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바람이 분다, 걸어야겠다

[도서] 바람이 분다, 걸어야겠다

박지현(제주유딧) 글,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나를 성장시킨 길 위의 이야기

[ 바람이 분다, 걸어야 겠다 ]

바람이 불어도 걸어야 했듯,

바람이 부는 대로 내버려 두어야 했듯,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현장에서 한두시간 내에 완성하는 그림은

'어반 스케치'라 하는데..

제주의 색채를 표현하기엔 언어가 빈곤하기만 하여서

그림을 그리기 사작한 것이다..

앞으로도 바람이 불면 이렇게 죽.. 걸을것 같다..

(작가의 말 中)

 

♧ 1부 혼자라는 것

→ 1코스 : 시흥리 - 광치기 해변

알처럼 생겨서 알오름이란다. 제주에서 오른 첫 오름이었다.

오름은 동네 뒷산만큼 오르기 쉬웠다. 

바람이 먼저 나를 맞아주었다.

중간지점인 목화휴게소에 도착해서

준치 한마리를 사서 먹었다.

오늘 내가 걸은 길과 같은 맛이었다.

- 다섯마리를 더 구워주세요.

J에게도 맛보이고 싶다. 맥주와 함께 준치를 씹으며 여행이 어땠는지 들려주고 싶다.

리트리버 두마리가 나를 보고 짖었다.

개들은 제주에서 당당히 살아가는데, 난 살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지 못한 것 같다.  먼지와 바람에 추레해진 나는 피로하고 지친 이방인이다.

성산이 내게 걸어오는 듯 했다. 제주사람들은 산을 신성한 공간으로 생각해 오르지 않았다.

늘 오르내릴 수 있는 오름은 목장이나 밭으로 이용하며 살아왔다(p33)

 

→ 2코스 : 광치기 해변 - 온평 포구

산비탈의 좁은 황톳길을 걷다 문득 발걸음이 멈춰졌다

낯익은 가시감이 들었다.  바람의 숨결을 어딘가에서 느낀 적이 있다.

처음 한라산을 오르던 그날의 바람이었다. 그 바람때문에 제주에서 살아야겠다 마음먹었다.

벼랑 어딘가에서 바람이 불어와 나를 툭 건드렸다.

문득 알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J에게 말했다

- 나 제주에서 살아야 겠어.

 나무가지에 매달린 리본이 바람에 날리는 아무도 없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정지된 풍경 속에서 단 하나의 의미있는 손짓은 바람이었.

올레길의 관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궁금증이 더해져 그저 집을 나섰다.

하루종일 길 위에 지내보니 생수와, 휴지, 손수건, 수첩과 펜, 호신용 가스총과 올레 사무국에서 빌린 '여행지킴이'단말기를 챙겼다.

유사시 버튼을 누르면 현장사진이 찍히는 동시에 인근 경찰서로 연락 간다.

1코스가 끝나는 곳, 광치기 해변으로 다시 갔다. 오늘의 여행이 끝나는 곳에서 다음여행이 시작된다.

제주사람들은 올레길을 잘 모른다. 올레길을 걷고부터 올레 리본이 보이기 시작했다.

풍경속에 섞여 잘 보이지 않는다. 대수산봉 1코스와 달리 숲이 우겨진 오름이였다.

좁은 숲길은 한낮인데도 서늘하고 무서웠다.

온평리 마을 바다에 도착했을때 윤슬이 반짝이고 있었다. 이곳이 2코의 종점이었다(p49)

 

→ 3코스 : 온평 포구 - 표선 해비치 해변

혼자하는 여행은 여전히 두렵지만, 시도 때도 없이 올레길이 눈앞 떠오른다.

넓은 평원의 좁은 언덕길, 나뭇가지에 매달린 리본이 응원하는 것처럼 바람에 흔들린다.

풀과 나무, 흙과 돌, 하늘과 바다, 숲을 처음 본 사람 처럼 길을 걷다 자주 멈춘다.

온평 포구에서 오늘의 걸음을 시작했다.

통오름에 올랐다. 다섯개의 봉우리가

분화구를 둘려싼 모양새가 멀리서 보면

통처럼 생겼다는데, 나무들에 가려져 전체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민둥산 오름과 숲으로 이뤄진 오름으로 구분을 하였다.

오름들이 겹치고 포개지며, 그 끝은 바다와 맞닿아 있다. 오름 둘레길 걷기는 언제나 즐겁다.

하늘을 걷는것 같다고 할까.(p66)

 

→ 4코스 : 표선 - 남원

 - 요 며칠 날이 궂어서 길이 안좋아. /  - 뭐 찍게?

- 빨래요.. /  - 별 걸 다 찍네.    활짝 웃는 해녀할머니. 유쾌한 분이다.

