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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Nez입니다

[도서] 나는 네Nez입니다

김태형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조향을 소재로 쓰여진 문학인가, 향수를 팔기 위한 긴 빌드업인가?




기억이 있는 한 알러지성 비염과 함께 살아온 인생이기에 내게 '조향사'라는 말은 유니콘과 같다. '그런게 존재한다더라!' 가까이 가면 무엄한 후각으로 다가오지 말거라! 하며 주사기로 찌르는 거 아닐까하는 근거없는 두려움이 드는.

그렇기에 아버지가 아노스미(후각 상실증)인 조향사의 책이라니 소개만으로도 매우 궁금해졌다. 이 책을 읽어봐 넌 냄새 잘 맡게 되고~ 같은 기대로 읽어내려간 책은 내게 '아니Non.'라고 답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아름다웠다.



보통 이런 식의 '직업인'의 책이 따라가기 쉬운 구조인 시간의 흐름에 따른 결심-노력-고난-좌절-사랑-성공... 의 흔한 길을 따라가지 않고 그에게 향이 무엇인지, 그를 통해 본인 스스로에 대해서 탐구하는 과정을 함께 좇아간다.

얼핏 보기엔 도대체 이게 서로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은 토막글들은 마치 몽타주 기법의 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향과 향이 야기한 삶의 기억들이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펼쳐진다. 상상력을 발휘해야한다. 배가 고파지도록. 읽는 것은 글인데 펼쳐지는 것은 장면이고 묘사하는 것은 향기이다. 풍성하다.

그러다보면 중간즈음 나오는 사진들이 내가 혼자 그렸던 풍경들과 얼마나 비슷한가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그렇게 '감성컷'을 지나면 종내엔 작가의 향수 세 가지를 소개하는 길에 이르게 된다. '누구에게나 향기로 기억되는 거리가 있다' 1,2,3. 그리고서는 137페이지에서 작가의 글이 끝난다. 이후 142-304페이지까지가 향수 관련 용어 소개이다. 

물론 향수 용어가 중요하고 용어 자체도 작가가 다듬은 것이라 의미가 있으며 글에 몰입하게 하기 위해 2부로 구성했다고 해도 의아한 것이 에세이집인데 용어 소개 분량이 조금 더 많다. (130p VS 162p) 와중 에세이에서도 작가의 향수/아뜰리에 소개가 20페이지 정도(114~137, 23p)임을 감안하면 더 아쉬워지고 마는 것이다. 


너무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제목은 얼마나 영리한가! 불란서 말인 le nez는 '코'라는 뜻과 동시에 인정받는 조향사를 말하기도 한다니. 야심을 드러내는 제목처럼 책의 구성에도 야욕이 느껴진다.

조향사라는 직업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도 어필하고(향수 용어 소개)

예술가로서의 표현도 잡고('차례'를 날짜로만 묶을 수 있을 정도로 글 소재는 중구난방-전방위적이다.)

전개하고 있는 제품과 브랜드에 대해서 소개하고 가치도 올리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으로 기억하는 작가의 삶의 조각들을 따라가는 길은 아름다웠다. 일견 형식을 파괴한 - 일기장에서 무작위로 발췌한 것 같이 보이는- 영화같은 글들이 사진보다 사랑스러웠다. 그러니 그 아름다움이 긴 혓바닥이 아니냐는 나의 불쾌한 추측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작가는 어서 두 번째 책을 내야 하겠다. 장인은 작업으로 이야기한다지만 글을 기대하지 않기엔 안타까울 작가이기도 하니 꼭 내주시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Yes24 리뷰어클럽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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