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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집 2

[도서] 영혼의 집 2

이사벨 아옌데 저/권미선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영혼의 집 2>

이사벨 아옌데 저/ 권미선 역

민음사/ 2003년 7월 5일

 

"4대에 걸친 여성들의 사랑, 죽음, 인생, 자유와 혁명 이야기가 펼쳐진다 "

 


 

 


 

1. 들어가며

 

4대에 걸친 트루에바 집안 속 여성들의 이야기가 1권에 이어 2권에도 계속된다. 1권에서는  클라라의 어머니, 클라라, 클라라의 딸인 블랑카 이렇게 3대 여성들의 삶의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긴 시간을 한 권으로 압축해서 제시하지만, 2권에서는 4대인 블랑카의 딸 알바의 이야기가 집중적으로 다루어진다. 1권에서는 클라라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반면, 2권에는 알바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4대에 걸친 여성들 중에서 작가가 알바를 통해 말하려고 하는 중요한 것이 있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 2권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알바를 비중있게 다루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알바는 1권에 이어서 지속된 트루에바 집안 속 여성들의 이야기를 완성하고 마무리하는 역할을 맡은 것이다. 마치 정신없이 몰아친 폭풍우가 알바에 이르러 심해졌다가 비로소 안정기에 접어들어 잔잔해졌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 들었다. '결자해지'라고 했던가. 알바가 그 모든 원한과 복수의 업의 고리를 끊고 화해와 용서를 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것이다. 어떻게 그녀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었는지는 알바의 탄생 이야기부터 시작해야할 것 같다.

 

 

2. 이야기 속으로

 

"이 아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걱정할 게 없다. 이 아이는 운도 좋고 행복할거야. (33쪽)"

클라라는 아이가 태어난 지 이틀 후에 단언했다. 클라라의 예언대로 과연 알바는 운도 좋고 행복할까. 클라라는 "이미 별들이 다 알아서 알바에게 너무나도 많은 선물을 내려주었기 때문에 아이에게 따로 인생 준비를 시키기 위한 노력도 할 필요가 없다." 라고 했다.  

비록 알바가 아빠의 사랑은 받지 못했지만, 클라라를 비롯한 외가 식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서 알바는 밝고 건강하고 사랑 가득한 아이로 성장한다. 그렇게 성질이 고약한 에스테반조차도 자신의 손녀딸인 알바를 끔찍히 사랑하고, 클라라에게 주지 못한 사랑을 알바에게 듬뿍 쏟으며 예뻐하고 아껴주었다. 나중에 알바가 붙잡혀갔을 때 에스테반이 알바를 꺼내달라고 그 높은 자존심도 버리고, 눈물로써 호소하는 장면을 보면 에스테반이 알바를 얼마나 사랑하고 알바에게 의지하고 자신의 손녀딸을 예뻐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알바는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한 아이로 자라나게 된다. 2권의 전반부는 이렇게 알바의 성장과정으로 시작하다가 클라라의 죽음으로 인해 분위기가 전환된다. 그리고 클라라가 에스테반을 비롯한 그가족들의 삶에 있어서 큰 비중을 차지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클라라를 중심으로 질서있게 운영되던 세계가 클라라의 죽음으로 인해  그 질서가 혼돈으로 바뀌고, 생명이 샘솟던 만물이 갑자기 생명을 잃고 쇠락의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클라라는 자신의 죽음조차 예언하며 자신이 죽게 된다는 것을 알고 조용히 자신의 죽음을 준비한다. 클라라는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고 차분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날 때와 마찬가지로 죽을 때도 미지의 세계를 두려워한단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우리 마음 안에 잇는 것일 뿐, 현실과는 아무 상관도 없어. 죽음은 탄생과 같은 거야. 그냥 옮겨가는 것일 뿐이지." (82쪽)

클라라의 말대로 정말 죽음은 탄생과 같은 것일까. 이 지상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옮겨가는 것일까. 이 부분을 읽어보면 작가인 이사벨 아옌데가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다. 아마도 그녀는 죽음을 비롯한 영혼, 혼령 등  사후 세계에 대해 열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클라라는 자기가 저승에서 온 영혼들과 어렵지 않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나중에 이승의 영혼들과도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 절대 확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니 자신의 경우에는 죽음이 이별이 아니라, 더욱더 하나가 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만일 그때가 오면 알바가 울지 말고 침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83쪽)

 

그래서 클라라의 죽음은 비참하고 고통스럽지 않고 평온하고 행복한 죽음이었다. 그 죽음이 평온했는지, 고통스러웠는지는 죽은 사람의 얼굴 표정에 나타난다고 하지 않던가. 클라라의 죽음에는 추한 면도, 끔찍한 면도 없이 잠자듯 평온한 죽음이었다. 

그러나 클라라의 죽음 이후 주변 환경은 대조적으로 평화롭고 아름다운 공간들이 금찍하고 생명이 사라진 폐허 공간으로 변하게 된다. 클라라를 매개로 하여 이어지던 가족간의 관계도 소원해지고 그들은 소통하지 않은 채 각자의 할 일을 하며 클라라의 빈 자리를 느낀다.