4코스의 해안도로는 길었다. 화가 난 신이 해변에 돌팔매질이라도 한 것 같은, 세기말적인 풍경이었다

해안가는 망오름으로 이어졌다. 망오름은 긴 오르막이 있엇지만, 푹식한 짚이 깔려 발이 편했다.

 꽃이 많고 울창한 오름이었다..

망오름을 내려가니 어두컴컴한 숲에 샘이 있었다.

죽은 나무가 샘이 된 것처럼 보였다.

한라산을 향해 물이 거슬러 올라가는 샘으로 '거슨새미'라 불린다.

작은 늪에 가까워서 조금 아쉬웠다.

거슨새미는 노단새미(거슨새미와 반대로

바다를 향해 흘러간다)와 이어졌다.

길은 끝나지 않을 것 같았고,

아무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걷고 또 걸었다. 멀리 한라산이 보이는가 싶더니 종점에 도착했다.

아무런 걱정 없이 그저 걷기만 하면 되는 시간을 원했 것이다.  어디에서든 이방인처럼 살았다.

내 발길이, 내 눈길이 머물지 않는 곳이 없는 그런 곳에서 오래오래 살기를 원했다.(p84)

 

→ 5코스 : 남원 - 쇠소깍

성시경의 <제주도 푸른밤>이 끊임없이 재생되며 우리의 제주살이를 축하해주었다.

J는 술기운에 취해

- 앞으로 10년 줄테니 글을 써봐. 원없이 써봐. 딱 10년이야.

가스총과 안전지킴이 단말기를 집에 두고 가도된다. 오늘은 혼자 걷지 않는다.

5코스의 시작 지점인 남원포구에 도착했다

오늘은 밝고 경쾌한 날씨 아래서, 즐거운 대화속에서 J와 함께 걷는다.

해안가 절벽 아래 뚫린 커다란 굴, 남원 큰엉(바닷가나 절벽에 뚫린 바위)에 도착했다.

바위와 돌들이 뒹굴고 있었다.

J는 아까부터 대자연보다 낚시꾼에게

관심이 더 많다. J가 낚시를 하는 동안 그림을 그렸고, '어반 스케치'가 시작되었다.

우린 각자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언제나 함께였다. 걷기를 제외하면..

종점이 있는 쇠소깍 효도넌 입구에 다다랐다. 지난 해 J와 제주여행을 왔을때

쇠소깍에서 기암고석을 병풍처럼 두른 신비로운 쪽빛 물빛을 보던 내가 감탄하자 중년여성이 다가와서

- 사진 찍  드릴까요? / 두 분이 좋아 보여서 그래요.

- 제주에서 일년살이하고 있어요. / 올레길을 걷고 싶어서 혼자 내려왔어요.

- 올레길 걸어보셨나요? 제주를 속살까지 알 수 있어요.

 바람이 좁은 돌담길을 휘몰아치며 따라오는데, 그 느낌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나는 올레길 위에 서있다(p102)

 

→ 6코스 : 쇠소깍 - 서귀포

 올레길 6코스는 쇠소깍, 이중섭거리 유명관광지와 섶섬, 범섬 서귀포를 대표하는 섬이있다.

시작점 쇠소깍에 가려면 버스에서 내려 15분쯤 걸어야 한다.

혼자 올레길을 걸을 수 있는 건 오십여 걸음마다 리본과 화살표의 표시덕분이다.

제주는 가로등이 드물어서 날이 어두워지면 아주 캄캄하다.

바닷가 게우코지를 지나는데 가운데로 쪼개는 생이돌이 눈에 들어왔다.

게우는 전복 내장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생이는 새의 제주어이다.)

쉰다리(밥과 누룩으로 담가 만든 제주 전통음료) 가게도 닫았다. 비가 오는 날에는 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삐죽삐죽한 기암괴석이 동그란 바다를 품은 기기 묘묘한 소천지가 마음에 들었다.

소천지가 품은 물을 오랫동안 보고 있으니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두운 물빛에서 어떤 두려움이 느껴졌다. 우주적인 두려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갈림길에 섰다. A코스는 이중섭문화거리, B코스는 천지연폭포 기정길에서 시작한다.

나는 오늘 어느 길을 걸은 것일까.

의지는 A코스를 선택했는 데  발은 B코스를 향했다.

어떤 선택은 많은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의지와 우연이 도달한 결과를 보기전까지 의미를 찾는 것뿐이다.(p118)

 

→ 7코스 : 서귀포 - 월평

삼매봉 남성대에서 보는 바다의 빛은 지중해의 푸르고 나른한 물빛과 닮았다.

한겨울 맑은 날에만 볼 수 있다는 노인성 보면 무병장수할 수 있다한다.

설문대할망노인성은 마주 보고 있다.

길은 외돌개가 있는 바다로 이어졌다. 외돌개에는 세가지 전설이 있다.

