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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그 자리에

[도서] 모든 것은 그 자리에

올리버 색스 저/양병찬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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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파트에 비해 분량이 제법 되지만, 푸코에 관한 책을 읽을 터라 정신병원 역사를 살펴봄직했다. 정신병원은 중세부터 사회적 골칫거리, 특히 행려병자를 처박아 넣던 수용소에서 출발한다. 한번 들어가면 죽어서야 나와 자체 묘지를 두었다는.

 제목대로 역시나 19세기 벨기에의 <치유 공동체>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조현병이나 조울증을 앓는 정신장애자를 손님이나 하숙인으로 받아들여 일정기간 숙박 제공 후 원래 자리로 복귀하도록 돕는 모델인 까닭이다. 다름과 차이를 앞세워 배척하고 감금하는 게 아니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일거리를 제공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도록 돕는다.

 조현병이나 조울증이 계속 악화되는 비가역적 정신질환이 아니라는 점이 동거인들이 힘을 내고, 보살핌을 공동체와 연대한다면 가장 이상적이겠다. 정신적인 위기로부터 완전무결하고 방부처리된 사람은 세상에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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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살고 있는 지구와 내가 속한 종, 인간에 대해 나는 왜 아무것도 묻지 않았던 걸까. 저자는 지구라는 행성에 원시생물체가 있고, 오랜 진화 끝에 복잡한 지적 고등생물에 이른 시간을 더듬는다. 나는 그냥 이 세상에 갑자기 내던져진 (에밀 졸라의) 자연주의 회의론적 존재가 아닌 것이다(뭉클!).

 저자가 좋아하는 에스에프 소설들(웰스, 보니것, 포스터 등)과 우화에 귀가 쫑긋 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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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 것을 즐겨먹지 않는 내게 해산물은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존재다. 마치 청어 축제를 와인 품평회에 다녀오는 것처럼 즐기는 저자를 보면서 그저 감탄할 뿐이다. 식도락과 다양한 요리로의 변주마저 지극히 열성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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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미국 콜로라도스프링스를 사십 년 만에 재방문한다. 젊었을 때 Revisited로 시작하는 에세이를 보면 가슴이 몹시 뛰었었다. 영국인인 그가 미국에 대한 환상을 품고 캘리포니아 전역을 모터사이클로 누볐던 시절이 영화처럼 되감긴다. 반려견과 같이 모터사이클은 길 위에서 격 없는 대화를 가능하게 했던 소통 매개였다. , 바깥으로 열린 귀와 가슴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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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버 색스는 모든 생명체에 진심이다. 양치식물 애호가로 활동했던 실험과 탐사를 회고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속성상 그의 발걸음과 눈길과 심장은 양치류(fern)처럼 늘 어딘가로 옮겨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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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기율표의 115, 즉 새로운 원소의 등극에까지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저자는 이것이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것과 같다고 고백한다. 그렇다면 그의 말대로 과학은 냉철함이나 계산보다는 열정, 낭만, 갈망으로 가득 차(311)” 있음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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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명명의 대가, 올리버 색스. 그는 자기 취향과 선호를 확실히 알고 삶에 충실히 반영한다. 뭐든 자신에게 맞고 어울리는 최적합 형태를 발굴하면서. 과학도답게.

 이번에는 종이책 애호가이자 활자로 책 읽기를 고수하는 집념을 밝힌다. 어떤 사람은 그때의 감정을 기억하고, 어떤 사람은 오고간 말을 저장한다. 이처럼 다르기에 다양한 포맷의 책들이 공존해야 한다. 다양한 종처럼 큰글자책도, 전자책도 같이 살아남을 때 상호보완적일 수 있겠다.

