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상사가 있다고 상상해보자. 상사는 항상 사소한 일에 꼬투리를 잡으며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그런데 요즘 그 잔소리가 점점 선을 넘는다. “누가 이렇게 하라고 했어. 너 돌대가리야?”, “느려 터져선 말이야. 사람이 좀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지. 그러니까 네가 살이 찌는 거야. 이런 거 보면 꼭 가정교육 못 받은 티가 나요.” 이런 말들로 당신을 위축시킨다. 참다못한 당신은 욱하고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순간 주먹을 휘둘렀다. 아뿔싸. 당신은 상사에게 폭력을 가하고 말았다. 이는 명명백백히 당신이 가해자인 폭력 사건이다. 그렇다면 반대도 생각해보자. 이 사건의 피해자인 상사가 가해자인 당신에게 한 말은 폭력일까 아닐까.
갈등은 사람을 성장시킨다. 흔한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가며 성장하듯 우리도 갈등을 겪으며 인격을 발달시킨다. 하지만 이 갈등이 일방적인 것이라면? 힘의 불균등으로 한 쪽이 힘없이 받아들이기만 해야 한다면? 이는 폭력이 된다. 한 사람의 자존감과 정체성만 위협할 뿐, 사람이 발전하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불평등한 갈등이 유발하는 폭력은 항상 가까이에 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또는 병원에서.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정신적 폭력이 일어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피해자는 늘고 있다. 감정폭력 피해자는 끊임없이 자책한다. 내가 그때 이렇게 행동했더라면,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니었더라면 하면서 문제를 자기 탓으로 돌린다.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날 수 없어 더 깊이 매몰된다. 도저히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저자는 이런 피해자에게 ‘올바른 자기 연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커다란 이해심을 갖고 필요하면 용서를 해주는 상냥한 태도로 자신을 대할 때 자기 연민이 생긴다. 그렇게 되면 스스로를 위하는 일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일인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무언가를 이루어서가 아니라 내 존재 자체로도 충분하다.”
우리는 감정 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내가 의미 없이 뱉은 말이 누군가에게 큰 상처로 남을 수 있고, 또 누군가가 가볍게 던진 농담이 나를 눈물짓게 만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실없이 뱉은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지만, 앞으로는 경각심을 가지고 조심해서 말할 필요가 있다. 혹여나 반대로 내가 감정적으로 시달리고 있다면, 나에게 이해심을 선물해주자. 다그치지 말자.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잘못은 피해자가 하지 않았다. 잘못은 가해자가 폭력적으로 던진 말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