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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

[도서]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

박애진,임태운,김이환,정명섭,김성희 공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 임태훈 외

중학교 국어 <문학의 재구성> 단원에 고전소설을 현대적 관점으로 새롭게 해석해보는 활동이 있다. 주인공의 성격을 바꾼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시대적 배경을 현대로 바꾸면 어떤 스토리가 펼쳐질까? 등등. 자유로운 상상을 가미해 재구성을 하다보면 고전작품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더 생겨나는 것 같다. 고전이 먼지 쌓여 서가에 꽂혀 있는 옛날책이 아니라, 현대적인 가치를 담아 재창작할 수 있는 살아있는 컨텐츠라는 걸 느끼는 수업이다.

사계절 출판사에서 고전작품을 SF로 재탄생시킨 소설집이 출간되었다고 해서 반갑게 읽어보았다. <심청전>, <별주부전>, <해님달님>, <장화홍련>, <흥부전> 이렇게 다섯 편이 새롭게 쓰였다. '옛날 이야기 속 인물들을 미래에 데려다놓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라는 질문에 SF 특유의 재기발랄한 상상을 선보이고 있었다. 단, 안드로이드, 클론, 휴머노이드 같은 낯선 캐릭터를 등장시켜 복잡하고도 암울한 미래를 보여주려다보니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들도 있었다. 원작을 너무 많이 비틀면 정체불명의 스토리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과도한 욕심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표제작인 임태운 작가의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는 단연 돋보이는 수작이었다.

바닷속 초거대 돔 안에 자리잡은 해저도시를 강력한 통치자인 용궁주가 200년 넘게 다스리고 있다. 일주일에 닷새 이상 음주를 즐기며 흥청망청 사는데도 그녀가 여전히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은 병이 나면 싱싱하고 젊은 장기를 '육지로부터' 구해오기 때문이다. 육지에는 그녀가 유전자 복제로 만들어놓은 수많은 클론들이 있다. 손상된 장기가 무엇이냐에 따라 회수될 클론이 결정되는데, 그 명령을 수행하는 이는 전투형 안드로이드인 '타르타루가'이다. 이번에는 간이 손상된 용궁주 때문에 무결점의 건강한 간을 회수하러 육지로 나갔는데, 데려가야할 클론 소녀가 뭔가 수상하다. 대부분 클론들은 용궁 초대장을 받으면 신이 나서 따라왔다가 변을 당하는데, 이 소녀는 자신의 장기를 탈취하기 위한 함정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고, 용궁에 가기 전에 버킷리스트를 이루고싶다고 하는 것이다. 소원을 안 들어주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간을 다 망쳐버리겠다고 협박하면서. 싱싱한 간을 배달해야할 임무를 지닌 타르타루가는 코닐리아의 소원을 하나씩 들어주기 시작한다.

<별주부전>은 원작이 굉장히 재미있다. 인생 역전을 꿈꾸며 용궁으로 향하는 토끼의 욕망, 그릇된 명령을 수행하는 자라의 헛된 충성, 죽을 위기를 말솜씨로 모면하는 기지 등 현대인들이 공감할 만한 대목도 많다. 노욕을 부리는 용왕은 갑질하는 재벌, 부패한 정치인,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권력으로도 읽힌다. 이 작품에서는 용왕을 '클론들에게 장기를 빼앗아 젊음을 유지하는 여자 통치자'로 설정한 점이 신선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안드로이드 로봇이 코닐리아에게 점점 연대감을 느끼는 것도 단골로 나오는 설정이지만 따뜻했다. 결말까지 완성도 있게 잘 마무리하여 단순히 '별주부전의 패러디'가 아니라 또 하나의 원작으로서 생명력을 얻은 것 같다. 학생들에게 이 작품을 문학 재구성의 좋은 사례로 소개하고, 2022년판 별주부전에는 어떤 내용을 담을까 이야기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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