 독서는 단순한 언어적 행위가 아니라 감각이 교환되는 적극적인 활동인지라, 내 페이스대로 고유한 물성과 냄새 같이 감각적으로 기억하는 뇌의 적극적인 가담을 요구한다. 안과를 자주 드나든 한해인 만큼 <깨알 같은 글씨 읽기>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모두는 독특한 개인으로. 매우 개별화된 수요와 선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선호는 우리 뇌의 모든 수준에 내장되어 있으며, 우리의 개별적 신경 패턴과 신경망은 저자와 독자 사이에서 매우 사적인 교제의 가치를 열어준다.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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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끼리는 달리는가와 관련된 논문을 읽으며 저자는 인간과 동물의 움직임을 포착한 19세기 두 사진작가(자칭 솔닛 키즈는 막 심장이 나댔더랬다)를 호출한다. 영화 기법이 대중화되기 전의 사진 연속 촬영으로 잡아낸 결과를 토대로 동물과 인간의 뛰기의 정의와 적용을 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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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생명체에게 한시도 눈길을 거두지 않고 경이로워하고 신나한다. 독자도 물든 나머지, 땅바닥에 우수수 떨어져 심지어 짓밟힌 낙엽의 다채로운 색깔과 형상의 아름다움에 어제 하루 꼼짝 못하고 말았다. 오늘은 구슬픈 눈물 같기도 하고, 갑자기 추운 날씨에 오금 저려하는 계절 같은 비가 내렸다.

 이번 파트에서는 영장류와의 눈맞춤과 친밀하고 즉각적인 동류의식을 짧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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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 과학자인 저자는 정원과 음악의 치유력을 높이 산다. 영국 태생이지만 인턴부터 대부분을 미국 시설에 귀속되었던 의사는 미국 식물원의 진가를 피력한다. 자연은 뇌를 진정하는 효과와 정돈하는 메커니즘을 제공한다. 창이 있고 녹색 기운이 감도는 공간에 나를 자주 방목해야겠다.

자연은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뭔가에게 말을 거는 게 틀림없다. ‘자연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을 의미하는 생명애biophilia는 인간됨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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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일월이면 황금빛 부채들로 길바닥을 채우는 은행나무의 생존력에 대해 말한다. 매연으로 가득 찬 뉴욕 거리를 지키는 자연의 수호신으로 숭배함이 억지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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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오필리아 증상을 보이는 저자는 정통 유대 가정 문화에서 자랐다(필립 로스가 부각된 이유였다). 안식일 생선 요리를 어머니와 가정부와 개량 판매 제품을 거치며 이어간다. “인생의 알파요 오메가라고 찬미한 피시를 누릴 날이, 저물 날이.. 가슴을 울린다.

33

 아래 인용문은 지나친 우려의 말일까. 나 역시 조심스럽게 오래 품었던 생각이라 따갑게 읽었다. 인간 역사의 새로운 판도와 적응력을 인정하면서도 소셜미디어와 게임에 중독되어 쏟아(게워)내고 죄다 공개해버리는 찰나적 감각에 치우침을 몹시 걱정한다. 인간 본성과 사회에 대한 이해는 고요한 사유뿐 아니라 자연이나 사회적 친밀한 접촉”, 즉 다양한 만남과 경험을 통해 인류애나 지구애로 뻗어나가 굳건해짐을 믿기 때문이다.

 그는 과학이 윤리를 바탕으로 자유 평등 사상에 기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신경학적 재앙으로 직결될 것이라고 매섭게 경고한다. 뇌와 시신경과 심장을 극도로 자극하고 내모는 상태에서 벗어나 차분하고 심오한 접촉에 물드는 노력이 시기적으로 시급하다.

이런 가상세계의 덫에 걸린 사람들은 결코 홀로 있을 수 없으므로, 조용히 자신만의 방법으로 인식하거나 집중할 수 없다. 그들은 문명의 편익과 성과를 대부분 포기했으므로(내맡겼으므로?) 예술 작품, 과학 이론, 일몰 또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며 호젓함과 여가, 자유재량, 건전한 몰입감을 느낄 수 없다.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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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싱긋

    당신도 그런 경험이 있지 않은가. 나라고 믿었던 가치와 신념들이 돌연 내게서 등을 지는 순간들이. 그럴 때 금가고 균열된 나는 그때도 여전히 나인 것일까. 어떻게 와장창 부서지지 않게 잡아둘 수 있을까. 사회적 가면이 흘러내리는 수준 이상의 어떤 파열들이 남겨진다면. 내가 나라고 믿고 붙들었던 가치들이 도리어 나를 힘들게 하고 구속한다면. 모든 것에 자극 받고 흔들리며 강박에 시달린다면. 고작 그게 나라면. 형편없음에 절규하는 행위에도 과연 끝은 있을까.

    2021.11.10 17:08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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