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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를 죽여라

[도서] 인싸를 죽여라

앤절라 네이글 저/김내훈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본격적으로 책 리뷰로 들어가자면 인싸를 죽여라는 읽기 쉽지 않은 쪽에 해당한다. 인터넷 문화 현상과 용어를 기본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 의견을 붙이며 따라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 기초해 내가 이해한 내용들을 장별로 정리하는데 의미를 두겠다.

 1장에서는 2010년대에 월가 점령 운동이나 미투 운동이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되자 리더 없는네트워크의 서사와 디지털 혁명이 예고되었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로 인해 난데없는 온라인 극우 세력이 부상했다. 원래는 좌파의 흐름이었던 것이 반PC 성향으로 돌변하면서 우경화되고 만다.

 대안우파의 주류세력을 알트라이트라고 지칭한다. 포챈과 어나니머스의 레토릭은 집단공격과 괴롭힘을 특징으로 하며, 디도스 공격, 해킹, 좌표 찍기doxxing를 통해 상대의 평판과 커리어를 파멸(폭파)시킨다. -페미니스트 게이머들이 가세하면서 혐오적 메시지와 도발이 더 심해진다.

 그리고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이 겪은 내홍과 분열을 우리도 밟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이준석이나 신남성연대는 결코 고유하지 않고 외국 모델과 못된 현상을 본뜬 것이라 할 수 있다.

 

 허무주의적이고 뭐든지 비꼬는 챈문화가 더 넓은 범위의 대안우파적 감성으로 확장된 것은 정치적 올바름, 페미니즘, 다문화주의 등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다. (38)

 

 게이머게이트는 게이머들, 챈문화의 극우주의자들, 반페미니즘과 온라인 극우를 주류 담론장으로 끌어들였고 대체로 남성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청년 정치 집단은 정치 세력화하여 문화적 좌파와의 문화전쟁에 맞서는 전술을 조직화하는 구심점이 됐다. (52-53)

 

 이어 2장은 극우 챈문화의 스타일에 대해 말한다. 이들은 68혁명의 금기를 금기한다는 위반을 가져오되 사드의 반도덕주의(필요하다면 나치의 완장과 니체의 허무주의와 무신론도 곁들임)에 따라 이드적인 쾌감 추구에 몰두한다. 신우익 세력은 불경하고 위반적인 반도덕적 형식(트롤링)과 유머를 추종하며, 퇴폐적이고 저급한 성격을 보이며 사이버불링의 온상지가 되고 있다.

 나의 가장 큰 의문은 김건희(의 몸)에 대한 이들의 해석과 반응 혹은 거래의 방식이다. 그는 신우익 세력이 짓밟고 싶은 증오 대상에 속하지만 최고 권력과 결합해 있어 공격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들에게 트롤링이란 누군가의 멘탈을 바스락거리게 부숴버리는 것이다. (64-65)

 의식과 양심의 질곡을 벗어던지는 것을 끝까지 밀어붙였을 때, 그 끝에서는 이드의 악마적 에너지가 꽃을 피운다. (73)

 

 다음으로 3장에서 저자는 알트라이트의 성공 배후를 파헤친다. 대안 우파와 트럼프주의자와 청년 집단의 교합은 소셜미디어 셀럽을 탄생시킨다. 앤절라 네이글은 트럼프주의 온라인 우파의 거물 스타로 단연 마일로 이아노풀로스를 꼽는다. 저자가 학문적으로 접근한 탓인지, 알트라이트는 좌파 이론으로 통하는 그람시의 (헤게모니) 문화 이론과 촘스키의 여론조작을 미디어에 확장해 써먹은 것으로 드러난다.

 ‘호모 투어강연에 나섰던 이아노풀로스는 소아성애에 대한 발언으로 몰락할 때까지 극우 입장에서 보수를 오쟁이 진 보수로 규정하고 일종의 인터넷 파시스트 제국을 이끈다.

 그리고 4장에서는 내용물이나 역사성은 사라지고, 오로지 좌냐 우냐 스탠스만 남은 현재 정치판을 꼬집는다. 1960년대 문화혁명(인종주의 철폐, 여성주의, 반전 운동 등)을 치르는 진일보 속에 어떤 무리는 기존의 힘을 빼앗기고 잃었다는 분노를 쌓아오다가 그것이 백래시로 폭발했다는 지적이 날카롭다. 아이러니하게도 클린턴과 오바마로 대표되는 경제적 좌파는 실패했더라도 문화 기획과 효용감은 성공적으로 남아 그것을 신우익 세력이 받았다고 볼 수 있겠다.

 신우익 온라인 문화에서 반권위주의, 비순응주의와 같은 말을 쓰나 본질과 이용 성향은 극명하게 다르다. 자유지상주의 좌파 문화에, 저속하고 악의적인 트롤링이 더해지면서 온라인은 이드의 광란의 장이 되어버렸다. 이런 내용을 접할수록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 힐러리의 구도가 어쭙잖게 윤석열 대 이재명에게 덧씌워졌다는 씁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민주당은 전략과 미디어 대응에서 무능하고 무력했다).

 전통 보수에서 벗어난 극단적이고 신경증적인 신우파의 양식은 반-페미니즘과 색을 밝히는 저속한대통령을 선출하였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막말하고 상스럽고 약자를 괴롭히고 경쟁자를 모욕 주는 무법자가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2번남을 악용할 정치 세력이 언제든 다시 등장할 수 있다.

