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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도서]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엘레나 페란테 저/김지우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제 2권은 릴라가 초등학교 이후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쓴 8권의 공책이 든 상자를 레누에게 맡기는 것으로 시작한다. 레누는 이 상자를 열지 않겠다고 맹세하지만, 기차를 타자 마자 상자를 열고 릴라의 글을 단숨에 읽고는 상자와 공책을 강물 속으로 떨어뜨린다.
레누는 릴라의 달콤한 추억과 폭력으로 인한 상처, 결혼식과 신혼 첫날밤, 신혼 여행 후 라파엘라 카라치 부인으로서 고향으로 돌아온 후에 일어난 모든 일로부터 그녀를 벗어나주기 위해 릴라가 맡긴 상자와 공책을 강물 속으로 던져 버린 걸까? 그런 마음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레누의 행동은 자신을 포함해 주변의 모든 것을 장악하는 능력을 가진 릴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소극적 저항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씁쓸하다(친구가 뭐 이래?).
릴라가 그 상자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몰랐을까? 그리곤 곧장 자신의 수치심과 두려움을 글로 쓰며 치유를 경험하고, 자신의 글은 출판까지 하게 되는 점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뚜렷한 계획도 없이 상자를 들고 나와 다리에 발길이 머무르자 아르노 강으로 던져버리는' 레누를 보며 누군가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마음은 인간이 쉽게 본능적으로 가질 수 있는 마음이 아닌가 보다.

모든 것을 장악한 것 같은 릴라는 때론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표독스럽게 행동하고, 자신이 가진 매력과 카리스마로 상황을 즐기기도 하지만, 정작 그녀도 자신의 내면의 공허감 만큼은 극복하지 못한다. 구원자처럼 보이는 니노에게 모든 걸 걸어보지만 니노는 그녀의 공허감을 채워주려는 의도가 처음부터 없었다. 아니 그럴 능력이 없다고 하는 게 낫겠다.
깊어지는 공허감이 있더라도 아들이 주는 생명력에 의지하며, 카라치 부인으로 남아서 공허한 인생 그냥 살아도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는 인생들이 얼마나 많은가? 허울 뿐인 인생은 불행하다고 말하긴 쉽지만, 편안히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을 무작정 떠날 수 있는 행동은 쉬운 게 아니다.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일을 쉽게 슥슥 하던 릴라는, 이번에도 모든 것을 내 버려둔 채, 아들만 데리고 떠난다. 넓은 저택도, 가족도, 고향도, 그리고 어린 시절의 첫 소설 [푸른 요정]도 불 속에 던져 버린다.
릴라는 카라치 부인이라는 이름도 버리고, 체룰루 부인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볼품없는 집이지만 묵을 곳을 마련해주는 엔초, 열악하지만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부르노, 욕짓거리에 노출되지만 아들을 돌봐주는 티티나.. . 가늘고 약하지만 자신에게 허락된 기댈 수 있는 것이 있음에 감사하며, 힘겹지만 새로운 인생의 발걸음을 내민다.

릴라의 삶이 선하고 훌륭한 인격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면의 감정에 정직하게 반응하고, 순간의 상황에 최선을 다한다. 그런 릴라의 삶은 점점 어려워지고, 약자 코스프레 하는 레누가 이런 저런 동정과 관심을 받으며, 그리고 적당한 포장으로 내면의 계산을 숨길 만큼 노련해진 레누의 인생이 잘 풀리는 것처럼 전개된 2부. 이들의 중년의 삶은 어떨까?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이들의 삶은 어떤 모습이 되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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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착한못

    좋어요가 2개~ 부자시네여
    잘 읽고 갑니다

    2017.09.25 17:26 댓글쓰기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