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이옥남 할머니께서 30년 넘게 적어오신 일기를 손자가 책으로 엮은 것이다. 내용은 단출하다. 농사이야기, 자식이야기, 동네사람들 이야기, 봄 여름 가을 겨울 해마다의 일과가 들어있다.
할머니들은 저마다 기구한 사연 하나쯤은 가지고 계신다. 이옥남 할머니도 마찬가지다. 열일곱에 이 마을로 시집와서는 시집살이를 호되게 겪으셨다. 시어머니가 머리 끄댕이를 잡아끌고서 느이 집으로 가라고 내쫓아도, 남편이 바람나서 집 밖으로 나돌아도 할머니는 어김없이 밭에 나가 일을 하셨다. 집에 정을 붙일 일 하나 없으니 하루 종일 김매고 곡식 영그는 거 바라보는 게 낙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그렇게 시가 식구들이 하나둘 다 돌아가신 뒤에야 도라지 판 돈으로 공책을 사서 글을 쓰기 시작하셨던 것이 30년 넘게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자식들 이야기하시는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자식 이야기를 하실 때면 글에서 기쁨, 슬픔, 쓸쓸함, 섭섭함, 미안함 등 온갖 감정이 나타난다. 자식네가 찾아오는 것만으로도 기뻐하시다가 자식네들이 집으로 돌아가면 적적해진 집 안에 가만히 누워 쓸쓸해하신다. 또, 없이 살아 자식들에게 해준 게 없다고 슬퍼하시고, 딸들이 사다 주는 사탕 한 봉지에도 고맙고 미안해하신다. 그리곤 늘 곁에 없는 자식들을 그리워하신다.
우리 자식 된 입장으로서 그 마음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냐마는 어미의 마음을 한 자락씩 엿볼 때마다 먹먹해지고 죄송스러워진다. 할머니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