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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삶을 결정하는 것들

[도서] 당신의 삶을 결정하는 것들

아서 클라인만 저/이정민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살다보면 누구나 자신의 의지나 원하는 바와 상관없이 어떤 결정을 내려야할 때가 있다. 그렇더라도 보통은 자신의 도덕적 가치관 안에서 허용 가능한 방향으로 선택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전쟁이나 질병, 사회적인 상황이나 정치적인 입장이라는 특수하고 불가항력적인 한계와 마주했을 때는 어떨까? 이런 경우 자신의 도덕적 가치관을 지켜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나 가족의 신변이 위협받거나 자신의 인생이 걸린 중요한 결정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어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도덕적 가치관을 지켜나가는 것이 가치 있는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와 고찰을 해볼 수 있도록 임상 경험으로 만났던 사람들 7명의 사례를 바탕으로 도덕적 가치관의 중요성에 대해서 풀어냈다.

 

저자는 50여 년간 정신의학과 의료 인류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연구 성과를 거둬왔으며, 현재 하버드 대학 인류학과 교수이자 하버드 의대 사회학과에서 정신의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임상 경험을 통해 도덕적 가치관이 삶의 중요한 가치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책은 그 중에서 선별된 7명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도덕적 사고와 책임에 대해서 풀어가며 도덕적 가치관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도덕적 가치관을 윤리적인 관점에서 이론적으로 논할 수는 있겠지만, 정작 자신의 삶을 기준으로 풀어낸다면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가치에 직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책에 담긴 실제 삶을 분석한 새로운 틀을 활용한다는 것은 현재와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간접적이지만, 허구가 아닌 실제적인 타인의 경험에 이입하여 도덕적인 삶과 결정 그리고 그 영향에 대해서 사유하고 통찰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 자신에게 소중한 가치를 지키려다 인간성을 파괴하는 잘못을 범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그것이 정의라는 이름의 딱지를 붙인 보복과 복수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위협받는 상황에 놓이더라도 자신과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일이다. 하지만, 전쟁 상황일 때는 어떤가? 전쟁터에서는 살인이 상식이다. 자신의 선을 위해서 상대를 죽여야 한다면 이것은 진정한 선일까? 자신의 도덕적 가치관에 위배되는 원치 않는 상황이지만, 전쟁에서는 폭력을 강요받게 된다. 
이 책의 첫 번째 이야기에 소개된 윈스럽 코헨은 전쟁 중에 경험했던 수많은 살인과 함께 특히 비무장의 적군 군의관을 죽인 죄책감에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의 삶과 시대를 구성하는 윤리적 뼈대에는 희망을 보여주는 요소가 많았다는 점이다. 악행에 가담한 사실을 자각하고 인정하려는 준엄한 책임의식, 끊임없이 후회하고 자책하려는 의지, 회개는 불가피하다는 일관된 그의 태도에서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그의 도덕적 용기, 세계와 자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려는 엄숙한 지조에서도 희망이 보인다. 윈스럽은 자신의 영혼을 지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은 셈이다. 저자는 엄청난 위험과 불확실성이 내재하는 세계에서 그와 같은 희망의 조각들이 인간의 조건을 살 만한 것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말한다.


한편으로 신념과 욕망 중 선택해야하는 상황이라면 과연 무엇을 택해야 좋을까? 누구나 한번 이상 갈등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얀 박사의 이야기는 이와 같은 결정에 따른 삶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는 중국의 정치, 문화, 사회적 혼란의 역사 한 가운데에서 생존해왔다. 그와 같은 위기의 시대에서도 자신의 도덕적 가치이자 신념을 지키며 살고자 노력했다. 그는 자신의 가족을 위험으로 몰아넣고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친구의 배신으로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그 친구의 밀고가 발단이 되어 끌려간 아내마저 끝내 목숨을 잃었다. 그는 자녀들과 가까스로 버텨오다가 다시 이전의 위치로 복권될 수 있었다. 이후 친구에게 복수할 수 있는 기회의 순간을 맞이했지만, 그는 복수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 친구를 용서할 수는 없었지만, 이를 통해 화해의 길을 열어주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훗날 그 친구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 또 다시 얀 박사의 도덕적인 신념을 꺾으려 들었다.
얀 박사의 사례는 과감히 보복의 악순환을 끊고 도덕적 사고와 책임을 보여주는 특이하지만 굉장히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 그는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에서도 폭력에 동조하지 않고 좀 더 희망적인 결과를 낳는 방법을 모색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도덕적 삶을 통해 인간은 자신이 누구이고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 인식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뿐만 아니라 어떻게 해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함께 개선해나갈 수 있는지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도덕적 삶은 불완전한 정치와 사회체제, 개인의 욕망이라는 한계를 지닌 인간 경험에서 없어서는 안 될 윤리적 필요라는 것이다. 이 책에는 위와 같은 상황 이외에도 헌신, 종교적 신념, 치명적인 위기, 용기 있는 삶 등의 주제를 바탕으로 다양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왜 도덕적 삶이 의미가 있는지, 도덕적 가치관의 존재론적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이 책에 소개 된 여러 이야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위험하고 불확실한 세상을 받아들이고 준비한다면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삶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거 조상들의 독립운동처럼 어떤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어두운 현실을 직시한 용기가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냈듯이 말이다. 반면에 우리에게는 정당하고 영웅적인 항일투쟁운동이 당시 일본에게는 테러로 여겨졌을 것이다. 이처럼 양쪽 입장의 갈등에 따라 명확한 도덕적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이 때로는 복잡할 수도 있다. 도덕적인 가치관을 지키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 된다고 보장할 수는 없겠지만, 삶의 측면에서는 충분히 가치가 있을 수 있다. 도덕적 가치관을 지키며 삶을 살아간다면 놀랍게도 공포에 맞설 경우 오히려 공포를 극복하고, 지금까지의 도덕적, 정신적 배경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사고하게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의 가치관이 충돌하면 각각의 입장에 따라 갈등과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삶은 전혀 다르게 펼쳐지게 된다.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의 삶처럼 말이다. 비록 나의 삶이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삶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순간에서 소중한 통찰을 제공해주리라 기대한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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