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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재난에서 살아남는 법

[도서] 거의 모든 재난에서 살아남는 법

성상원,전명윤 공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재난을 겪기 전과 겪은 후의 사람은 분명 달라진다. 나 역시도 그렇다. 어릴 땐 버스 뒷좌석에 꼭 앉아서 버스가 덜컹거릴 때 몸이 튀어오른 후 내려오는 그 짜릿한 느낌을 즐기기도 했고 놀이기구도 제법 탔었다. 하지만 고1 때 수학여행을 갔다가 친구 열 명이 죽는 사고를 경험하고 난 뒤 놀이기구는 커녕 버스 뒷좌석에 앉지도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교사가 된 지금, 아이들을 단체로 버스에 태워서 어디론가 가는 체험학습을 출발할 때면, 아이들이 모두 안전벨트를 매었는지 손으로 직접 일일이 잡아보지 않으면 출발도 하지 않는다. 유리창을 깰 수 있는 빨간색 망치도 당연히 확인해야 한다. 케이블 타이로 묶어놓은 버스도 있어서 그걸 끊느라 기사 아저씨와 실랑이를 한 적도 있다. 내가 담임을 맡은 반 아이들은 일년에도 몇 번씩 그런 얘길 들으니 지들도 먼저 버스를 타면 그걸 확인하곤 한다. 지금은 학생부장이 되어서 전 학급을 다 점검하니까 매번 출발이 좀 늦어지기도 한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다치거나 죽고나서 후회해봐야 시간은 돌릴 수 없고 상처는 오래 남는다. 미리 대비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데 안 하고 후회할 따름이다. 수시로 닥치는 재난에 대한 두려움 역시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무엇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 지를 모르고, 그리곤 곧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는다. <거의 모든 재난에서 살아남는 법>은 필자들의 실제 경험과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각종 재난 상황에서 '반드시'는 아니지만 그나마 '최선'의 방법으로 살아남는 법을 말해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활 속 도처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사고와 그 대처 방법에 대해 훨씬 많이 알게 되었다. 덕분에 차량용 소화기도 몇 개 더 구입해서 아내와 내 차에 비치했다. 이제 남은 건 생존 배낭을 꾸리는 일이다. 이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에 아내와 상의해서 통조림과 비상시에 먹을 물 같은 걸 좀 마련해뒀다.(사재기 아님) 그런데 그걸 마냥 보관하는 게 아니라 한달에 하루 정도 주기적으로 먹어서 없애고 그 자리에 새것을 채워두는 게 요령이라는 것도 배웠다. 


<생존배낭>

1. 식량 : 1인 기준 3일치 7끼(하루 2끼 * 3일치 + 예비용 1끼), 물 3리터.

2. 위생용품 : 식구 수만큼의 칫솔, 여성 위생용품, 20리터 쓰레기 봉투 10장 이상(용변 처리용), 100장짜리 물티슈 2팩 이상, 휴지 1롤, 

3. 구호용품 : 마스크, 청테이프, 호루라기, 야광봉, 복용 중인 약품 모두, 가족 수만큼의 안전모

4. 피난용품 : 랜턴, 체온 유지 시트, 1인당 침낭 1개, 휴대용 라디오, 휴대용 소형 소화기, 속옷과 겉옷 한 세트, 우비, 방수팩에 든 성냥, 핫팩, 예비 건전지, 라이터, 은박 담요

5. 생활용품 : 버너, 아기용품, 72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5천원 권 이하 소액권 현금, 장갑, 수저, 책, 상세한 지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퍼즐 등 놀잇감, 멀티툴


우리 아이들에게 반복해서 가르쳐주고 있는 것도 있다. 낯선 사람이 말을 걸 때 혹시나 모를 성범죄나 유괴를 피하기 위해서, 낯선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니 "저는 잘 몰라요. 저기 지나가는 분한테 물어보세요.", "우리 부모님은 우리를 낯선 사람들에게 데리러 오라고 할 리가 없어요.", "저는 이 사람 모르는데 저를 끌고 가요. 거기 키 큰 아저씨 도와주세요." 등의 말을 연습시키고 있다. 


안전이란 결코 영원할 수 없는 상태(safety is never a permanent state of affair)라는 대사가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나온다고 한다. 절대 동감이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이렇게 길게 큰 전쟁이 없었던 시절이 없었다는데, 인간이 초래한 환경 오염으로 자연 재해의 규모도 무시무시해지는데, 그런 속에서도 자연보다 동물보다 사람이 제일 무서운 세상이 되어가는데 어떻게든 잘 될 거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사는 건 내 인생과 가족에 대한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언제 내 생활을 파괴할지 모르는 재난의 종류에 대해 알고, 그에 대한 준비까지 미리 할 수 있다면 이만큼 싼 평생보험이 없겠다. 


(덧붙임)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미래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건강한 신체라고 했는데 이 책에서도 역시 재난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고 상황이 복구될 때까지 최대한 일상과 가까운 상태를 지속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이 체력이라고 강조하면서 미국 특수부대 네이비 실의 체력 기준을 실어놓고 있다. 그들만큼 강인해져야 한다기보다는, 30~40대라면 그 체력기준의 최소 기준을 최대 목표치로 잡는게 현실적이라는 말이다. 


500야드 수영(25미터 실내수영장 18번 반 왕복) : 12분 30초 /  끝나고 10분 휴식

팔굽혀펴기(2분) : 42개 / 끝나고 2분 휴식

윗몸일으키기(2분) : 30개 / 끝나고 2분 휴식

턱걸이(시간 제한 없음) : 8개 / 끝나고 10분 휴식

2.4km달리기 : 11분 30초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은, 개인적 차원에서만 재난에 대비하는 방법을 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향성까지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인 문제의 해결 과정은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할 위협'으로 생각하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이 주제들에 대한 해결 방안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만큼 궤변도 많이 나올 것이다. 사회적 안전을 유예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이는 역으로, 대중이 안전하지 않은 상태에 있어야 이익을 취할 수 있었던 것이 누구인지 드러낼 것이다. 결국 그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한국 사회가 더 안전해질 것인가 아니냐를 결정지을 것이다.(p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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