그리고 클라라의 죽음 이후 정치, 경제 상황도 급변하여 보수당이 선거에서 패배하여 좌파 연합 정권이 들어서고 여당과 야당의 대립, 정치적 음모와 사보타주 등으로 인해 혼돈 속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알바는 대학생이 되어 급진적인 학교 대표 미겔과 사귀면서 학생 운동에 관여하게 되고, 아만다의 남동생이었던 미겔을 사랑하게 된다. 정치 정세의 변동에 따른 에스테반과 알바의 삶,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정신없이 전개된다. 그 당시 정치, 경제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있으면 그 당시 사람들의 삶이 더 잘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처한 시대적 상황이 우리나라 60년대, 70년대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우리 나라도 한국 전쟁 이후, 수립된 정부와 그로 인한 정치적 혼란, 군사 쿠데타 등 격동의 30년을 경험했고, 그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외치고 저항하고 운동하다가 죽어갔다. 알바가 미겔을 도와 대학교에서 학생운동을 하는 장면은 1970년대 학생운동이 연상되었고. 군대에 의한 쿠데타는 계엄군에 의한 군사 쿠데타, 군부 독재정치를 떠오르게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의 정치적 투쟁과 운동이 친숙하게 느껴지고, 그들이 부르짖는 구호와 정치적 이념 또한 공감이 갔다. 그렇게 민중의 자유, 독립, 혁명, 민주주의를 외치던 사람들은 결국 군사 쿠데타에 의해 끌려가 고문당하고 죽임을 당했다. 2권에서는 알바의 중심으로 그렇게 투쟁한 사람들의 모습, 그들이 부르짖던 자유, 혁명, 정치적 이념들이 상세하게 제시된다.

"세상 어디에서도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보통 선거에서 이긴 적은 없습니다. 그러려면 적어도 혁명이 일어나야 하는데, 이 나라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요,"

 

농민과 지주. 노동자와 부르주아, 좌파와 우파 등의 갈등과 대립으로 정부는 거의 무정부 상태가 되고 그 틈을 타서 군부가 정권을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작가의 삼촌인 칠레의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은 피노체트 쿠데타에 의해서 무너졌고 쿠데타 과정에서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가 선물한 총으로 자살했다고 한다. 군사 쿠데타에 의한 군부 독재가 17년 동안 지속이 되었고, 그 과정 속에서 칠레의 국민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그 쿠데타 과정이 영혼의 집 2권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 쿠데타로 인해 알바가 사랑하던 사람들이 죽어가고 고통을 당했다. 알바 또한 끌려가서 모진 고문과 강간을 당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고문을 당하다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알바는 한때는 시골 창녀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정부 관료를 좌지우지하게 된 트란시토 소토의 도움에 의해 석방된다. 과거 트란시토 소토에게도움을 준 덕분에 에스테반의 귀중한 알바의 목숨을 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행히 에스테반이 도움을 준 사람이 있었다니 말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에스테반의 악행으로 복수심에 불타고 그 중에서 가장 증오심을 가졌던 인물이 있었다. 그는 바로 알바를 고무난 에스테반 가르시아였다.  그는  자신의 외할아버지인 에스테반이 결혼 전 농장의 인디오 처녀인 판차를 강간해 태어난 아이의 아들이였다. 그는 오랫동안 트루에바 가문에 대한 보복심을 간직하고 있다가 특수 경찰이 되어 알바를 폭행하고 강간하는 등 모질게 심문을 한다. 항상 무시당하고, 차별당하면서 증오와 복수심을 가지고 자라난 그는 에스테반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에스테반이 사랑하는 손녀딸인 알바를 통해 복수를 한 것이다. 이처럼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고 증오는 더 큰 증오가 된다. 

이에 대해 알바는 나중에 그 어느 것도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모든 일이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짜여진 운명에 상응하는 것이었으며, 애스테반 가르시아도 그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거칠고 삐뚤어진 부분이었지만, 그 어느 것도 괜히 존재하는 것은 없었다. 외할아버지가 강가의 갈대밭에서 그의 할머니인 판차 가르시아를 넘어뜨렸을 때 또 다른 업의 고리가 연결된 것이었다. 그 후 강간당한 여자의 손자는 강간한 남자의 손녀에게 똑같은 짓을 되풀이했고, 아마도 사십 년쯤 후에는 내 손자가 가르시아의 손녀딸을 갈대밭 사이로 넘어뜨리고, 또 다른 고통과 피와 사랑의 역사가 앞으로도 몇 세기 동안 계속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326쪽)

 

그렇게 시작된 에스테반에서부터 시작된 운명의 사슬이 알바에 이르고, 판차의 손자인 에스테반 가르시아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정말 알바의 말대로 그 어느 것도 괜히 존재하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나의 존재가 나의 어머니, 나의 할머니 세대에서 일어난 일과 무관하지 않은 것처럼, 알바의 말대로 내가 태어나기 전 그 운명의 수레바퀴는 돌아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원한과 증오, 복수의 사슬이 4대에 걸쳐서 이어지고 이어진다. 그 사슬을 끊어내지 않으면 그 사슬은 5대, 6대 계속 세대를 거듭해서 악의 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 악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은 그들의 이야기를, 사랑과 죽음. 증오, 복수, 원한 등의 모든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이다. 

