정보부에 의해 납치, 암살을 당할 위기에서 미국과 일본의 도움을 받아 극적으로 살아돌아온 건 더 유명한 사건이다. 특히 1971년 총선 지원유세를 위해 차량으로 이동하던 도중 대형 트럭에게 부딪혀 죽을 뻔한 사건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했다. 아니, 그 사건 이후 수많은 영화에서 이 사건을 모티프로 차용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다리는 저시는 게 단순하게 고문 후유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그 사고에서 고관절을 크게 다쳤던 것이 원인이 되고 5.18 이후 사형선고를 받고 복역하면서 악화되어 결국 불구처럼 되고 말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서도 편한 곳이 아니라 여당의 텃밭인 험지에 출마하거나 구태를 개선하기 위해 그리고 국가의 발전과 민족의 통일을 위해 누구보다 가장 많이 토론하고 공부하며 국회 도서관에 가장 많이 찾아간 국회의원이었다. 하지만 이론과 명분에만 매달리지 않았다. 한일 협정을 진행하면서도 명분도 중요하지만 실리를 분명히 챙겨야 한다고 과감하게 주장할 수 있는 용기와 현실감각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러한 사고는 어느 분야에서나 성공하려면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겸비해야 한다.’는 명언으로 남았다.

 

그의 통찰은 그 때 뿐만 아니라 지금에도 유효하다. 최근 조국 전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임명을 반대하며 자유한국당에서 장외투쟁을 하겠다고 나섰는데(청문회에서 검증하면 될 일이지 웬 장외투쟁?), 선생이 3선개헌 반대를 위해 야당에서 등원 거부 투쟁을 했지만 실패한 것을 두고 강경한 것이 겉으로는 선명해 보이지만 때로는 한없이 무책임한 것이었다.”(p199)라고 회고했다. 각종 민생 법안이 국회 의결을 기다리고 있는데 명분과 당파 이익에만 집착해 국회가 열리지조차 못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 갖다붙여도 될 만한 말이다. 선생은 이 경험을 통해 반대만을 위한 반대는 호응을 얻지 못한다, 구체적인 정책과 비전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연구하고 조사해서 내놓는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라의 발전과 민족의 화합을 위한 청사진만이 아니라 그것을 현실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연구를 노년까지 직접 제안하고 공부하고 연구했던 모습은 정치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신념을 어떻게 실천하고 삶을 어떻게 보람있게 살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모범적인 모습이라 하겠다.

 

또한 독재 정권의 핍박으로 정치 활동이 여의치 않을 때 한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구를 순방하며 세계 정세를 냉철히 인식하고, 외국의 민주인사 및 지도자들을 만나 연대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의 현실을 진단하고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한 것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내가 몸담고 있는 교육 분야에 있어서도 한 학교, 어느 지역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 전체의 양상과 세계 변화의 조류를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시야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만 생각해도 한 발을 어느 쪽으로 내딛어야 할지 막막하고 요원한데 국가 전체의 비전을 바라보았던 선생의 시야는 그야말로 거인의 것이라고 하겠다.

 

사실 학교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사람에 대한 희망을 보는 일보다 지치는 일을 더 많이 겪게 마련이다. 그것이 학생에게든, 동료에게서든, 학부모에게서든 말이다. 하지만 선생은 역사가 반드시 진보하며 정의가 승리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 믿음과 더불어 억울하게 희생된 자는 예수 재림의 그날 구원받을 것이라는 종교적 신념도 함께 했다. 세상의 악과 폭력은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완성의 과정이라고 생각했기에 자신을 향한 그 많은 고난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이다. 사형 선고를 받고 6년을 감옥에 갇혀 하루에 열 시간씩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6년을 책을 읽는다면 그 인간이 몇 단계나 성장할 것인가. 군사정권은 자신들의 과오를 뒤치다꺼리할 다음 세대의 지도자를 감옥에서 고이 길러온 셈이다. 선생 역시 훗날 그 시절의 독서와 사색들이 국가 경영의 뒷받침이 되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그 시간 동안 선생이 올린 기도 가운데 가장 와닿는 것은 제가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를 주시고, 제가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은 평온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라는 것이었다. 이 훌륭한 사람도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내가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구나. 수십 년 전 옥중에서 나온 말에도 위로를 받는다.

 

그러나 이 시기 혼자만의 힘으로는 그 시간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혼자서 가정과 아이들을 건사하며 민주화와 여성 운동을 이끌고 게다가 매일같이 편지를 써서 서로를 위로했던 이희호 여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내의 옥바라지야말로 그 삶을 견디게 해 준 산소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올해 영면하신 이희호 여사와 편안한 곳에서 부디 편안한 삶을 함께 보내시길 바란다. 그 시간 동안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옥중서신>은 그런 면에서 인간 김대중의 성장 기록이면서 위대한 사랑의 기록이기도 하다. 말년의 취미가 되었던 꽃 가꾸기에 대한 묘사도 인상적이다. 꽃과 자식은 가꿀수록 아름다워진다고 하며, ‘나는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없음을 탄했지만 꽃들은 내 작은 뜰을 한세상으로 여기며 웃었다. 꽃은 내 속으로 들어와 가만가만 시름을 닦아 주었다.(p505)’

 

<김대중 자서전> 1권은 드디어 19971218일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장면에서 끝난다. 이미 그 시절을 지나왔으니 그 시절 나라가 망했다며 온 국민이 힘겨워했던 IMF라는 시대적 위기와 신자유주의의 물결 그리고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2002년 월드컵, 그리고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노벨평화상 수상 등 정치적 사건들에 대한 대통령으로서의 이야기가 2권에 이어질 것이다. 1학기 동안 1권을 읽었으니 2학기 동안에 2권을 천천히 읽어볼 생각이다. 이 시간과 책읽기가 다하고 나면 나는 또 어떤 생각의 가지를 더 뻗게 될까.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는 것은 이렇듯 언제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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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책읽는베토벤

    2학기에도 멋진 남편, 멋진 아빠, 멋진 선생님, 무엇보다 멋진 자신을 확인하면서 보내시기를 빌어 드려요.

    2019.08.20 12:59 댓글쓰기
    • 고맙습니다!! 2학기엔 좀 더 책을 읽어보려고요.^^

      2019.08.21 10:54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