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엔 늘 후회가 뒤따른다. 그 일을 했더라면 혹은 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그 사람을 붙잡았더라면, 다른 전공을 택했더라면 등 다양한 후회가 그림자처럼 따라붙어 사람을 계속 뒤돌아보게 만든다. 여기 그중에서도 후회가 극에 달아 삶이 온통 후회로 가득한 사람이 있다. 노라 시드. 그녀는 가족, 친구, 일, 모든 게 후회스럽다.
노라가 올림픽 수영 메달리스트가 되길 바랐던 아버지와는 수영을 그만두겠다고 말한 뒤로 관계가 소원해졌다. 아버지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돌아가시자 이것도 후회로 남았다. 노라의 자존감을 시도 때도 없이 갉아 내리던 엄마는 몇 년 전 투병 끝에 돌아가셨고, 오빠 조와는 같이 하던 록밴드를 그만 둔 일로 틀어졌다. 결혼 후 시골에서 같이 펍을 차리자던 남자친구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자던 친구와의 약속도, 키우던 고양이마저도 모두 지키지 못했다. 자책과 우울, 외로움과 슬픔에 짓눌려 그녀는 죽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자살을 선택한 노라가 가게 된 곳이 삶과 죽음 사이에 있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이다. 이 도서관에 꽂혀있는 책들은 특별하다. 노라가 살았을 수도 있는 모든 삶이 책에 담겨있다. 그녀가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무수히 많은 미래가 파생되는데, 그 당시에 다른 선택을 한 노라의 삶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바로 책이다. 올림픽 수영 메달리스트, 세계적인 록 스타, 빙하학자, 와이너리 주인, SNS 스타 그 어떤 삶이라도 다 가능하다. 노라는 이제 또다시 선택해야 한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갈 가장 완벽하고 가장 행복한 삶을 찾아서 말이다.
줄거리를 보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후회를 되돌려 인생을 리셋하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든다. ‘역시 그때 다른 선택을 한 노라는 잘 살고 있네. 부럽다’라고 생각해야할까? 정답은 아니다. 우리에겐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같은 환상적인 공간도 없을뿐더러 과거에 했던 선택을 바꿀 초능력도 없다. 그럼 지금 여기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작가는 노라가 좋아하는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을 빌려 메시지를 전달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이다.’
다시 말해 지금 내 인생을 어떻게 바라봐야하냐는 것이다. 시궁창에 빠져 냄새나는 오물에 절여진 회생 불가능한 쓰레기 인생으로 바라볼 것인지, 빛나는 미래로 나아가는 중에 태풍을 만나 잠시 쉬어가고 있는 멋진 항해로 볼 것인지는 오로지 나에게 달렸다.
올림픽 수영 메달리스트, 세계적인 록 스타, 빙하학자. 노라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통해 살아본 온갖 삶들은 사실 모두 그녀의 잠재력이다. 그녀의 삶 일수도 있었던 또 다른 멋진 삶은 그녀가 품고 있던 무한한 가능성의 미래였다. 다른 선택을 내린 다른 삶의 내가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다면 현실의 나 또한 성공할 수 있다. 멋지게 살고 있는 그들이 모두 ‘나’이다. 엉망진창으로 꼬여 인생이 무가치하게 느껴질 때면 항상 떠올리자.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나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다른 삶 속에 성공한 내가 바로 그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