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 늘리는 법은 간단하다. 책을 많이 읽고 생각 풀어내는 연습을 하면서 상황에 적확한 말을 찾도록 노력하면 된다. 마치 교과서 위주로 예습 복습 철저히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어요 같은 말처럼 들릴 수 있으나 사실이다. 때문에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갑자기 어휘가 늘어나는 건 아니다. 저자는 학습 방향을 잡아줄 뿐이고 공부는 스스로 해야 한다.
작품 한 편을 읽더라도 낱말 하나하나가 가지는 의미와 어감을 느껴보고, 비슷한 단어로 대체했을 때 생기는 차이를 생각해 보자. 사전에 나오는 표준어에 얽매일 필요 없이 언어 주체성을 살려 나만의 표현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나는 이 책을 어휘력 분야 베스트셀러인 A(가명)와 비교하고 싶다. A는 인기 순위에 꾸준히 올라오는 만큼 후기가 많고 평점도 높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A를 추천하지 않는다. 어렵고 딱딱하고 지루하다. 쉬운 말 놔두고 어려운 단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내 말에 품격이 생기는가. 사투리가 많이 사라지고 표준어로 획일화되어가는 모습이 아쉽다고 해놓고선 직장에서 사투리를 쓰는 직원은 의사소통이 안돼서 싫다고 한다. 목소리조차 듣기 싫다고 몸서리치는 모습에 사투리를 쓰는 나로서는 뜨끔하게 된다. 이건 이래서 싫고, 저건 저래서 꼴 보기 싫다고 하니 오히려 독자가 작가 눈치를 보게 된다.
이에 비해 이 책은 유명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저자의 시선이 따스하기 때문이다. 30년간 국어 교사로 재직한 이력이 있기 때문일까 '얘야 이것도 좋지만 저것도 좋단다. 이런 관점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하고 가르쳐 주는 듯하다. 사투리에 대해서도 언어를 단지 의사소통 수단으로만 여기지 말고 방언에 담긴 지역민의 삶과 숨결을 느껴보는 기쁨을 누려보라고 한다. 콩글리시 또한 엉터리 영어가 아니라고 한다. 외국어가 우리 문화와 만나 재창조되어 오히려 우리말 어휘를 풍부하게 만들고 있으니 부끄러워하지 말고 사회의 어휘 자산을 늘리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이다.
많이 배운 사람일수록 과시하기 위해 어려운 어휘를 사용한다고 한다. 유식해 보이고 싶은 헛똑똑이가 되는 것이다. 쉽고 재밌고 아름다운 언어생활을 할 것인가, 아니면 어려운 단어로 품위 넘치는 허영 속에서 살 것인가. 나는 전자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