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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도서]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태 켈러 저/강나은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재작성 후기>

여러 번 봐야 제대로 눈에 들어오는 책. 특히 한국인이라면!

 

솔직히 표지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아는 전통적인 호랑이의 이미지와 너무 거리가 멀었다. 마치 요정처럼 생긴 익숙지 않은 호랑이. 책 내용 또한 내가 아는 한국 문화와 거리가 멀었다. 표지와 마찬가지로 내용에서 그려진 호랑이는 한국 사람들이 아는 그 호랑이와 거리가 멀다. 동물들을 호령하는 산중호걸이 달리 날렵하고 우아하게, 비밀스럽게 등장하는 호랑이. 김치 식이요법을 하며 거래를 제안하는 모습. 수호자의 모습보다 추격자의 모습을 한 호랑이. 이외에도 고사, 약초, 지하실 등 할머니의 집과 할머니의 말투는 정말 어색하다. 마치 중국 사람이 한국에 와서 자장면을 먹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느낌이랄까?

책모임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많은 분이 이렇게 문화적 이질감 때문에 책에 집중할 수 없었다고 했다. 어쩌면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이야기라 검열이 더 강했던 것 같다. 문제는 이 문화 검열 때문에 나는 책에서 진짜 그리고자 했던, 책이 주었던 큰 울림을 느끼지 못했다. 문화에 대한 것들을 조금 제쳐두면 책에서는 많은 것을 다루고 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넘어와 겪는 이민자의 모습을 호랑이와 소녀의 심장을 모두 가진 여인이라는 옛이야기로 상징적으로 다루었다. 또 자신을 투명 인간으로 여겼던, 스스로 조아여(조용한 아시아 여자아이)라고 여긴 소녀의 성장을 그려내었다(결국 그녀는 안 보이는 것을 볼 수 있는 여자아이가 되었다!). 할머니와의 추억담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 이민자, 성장, 가족의 모습 등 많은 것들이 녹아있는 이야기. 나는 단지 내가 알고 있는 우리 문화와 다르다는 점에 집중하다가 이것들을 대부분 놓쳤다. 그리고 두 번째 읽으면서, 다른 독자들과 기핑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편견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었다.

 

다시금 생각해보면 내가 생각하는 우리의 전통문화또한 우리나라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것이다. 문화 자체가 생명력이 있으며 끊임없이 변하기에 고정된 모습 또는 정답은 없다. 그러니 미국으로 건너간 문화, 미국으로 건너간 호랑이 또한 그 자체로 생명력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환경에 맞게 변하는 것은 당연한 일. 내가 보기엔 어색했던 호랑이가, 미국 사람들이 보기에도 낯선 호랑이가 어쩌면 이민자들의 모습을 그려낸 것일 수도 있겠다. 이런 그들의 모습을 내 머릿속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오히려 그릇된 것이 아니었을까?

 

자칫 알량한 문화적 검열과 비평을 위한 이야기 해석으로 좋은 작품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지나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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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심장과 인간의 심장을 동시에 가진 소녀. 할머니(Halmoni).

 

호랑이가 그려진 표지를 보고 한국 작가가 쓴 이야기라고 지레짐작했다. 호랑이야말로 우리나라를 상징하며 전래동화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동물이다. 산중 호걸, 당당함과 존재감, 용맹하면서도 가끔 엉뚱하고 바보 같은 모습. 수호자의 모습. 하지만 영미권 작가가 쓴 호랑이 이야기 속 호랑이는 내가 간직하고 있는 이미지와 달랐다.

 

이야기 줄거리는 투명 인간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소녀의 시점으로 그려진다. 캘리포니아에서 하와이로 떠나 할머니 집으로 이사 가는 도중 호랑이를 마주하는 소녀. 그때부터 소녀는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며 호랑이로부터 할머니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유리병 속 이야기에서 저주에 걸린 호랑이 여인이 자신의 할머니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할머니의 끝을 함께하며 할머니를 추억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온 마을 사람들과 떡으로 고사를 지내는 그녀. 단순히 줄거리만 보면 판의 미로와 비슷해 소녀의 상상과 현실이 부딪히는 지점에서 조금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소녀의 상상 속에는 현실을 빗댄 상징이 들어있다.

 

주인공 할머니(Halmoni)는 이민자다. 한국의 시골 마을에서 살다가 엄마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온다. 그녀는 전통을 지키면서 낯선 문화와 환경에 적응하려고 힘쓴다. 호랑이(한국)의 심장과 소녀(미국)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이야기로 그려진다. 호랑이의 모습을 싫어하는 것 같은 그녀였지만 점차 호랑이의 모습도 꽤 좋아했다는 이야기 속 호랑이 여인은 자신을 버린 엄마에 대한 분노와 낯설게 보는 자신이 싫었던, 하지만 자신이 나고 자라 익숙한 그 전통을 버릴 수 없는 이민자, 할머니(Halmoni)의 모습과 같다.

 

직접 다루었다면 무겁고 힘든 주제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소녀의 상상과 유리병 속 이야기로 풀어내 이민자의 모습은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전래동화의 은유와 상징이 때론 직접적인 가르침보다 큰 여운과 깊은 감동을 주는 것처럼...

 

솔직히 읽는 내내 바뀐 호랑이의 모습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전래동화 속에서 당당하고 존재감 있는 호랑이의 모습과는 달리 날렵하고 우아하게, 비밀스럽게 등장하는 호랑이. 김치 식이요법을 하며 거래를 제안하는 모습. 수호자의 모습보다 추격자의 모습을 한 호랑이. 이 소설에서 그려낸 호랑이는 서양의 요정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이 호랑이의 모습조차 본연의 모습을 일부 간직하며 미국의 문화에 맞게 적응하는 할머니(Halmoni)처럼 보여 묘한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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