"내가 복수를 하게 되면 마찬가지로 처절한 복수의 연장이 되기 때문에, 이제는 복수받아 마땅한 사람들 모두에게 복수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내 임무는 살아남는 것이고, 내 사명은 두고두고 증오를 연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 원고를 채우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328쪽)

 

이 원고를 채우는 것, 그들의 참상을 알리는 것,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알바가 남아서 완수해야 하는 사명인 것이다. 아무것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의 평온하고 정돈된 삶  한편에서 얼마나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행복에 겨운 그들의 세상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어두운 곳에 존재하는 죽음에 대해 알려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알바는 클라라의 일기를 펼친다. 그글은 이렇게 시작이 된다.

"바라바스가 바다를 건너 우리에 왔다....."

 

실제로 작가인 이사벨 아옌데가 쿠데타의 참상을 목격하면서 이런 참상을 기록을 통해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작가는 라틴 아메리카의 정치, 사회 제도 전반을 반영해서  기록을 통해 알리려는 기록주의적 성격을 고수하였다. 또한 이를 통해 라틴 아메리카 여성 해방의 역사를 제시하고자 했다고 한다. [영혼의 집]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힘든 삶의 무게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약하고 가련한 여성이 아니라, 현실에 강한 문제 의식을 던지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가는 강인한 여성들이다. 그리고 그 여성들에 의해 정치와 역사가 바뀌고 있고 여성들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작가는 '알바'의 모습을 통해 형상화해서 보여주었다. 

 

니베아-클라라-블랑카-알바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4대에 걸친 가족사 이야기가 이제 막을 내렸다. 4대에 걸쳐 수행된 과업! 알바에 이르러서야 완결되고 마무리된 느낌이다. 모든 갈등과 대립이 알바에 이르러서야 사라지고 해소된 것 같다. 아마도 알바 이후의 알바의 딸을 통해 전개되는 이야기는 화해와 평화의 이야기가 전개될 것 같다. 만약에 영혼의 집3 권이 나온다면 말이다. 

 

 

3. 이야기를 마치며

 

"이사벨 아옌데가 제시하는

비극적인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를

감싸 안는 화해와 관용의 메시지" 

 

정신없이 몰아치며 전개되어온 4대에 걸친 여인들의 삶 속에서 우리는 작가가 우리에게 지시하는 화해와 관용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화해와 관용이라는 것은 오랜 세월, 그들의 인생을 통한 경험과 깨달음으로 비로소 얻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군사 독재로 고통받아던 칠레 사람들의 삶 또한 화해와 관용 속에서 비로소 평안과 휴식을 얻어야 한다고 작가는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는 듯 하다.

 

김영하북클럽을 통해 알게 된 작가와 작품이다. 그 이전에는 이사벨 아옌데라는 작가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칠레의 정치와 역사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나에게는 라틴 아메리카의 작가와 역사가 너무나 생소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서나마 이 작가와 작품을 읽어서 너무나 다행이고 의미있었다. 한 집안의 가족사를 통해 그 당시 정치와 역사까지 조망할 수 있다니 작가의 글쓰기 능력에 감탄하고 그 모든 이야기들을 정신없이 몰입하게 한 타고난 이야기꾼으로서 작가의 작품 구성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타고난 이야기꾼인 작가의 또 다른 이야기 [운명의 딸]도 기회가 된다면 읽어보고 싶다. 그 책 속에서는 어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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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Joy

    달밤텔러님께서 꼼꼼하게 적어주신 리뷰를 읽으니 다시 클라라와 알바가 떠오르네요. 아..제가 너무 싫어했던 하지만 묘하게 눈이 갔던 에스테반도요.
    정말 김영하 작가의 북클럽이 아니었으면 저는 안읽었을 것 같아요ㅎㅎ 그럼에도 2권은 읽으면서 너무 마음이 아프기도 했구요.

    2021.09.11 07:24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달밤텔러

      네~1권에 2권도 정신없이 읽었네요. Joy님 말대로 2권은 1권보다 등장인물들이 친숙해져서 그런지 내용도 바로 파악이 되고 등장인물에 감정이입도 하면서 읽었네요. 특히 알바의 캐릭터에 푹 빠져서 알바가 고문 당하고 고통 당하는 장면에서는 참 마음이 아프기도 했답니다. 아마 저도 이 책 김영하 작가의 북클럽이 아니었다면, 또 Joy님을 포함한 여러 이웃님들이 이 책을 함께 읽지 않았다면 완독도 못하고 이렇게 리뷰도 작성하지 못했을 입것입니다. 익게 아마 함께 책읽는 기쁨이자 힘인 것 같아요~^^ 참으로 흥미롭게 인상깊은 책이었답니다~^^

      2021.09.11 18:05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