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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도서]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최지인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언어의 리듬을 재충전하고 싶어 오랜만에 시집을 읽었다. 시인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신작 위주로 골랐다. 혼자 상상한 이미지가 있었는데 많이 비껴갔다. 보이지 않는 기류 같은 게 있는지 자본가 계급에 이어 신자유주의가 낳은 괴물(고립과 무력감)과 사회 참여와 노동 존엄성의 회복을 다룬 시집이다. 몇 개의 손바닥을 포개는 분량으로 사람의 마음을 쥐고 흔들고 심지어 와락 다가서는 시의 힘과 파동을 가만히전한다. 최지인의 두 번째 시집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는 세상을 바꾸는 마음을 향해 어떻게든 걸어 들어간다.

 시의 함축성을 어려워하는 시알못에게 최지인의 시는 설명하는(장황하고 다성적인 목소리라서) 편이라 읽기 수월했다. 삼십대 초반의 비정규직 노동자인 시인의 시선을 따라 (정치)현실 인식을 일깨울 뿐 아니라 뒤에 실린 문학평론가 이경수의 해설이 시집을 한층 살린다. 우울과 죽음을 말하는 시집은 흔하지만 을 오픈해 착취와 비인간적 폭력을 공론화하는 시집은 드물다. 임시 노동자로서 살아가는 불안과 걱정, 그리고 끊어진 관계가 어떻게 한 인간의 자유와 꿈을 방해하는지(짓밟는지) 격렬하지 않게 바람결 파도소리처럼전달한다.

 어느 날 사라지고 독거사할 암담함에도 함께 하는 관계를 모색하고 어두운 밤을 견디어 아침을 맞이하는 희미한 빛을 가까스로 도출한다. 위로와 각성의 언어가 탄생한다. 한 개인의 노동 외에도 국가폭력이나 자본에 맞서 저항하는 움직임, 즉 역사를 되새기며 배후로 삼는다. 가난과 폭력과 착취의 쳇바퀴를 함께 저지하게 뜻을 모으는데 어느새 가있다.

 어렵고 추상적으로 다가오는 경제를 비롯한 사회의 구조를 시에 녹여 구체화하여 주목할 만하다. 이전의 노동 시와는 다른 어조로 계급사회의 대물림과 고통의 세습을 잔잔하게 경고한다. 사회주의에 대한 성찰과 충분한 논의 없이 민주사회로 넘어온 한국의 정치사에서 노동 해방의 정기를 가다듬고 선을 잇는다는 점에서 때마침 당도한 시집이다.

 

여기까지 오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의 체온, 혼자가 아니다, 쓸모없지 않다 / 여기게 하는 무엇

 

우리의 잘못을 해지도록 / 읽고 또 읽으며 성찰하고 / 이 밤이 계속되기를 바라며 / 가만히 / 가만히 / 숨을 쉬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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