 

 이아노풀로스와 포챈의 영향을 받은 우익 세력의 부상은 보수주의 부흥의 증거가 아니다. 텀블러 스타일 정체성 정치의 부상이 사회주의 혹은 경제적 좌파의 부흥과 무관한 것처럼 말이다. (116-117)

 

 트럼프는 정통 보수보다 이아노풀로스의 감수성에 훨씬 가깝다... 대안우파는 주로 정치적 기득권 보수주의 세력에 반대한다... 이아노풀로스, 트럼프. 대안우파의 부상은 보수주의의 귀환을 알리는 현상이 아니다... 무원칙적 반문화의 사상은 사라지지 않고 다만 신우파의 양식이 되었다(120; 132-133)

 

 법치만을 내세우고 정치는 사라진 현 정권과 4장을 연결해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5장의 소환하고 낙인찍고 숙청하기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내 수박들과 똥파리들(경선 불복과 내부 총질과 해당행위자들)이 즐겨하는 짓이라서 중요한 파트이다.

 2016년 대선 당시 사회주의 후보자인 버니 샌더스의 지지자를 향한 브로셜리스트와 여성주의 후보자를 폄하해 텀블러 플랫폼을 눈송이 세대라고 멸칭화한 것에 주목한다. 집단공격과 망신 주기로 악마화한 뒤 내쫓는 음모이자 공작인 이유에서다. 이것은 대선 이후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2030이 아닌, 민주당 지지자들을 싸잡아 개딸로 모는 언론플레이와 겹친다. 팬덤 문화와 대중 정치를 교묘히 여성화하고 짓누르려는 기획의 일환이다.

 

 이러한 낙인문화의 온라인 동역학은 피셔가 뱀파이어 성에서 탈출하기를 통해 훌륭하게 설명하듯 파문하고 단죄하려는 사제의 욕망, 사소한 실수부터 찾아내려는 관료의 욕망, 배타적 그룹의 일원이고자 하는 힙스터의 욕망으로 추동된다." (149)

 

 6장은 페미니스트인 저자가 빨간약’(영화 '메트릭스'의 레드필)을 먹고 각성한 신남성운동이 극우화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예리하게 파고든다. 제도와 조직에서의 공정과 평등한 대우를 주장하던 그들이 과격하게 배타적이고 혐오적인 망동들을 일삼게 된 경로를 밝힌다. 이들은 페미니즘과 혼혈과 난민 수용의 다문화주의가 문명 파괴의 원인(주범)이라고 본다. 기준점이 백인 남성 중심의 우월주의라서 믹토우 같은 단체를 양산한다. 믹토우는 섹스 탈출과 결혼제도 보이콧을 외치며 자위와 포르노를 즐길 뿐 아니라, 강간으로 수탉 회전목마를 처벌하고 복수해야 한다는 퇴행 서사를 펼친다.

 앤절라 네이글은 이들이 보수라는 전통의 굴레와 의무는 저버리고 오로지 혜택만 주장할 뿐 아니라, “한층 더 넓은 성적 선택권을 쥔 엘리트 남성의 성적 위계질서는 건드리지 않고 그저 낮은 위치에 놓인 여성과 인종문제만 물고 늘어지며 공격하는 양태를 비판한다.

 

 전통적이고 제한적인 남성의 성 역할에 대한 비판은 남성성 자체의 찬양으로 변질했고 페미니즘은 정치적 적대 세력이 되었다... 더욱 노골적으로 혐오하는 문화는 인터넷 익명성의 환경에서 고삐가 풀렸고 남성운동도 점점 더 우익적인 성격을 띠었다. (172-173)

 

 마지막으로 7장은 앞에서 벼린 펜의 날로 온라인 극우의 레토릭을 정조준한다. 트럼프의 젊은 온라인 극우 전사들은 맬서스적(인구학적) 우생학적, 엘리트주의적인 편견을 앞세워 반민주적저속함으로 인터넷 하위문화를 점령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짜깁기한 반문화적 위반의 실체가 공허하고 기만적인 개념이라고 일갈한다.

 더욱이 그들만의 하위문화의 레퍼런스와 은어를 통해 주류문화나 대중사회로부터 구별 짓기에 나서고 파시스트적인 도덕적 우월감을 뽐낸다. 반대로 대중문화 소비나 호응을 순응적이라고 못 박고 이러한 온라인 플랫폼들을 여성화하려 든다. 이런 여성적 허영심에 대한 경멸과 프레이밍으로 믹토우 문화를 합리화하는 것이다.

 온라인 신극우 운동을 살피고 나니 한국 청년들이 김건희에 대해서 설거지론트로피 와이프라는 공세를 펼치지 않음이 희한하면서도 한편 그들답다는 생각에 이른다. 게다가 조정훈 의원의 부인론(선택적 부인 운운)은 억지스러운 모순어법이자 현 상황에 대한 이해가 상충한다. 창피한 줄 모르고 나대며 커밍아웃하는 존재는 이쪽 저쪽 할 것 없이 기억해두어야 한다.

 

 포챈의 트롤문화는 대안우파의 전반적인 감수성과 유머감각을 잠식하기 수년 전부터 이미 인종차별주의와 여성혐오, 비인간성, 충격적인 포르노그래피와 허무주의로 가득차 있었다... 반문화적 위반이라는 것은 지극히 공허하고 기만적인 개념이다. 이는 주류의 가치와 취향을 무시하기만 하면 무엇이든지 흘러 들어갈 수 있는 공백을 만든다. (204-205)

 

 표현과 사상의 자유에 반하는 반지성주의적 온라인 운동은 정치를 신경증으로 대체했으며, 이는 대학 캠퍼스에서의 실제 상황(총기난사와 강간 등)과도 분리될 수 없다. (226)

 

 갈수록 더 곪아가는 비인간적이고 반동적인 온라인 정치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지만 이제 주류에 가까워지고 있다. 우리는 온라인 세계가 이것을 더 부추기지 않고 억제할 수 있기만을 바랄 따름이다.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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