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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그 자리에

[도서] 모든 것은 그 자리에

올리버 색스 저/양병찬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1

 요즘 자신에게 맞는, 평생 함께할 운동을 찾는 노력이 필요함을 체감한다. 물과 한 몸이 되는 건강한 도취감에 중독된 (살아생전에) 저자는 축복 받은 사람이다.

2

 소년은 과학박물관에서 평생 함께할 삶의 원형이자 신념을 만났다. 보석 결정체 같은 무생물의 결정이 그의 뇌리를 장악한다.

3

 어린 시절의 환경과 관심사가 묶여준 또래 삼총사는 생물학 실험에 진심이었다. 동식물과 자연 탐사 문화가 자연스레 자연과학자를 양성한다는 사실에 밑줄 쫙.

4

 올리버 색스의 이상인 험버트 데이비에 대해 긴 지면을 할애하는 파트다. 마치 영국 화학 계보나 화학사의 한 챕터를 잇는 듯하다. 무엇보다 색스와 정재승 박사의 연결점을 추측해볼 수 있어 좋았다. 지금은 융합적 사고와 결합이 일반적이지만 그렇지 않던 19세기에 화학의 시인이었던 데이비는 대중강연 인기와 학술적 기여와 실용화학자 등의 여러 입지를 단단히 다졌던 것이다.

자연은 우리를 결코 기만하는 법이 없으며, 바위와 산맥과 시내는 (시대를 초월한) 늘 똑같은 언어로 이야기한다. (56)

과학은 하나부터 열까지 인간이 하는 일로, 갑작스러운 분출과 정지, 낯선 일탈을 동반하며 유기적, 진화적, 인간적으로(인간과 유사하게) 성장한다. 과거의 티를 벗고 성장하지만 과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는다. 우리가 어른이 되어도 유년기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58~59)

5

 의사인 양친과 세 형들의 책이 놓인 서재를 누볐을 색슨. 그러다 도서관에서 탐독하며 글을 쓰다 만나는 우연한 인연들에 매료된다. 디지털화된 도서관의 변화에 적잖은 상실감과 물성의 노스탤지어를 토로한다. 그도 그럴 것이 도서관에서 동명이서와 조우해 첫 책 <편두통>을 집필했던 사연이 중심에 있다.

내 스스로, 내가 원하는 것을, 내게 가장 알맞은 방법으로 배워야만 했다. 나는 좋은 학생이라기보다는 좋은 학습자였다. (63)

6

 혈액순환계 문제가 신체 곳곳을 점령하며 괴롭히는 요즘, 나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좌절감을 느끼곤 한다. 내가 유일하게 오래 사랑한 독서와 글쓰기를 방해하는 신체적인 불편은 아무리 멘탈을 붙잡으려 해도 피식 꺼지기 일쑤이다.

 저자가 의학적 회고록 중 손에 꼽는 카린시(헝가리 남성 작가)의 뇌병변 경험을 담은 책은, 병원 오디세이를 겪으며 잔뜩 나약해진 내 마음을 달래주었다. 환자의 증상을 제대로 듣지 않고, 진찰도 멋대로 건너뛰며 잘라 말하는 독선적진단과 진료가 만연함을 문제 삼는다. 의료진의 언행이 환자를 동료 인간이 아닌 표본이나 망가진 신체로만 다루어 소외된 채 정신적으로 힘겨워짐을 대신 말해주니 고맙다.

 의료체계를 정비해서라도 병의 진단과 수술과 경과나 예후에 대한 투명하고 친절한 설명이 뒤따르면 좋겠다.

7

 의료행위에 있어 살리려다 죽이는 아이러니에 대해 말한다. 체온과 의식과 활력을 점차 잃고 혼수상태나 다름없이 지내는 동안 자라지 않고 동결되었던 종양이 환자의 체온이 정상화되자 급성 암으로 돌변해 사망에 이르니 말이다.

8

 인간의 몸과 정신세계는 신비하고 신기한 영역이다. 무의식적인 마음이 으로 출현해 어떤 병적 징후를 예지하거나 모니터링하기도 한다. 의학적 검사를 능가하는 한사람 안에서 일어나는 고감도 지표를 마냥 소홀히 할 수는 없을 듯하다.

9

 이년 사이 척추마취를 두 번 하면서 신경과 근육의 소멸(손실)을 겪었다. “신체의 확실성이 사라지자 정신도 걷잡을 수 없이 같이 뒤흔들렸다. 삶에서 무와 소멸은 응당 당연한 것인데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로 배제했던 오만함과 무지에 가슴 치며 눈물 흘렸던 무수한 밤이 기차처럼 지나갔다.

요컨대, 궁극적으로 역설적인 의미에서 무와 소멸은 현실이다(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108)

10

 저자는 유체이탈이나 임사체험 상태에서 보고되는 발작성 황홀경과 환각에 대해 소신 발언을 한다. 깨어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초현실적 감정 상태로 보고, 영적인 느낌을 경험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 중 하나로 인정한다. 하지만 소설적 내러티브와 의미부여 정도까지만 허용하며 냉철하게 선을 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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