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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밤

[도서] 긴긴밤

루리 글,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아프리카 초원에서 펭귄, 코뿔소가 알을 키우는데 눈물이 날 정도로 슬픈 소설.

  멋모르고 이 책을 지하철에서 펼쳤던 것이 생각난다. 책을 보며 눈물을 그렁그렁거리는 나의 모습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 눈빛이란... 그런데 소설 등장인물이 이상하다. 아프리카 배경으로 추측되는데 펭귄, 코뿔소, 코끼리가 나오고 생뚱맞게 알을 키운다. 등장인물, 아니 등장 동물만 보면 소설의 개연성을 파악하기 힘들지만, 막상 읽으면 읽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 이상한 소설이다.

이 책에 나오는 동물들은 다들 끈끈하다. 단지 옆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최선을 다하고 헌신한다. 같은 공간에서 같이 숨 쉬고 있고 같이 존재하기에 그들은 가족이고 친구이고 이웃이 되고 우리라고 부른다. 그 가족, 친구, 이웃이 되기 위해 댓가나 이해가 필요하지 않다. 또 어떤 모습이든 어떤 차이가 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같이 존재하기에, 옆에 있기에 그들은 우리가 되고 눈으로만 이야기해도 알아듣는 사이가 되고 서로에게 기적이 된다. 이 책은 우리와 공동체를 그려내고 공동체를 이루는 우리의 무한한 헌신을 써 내려가고 있다. 그들의 서로에 대한 헌신은 자기 입장이나 이익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바보같이 느껴지나, 그렇기에 더 가슴을 울려댄다. 사실 이 책은 어린이보다는 어른에게 더 큰 울림을 준다. 어른일수록 우리라는 소속감과 그 우리들이 헤어짐과 상실에 대한 많은 경험이 있으며 그 경험들에 비례해서 우리를 가슴 아프게 한다.

한 걸음 떨어져 소설의 서술적 측면을 보면 작가는 사람이 아닌 동물을 소재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코끼리, 코뿔소, 펭귄의 전형과는 조금 다르나 동물만의 본능과 지혜로움을 적절히 섞어 큰 이질감이 없다(오죽하면 아프리카 한가운데에 펭귄이 나오는데 스토리가 어색해지지 않겠는가?). 또 독특한 시선에서 바라보는, 때론 위에서 때론 아래에서, 때론 특정 동물의 시점에서 그려진, 그러면서도 감정 전달을 위해 꼭 필요한 삽화를 넣어 글자에서 오는 감정을 더욱 증폭시킨다(삽화 또한 작가가 그렸다는 것에 탄복할 따름!). 더불어 소설 내내 놓을 수 없는 긴장감 넘치는 전개, 등장인물에 탄탄한 설정과 배경 설명으로 주인공들이 헌신하는 모습에 억지스러움보다는 당연함이, 바보스럽기보다는 그 진심이 잘 읽혀 그들이 주는 울림은 배가 된다.

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동시 수상작인 5번 레인을 읽었을 때 도대체 어떤 책이 이 책과 같이 받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을 접하니 왜 동시 수상을 할 수밖에 없는지 이해가 갔다(개인적으로 5번 레인은 아이들과 같이 이야기를 하나하나 나열하고 분석하고 싶은 퍼즐 같은 소설이고 긴긴밤은 그 자체로 온전히 즐기고 싶은 풍경화 같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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