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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마니아

[도서] 레트로 마니아

김쿠만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들"

 

김쿠만의 < 레트로 마니아>를 읽고 

 


 

"지나온 때론 지나오지 않은 과거를 그리워하며"

-포스트-로망 시대의 소설-

 

사회가 발전되고 스마트폰을 포함한 인공지능 등 첨단 시스템으로 관리되는 현재를 살다보니, 왜 아날로그 감성과 추억의 노래들이 더욱 그리운 것일까. '라떼는 말야' 라고 하는 꼰대아닌 꼰대같은 말이 나오고 추억의 7080 노래들을 애써 유튜브에서 찾아 듣기도 한다. 90년대 생이나 2000년 대생에게 그들이 겪지 않았던 라떼는 말이야 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들을 하면서 문득 그 '라떼 시대'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아이들과 함께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을 지나오면서 추억의 불량식품인 '아폴로'란 불량빨대과자를 사먹으면서 한창 그 불량식품을 먹었던 그 어린 시절을 추억해본다.

 

이 책  김쿠만 작가의 『레트로 마니아』 도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이다. 오래 전에 망한 레트로 게임에 몰두하고, 그 레트로 게임을 잊지 못해 레트로 게임 카페를 찾는 손님처럼 우리는 그렇게 지나쳐온 과거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살아간다. 한때는 닌텐도 게임기나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같은 레트로 게임이 유행했고, 한때 나도 오락실 가면 즐기곤 했었다. 그러나 이젠 추억의 과자인 달고나처럼 이젠 레트로 게임을 찾아볼 수도 없다. 현란한 디자인과 엄청난 기술을 구사하는 요즘의 컴퓨터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과는 비교하면 정말로 레트로 게임은 조잡하고 허접하다. 그렇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그 레트로 게임을 잊지 못한다. 

 

이 책 『레트로 마니아』는 그리움에 대한 주제를 중심으로 8편의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첫 번째 이야기이자 표제작인 <레트로 마니아>는 레트로 게임 카페에서 일하는 주인공인 '나'의 시선으로 레트로 게임 카페의 사장과 손님들을 관찰하며 그들의 레트로 게임에 대한 열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미 망해버린 레트로 게임을 누가 찾는다고 레트로 게임 카페를 열은걸까.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추억의 레트로 게임을 잊지 못하고 그 레트로 게임을 하면서 그 시절을 회상하곤 하는 모습을 <레트로 마니아>이야기를 통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주인공이 레트로 게임을 땅 속에 묻은 것처럼 이젠 정말로 레트로 게임은 정말 먼 옛날의 이야기이며 이미 망해버렸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한때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던 레트로 게임이나 달고나, 아폴로 같은 추억의 과자를 더 이상 주변에서 발견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는 게임팩을 얕게 묻어 뒀다. 한때 뜨거웠던 것들은 짜게 식기 마련이었고, 짜게 식은 것들은 땅바닥 아래로 처참히 묻히는 게 세상의 이치였다. 어쩌면 퇴근길을 지나갈 때마다 바닥에 파묻은 레트로 게임을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래 그리워하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레트로는 정말 먼 옛날의 이야기니까.

-p. 59

 

작가는 그렇게 과거에 대한 그리움들을 추억한다. <라틴화첩기행>에서는 더이상 인기를 끌지 못하는 시대착오적인 교양 다큐를 찍으러 퇴물 예술가들이 보름달이 떠오르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자살하는 곳으로 유명한 카리브해의 섬나라를 찾아가 겪은 이야기들을 말해준다. 등장인물인 한물 간 감독과 퇴물 배우이 맞딱뜨린 현실과 그들의 미래가 암울해보이고, '이번 다큐도 망한 것' 같다고 말이 왠지 씁쓸하게 느껴진다.

 

<천박하고 문제적인 쇼와 프로세스>에서 등장인물은 나는  '쇼와 시대 때 태어난 늙은이들'을 제외하면 아무도 보지 않을 소설들을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다. 역도산을 비롯한 일본 프로레슬링 이야기가 많이 언급되고 주요 내용으로 다루어져서 과거 프로레슬링에 대해 추억하고 있다. 한때 일본 프로레슬링도 유행해서 많은 사람들이 프로레슬링에 열광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과격함과 폭력성 때문에 그런지 예전만큼 그 인기가 사그라든 것 같다. 나는 프로레슬링에 대해 배경지식이 없고 관심도 없어서 완전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아마 프로레슬링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예전 그 시대를 추억해볼 수 있을 듯하다.

 

<Roman de La Pistoche>에서 주인공인 '나'는 여행 기사를 쓰는 일을 하고 있는데 선진국에서 멸망 당한 로망이 아직 남아 있을 것 같은 동남아 여행 기사를 쓰기 위해 라오스로 간다. 그 곳에서 '라 삐스토체'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말하고 있다. 낭만적인 사랑과 로망이 있을거라 생각했던 전혀 예상과 달리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읽으면서 '뭐 이런 수영장'이 있지 라고 생각될 정도로 관리인도 참 무례하고 주인공이 겪은 이야기도 참 어쩌구니 없이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더이상 그런 로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우리는 이렇게 아직도 헛된 망상과 로망에 사로잡혀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헛된 망상과 추억은 <제임슨의 두 번째 주인>을 통해 드러난다. 쓸데없이 빈티지 빠인 제임슨에 들락거리며 거기서 술과 음악에 취하는 1990년대 힙스터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마치 레트로 게임 카페를 들락거리는 사람들처럼 빈티지 빠인 제임슨을 찾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과거를 추억한다. 한때 재즈에 열광했던 힙스터처럼 그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적 코드를 공유한다. 그들을 보면서 그 시절을 떠올리며 그 시절 나의 모습도 소환해본다.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공통적으로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그 그리움의 시점이 90년일 수도 있고, 아니면 더 먼 과거인 60년대 일 수도 있다. 누구나 우리는 과거를 추억하며 살아간다. 아직 우리에겐 아직 오지 않은 미래와, 지금 이순간 현재보다 지나온 과거에 대한 기억과 추억이 많은 까닭이다. 이미 한번 겪었기에  이야기할 내용이 풍부하고, 그 결과가 어떨지 알기 때문에 자신있게 그 과거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 『레트로 마니아』를 읽으며 레트로 게임기와 같은 나의 과거 추억의 파편들을 뒤적여본다. 그 이야기들이 다소 우울한 분위기를 담고 있어서 읽는 내내 마음이 울적해지기도 했지만, 주인공들의 이야기들을 통해 그들의 과거에 대한 그리움에 공감하고 나의 과거에 대해 떠올려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자꾸만 예전 레트로 감성이 생각나서 그런지 <해설>에서 금정연 작가의 말처럼 '포스트 로망 시대'를 꿈꾸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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