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말하기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우는 설득과 소통의 법칙
저: 윤태영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 출판일: 2016년 8월
한국이 국가적 위기상황이라는 것에 모든 사람이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7위의 선박회사인 한진해운은 파산했고, 한국경제를 견인했던 주력업종의 부실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국가적 리더십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현 대통령과 집권세력에 의해서 야기된 국가 리더십의 부재는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만 있다. 국영방송의 수목드라마 '김과장'에서 주인공은 해먹기 좋은 이 나라가 얼마나 좋으냐고 너스레를 떨며 말한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모든 것이 옳았고, 모든 것이 잘 되었다고 말하지 못한다. 김대중, 노무현정권의 10년을. 참여정부의 모습은 특히나 아쉬움이 많으니,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제대로 된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여유가 부족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민주적 제도와 절차를 통해서 국가가 운영될 수 있는 가능성과 희망을 보았다. 물론 그 희망은 아쉽게도 우리 자신의 욕망으로 인해서 처절하게 배신당했지만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성취와 좌절은 그렇게 다면적으로 우리 내면에 투영되고 있다.
국가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되는 정치 지도자는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된다. 그러한 정치철학은 마이클 샌델이 말했듯이 실천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추상적인 공리공론이 아니라 현실을 바꿔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인의 말하기는 단순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철학을 표현하는 적극적인 방식일 것이다. 서문에서 저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을 이렇게 옮겼다. '국가 지도자의 말은... 사상의 표현이고 철학의 표현이다...'
이 책을 단순히 말하기의 노하우와 원칙을 서술한 책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하지만, 책에서 소개된 내용을 보니 전설적인 토크 쇼 진행자인 래리 킹이 쓴 '대화의 신'과도 일맥상통한 것이 많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어쩌면 노무현 대통령의 말하기가 정말 말하기에 관해서는 전문가인 래리 킹이 이야기하는 이상적인 모범에 가까웠던 것일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나 자신의 말하기도 되돌아 본다. 중언부언하고 말에 핵심도 없고 지루한 말하기를 하지 않았던가? 부끄러울 따름이다.
암울한 국내의 정치현실이 과거를 재평가하게 해준다. 자신의 철학이 없는 사람이 내뱉는 말에 얼마나 영혼이 담겨있지 않은 지는 현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는 방식도 대화를 하는 기본적인 자세도 가지고 있지 않은 공허함은 단 몇 분도 같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게 만들 뿐이다. 그저 우리의 망상과 욕망이 한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