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시리즈는 ‘취향’에 대한 에세이 모음집이다. 그중 목욕탕 애호가, 술 애호가에 이어 스릴러 애호가를 만나게 됐다. 저자는 이미 애호가를 넘어서 스릴러 전문가에 더 가까운듯하지만 말이다. 전에 읽었던 ‘아무튼, 목욕탕’과 ‘아무튼, 술’이 본인들이 이것을 얼마나 사랑하고 이 존재들이 얼마나 삶을 충만하게 하는지 찬양하는 글에 가까웠다면 ‘아무튼, 스릴러’는 스릴러가 무엇인가, 스릴러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하고 어쩌면 무미건조하게 느껴질 만큼 담담히 서술하고 있다.
나도 스릴러를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범죄수사물을 좋아한다. 이상한 장르 편식이 있어서 그 외의 스릴러물은 즐기지 않지만 말이다. 예를 들어,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는 수사물은 보지만, 연쇄살인마에게 쫓기며 공포가 심장을 죄어오는 호러 서스펜스는 보지 않는다. 증거를 수집해 수색망을 좁히고 용의자를 체포해 법의 심판대에 올리는 장르, 즉 나는 그냥 범인 잡는 게 좋다.
저자는 나 같은 범죄스릴러 팬들이 주의해야할 점도 말해준다. 이런 창작물들을 즐기기 위해서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한다. 즉, 책임의식을 가지고 주변 사람들의 아픔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고통 받고 있을 범죄 피해자들을 외면하지 않고, 범죄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필요한 때에는 목소리를 높여 문제해결을 위한 힘을 모아야 한다.
이런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스릴러팬이라는 변명 하에 단순히 범죄만 소비하는 꼴이 된다. 사람이 처참히 죽어나가는 것을 쾌락적으로 즐기는 범죄자들과 다를 바가 없어진다. 사건 뒤에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피해자가 있고 유족이 있다는 것을 늘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