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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불행이 닥쳤을 때, 그 불행의 원인을 자기 자신 속에서 찾으려고 애쓴다. 그 불운이 설령 자기 자신의 행동이나 마음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을 때에도, 그것을 자신이 의식 혹은 무의식 중에 저지른 어떤 죄와 연관된 벌로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띠모떼오의 기억 속에서 그를 죄의식에 빠뜨리는 존재는 이딸리아라는 한 여인이다. 플래시백으로 제시되는 띠모떼오의 기억들은 율리시스의 모험을 떠올리게 한다. 낯선 곳에서 갑작스런 자동차 고장으로 고립된 띠모떼오에게 친절을 베풀며 다가오는 이딸리아는 율리시즈가 대적해야 했던 요물들의 기괴한 외모를 닮았지만, 사이렌의 노래처럼 뿌리칠 수 없는 매혹을 가진 존재이다. 그의 궁색한 변명처럼 더운 여름 연달아 들이켠 보드카 때문인지, 아니면 운명적 이끌림 때문인지 그는 그녀를 강간하고 만다. 그리고 그는 서둘러 범죄 현장인 폐허 같은 그녀의 집을 빠져나가 자신의 일상으로 복귀한다. 이 영화에는 성서적인 모티브들이 요소요소에 배치되어 있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반복적으로 제시되는 십자가의 형상이다. 안젤라가 사고를 당하는 곳도 십자로이며, 띠오떼모가 처음 이딸리아를 강간하게 될 때 기울어져 있었던 십자가는 이후 그의 손에 의해 바로 세워지며 둘의 관계가 폭력에서 사랑으로 전환됨을 알려준다. 그리고 딸의 회복을 기다리며 창밖을 내려다본 띠모떼오가 빨간 구두를 신은 이딸리아의 환영을 보게 되는 것도 역시 병원 안에 있는 십자통로이다. 감독은 자신의 아내인 마거릿 마잔티니의 원작을 영화화하면서 중년 남성의 상처입은 내면을 어떠한 도덕적 판단도 유보한 채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감독은 중산층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 철저하게 희생된 이딸리아를 운명론적 사랑 속에 가둬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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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