1. 설문대할망은 5백명의 아들들을 먹이려 가마솥에 죽을 끓이다 빠져죽었는데, 이걸 모르고 팥죽을 먹던 아들들은 그릇바닥에 어머니의 뼈를 발견하고 슬퍼하다 한라산의 영실기암이 되었다.

어머니가 보이지 않자 찾으러 나선 막내아들은 형들을 용서할 수 없어 한라산을 떠나 외돌개가 되었다.

2. 외돌개는 할망바위라고 부르는데, 노부부가 살았는데 바다로 나간 할아버지가 풍량으로 돌아오지 못하자 할머니가 바다를 향해 하르방을 부르며 통곡하다 바위가 되었다.

3. 고려말 묵호의 난 잔류세력이 외돌개와 마주한 범섬으로 숨어들었고, 최영장군은 그들을 토벌하기 위해 외돌개에 장군옷을 걸치고 불에 비춰 바다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한밤중에 그모습을 본 묵호세력은 거대한 장군의 모습을 보고 놀라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투항했다.

다시 길을 걸었다.(p130) 

 

→ 7-1코스 : 서귀포 버스터미널 - 서귀포

엉또 폭포는 정적으로 가득했다.  물기 없이 바짝 말라버린 절벽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곳에 70ml이상의 비가 오면 다음날 깊은 산중을 울리는 우레와 같은 소리와 함께 많은 양의 물이 절벽아래로 쏟아진다고 한다.

평소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괴석으로 이루어진 병풍같은

마른 절벽이 폭포로 변하는 곳은 유례가 없어 세계4대 폭포로 불린다.(p142)

(나이아가라,이과수,빅토리아와 함께) 

 

→ 8코스 : 월평마을  대평 포구

약천사에 들어섰다. 불교신자인 엄마는 대웅전에 들어가 절이라도 하고 가란다.

신은 바람과 같아서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어딘가에 있음을 알고있다.

중1때.. 낯선 술에 취한 아저씨가 야산으로 가출한 조카를 불러달라는 부탁을 거절 못하고 따라갔는데,

동굴에 묶으려 하려는 순간 굴바깥에서 낙엽밟는 소리가 들렸다. 그소리에 깜짝놀라 남자는 나가 는 사이

산비탈로 몸을 던져서 도망쳤다. 그 절박한 순간 사랑하는 외할아버지가 신이 되어 지켜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절박할때마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할아버지를 불렀다.

 난.. 그럴때마다 하나님을 정말 간절히 찾는다.. 그럴때만.. 너무도 절실하게 찾는다..

그래도.. 다행히 하나님은 아직까지는 날 버리지 않고 지켜주신다..

 

'별빛이 비치는 개울'이란 뜻의 베릿내오름.

양갈래길이 나오면 자꾸만 헤매게 된다.

오름을 겨우 내려가 흔들 그네가 있는 산책로를 걸었는데 그곳에서도 빙빙 돌고말았다. 

 예래마을을 떠나 파도가 잔잔한 하예 바닷가 마을에 들어서니 밥그릇을 엎어 놓은 것처럼 생긴 산방산이 보인다. 포구에서 스템프를 찍고 9코스는 구제역으로 잠정 폐쇄되어 10코스의 시작점을 향했다. (p157)

 

→ 10코스 : 화순 - 모슬포

 낙석위험때문에  폐쇄한 9코스를 건너뛰어 10코스다.

시작지점인 화순 금모래 해변은 육지의 해변과 닮았다. 해변 끝에는 야산이 있었다.  잘못 들었나 싶은 당황스러운 좁은 산길이 나 있었다. 작은 야산이라 생각했던 숲은 사근다리(썩은다리)라는 이름의 언덕이었다. 오름이라 하기엔 야크막한 언덕은 응회암이 오랜시간 풍화되고 바래 썩은것처럼 보여서 그런이름이 붙었단다.

모래에 발이 푹푹 빠지는 해변을 걸었다.

굴 입구의 누게바위 그늘아래서 잠시 쉬었다.

따뜻한 모래가 발바닥을 부드럽게 안았다.(P173)

 

→ 10-1코스 : 가파도

청보리의 계절이다. 가파도를 엄마와 함께 걷기로 했다.

가파도의 올레길은 5킬로미터로 가장 짧다.

청보리는 제주 어디에나 있지만 가파도가

특별한 이유는 납작한 작은 섬이 온통 청보리로 출령이는 풍경이 환상적이다. 청보리 너머 오름들이 펼쳐지는 능선의 향연, 반쯤 구름에 가려 하늘에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파도 사람들은 무덤을 밭에 만든다.

삶과 죽음의 공간이 공존하고,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가 없다.(p191)

 

 

→ 11코스 : 모슬포 - 무릉

모슬봉을 마주 보며 마늘밭 농로 사잇길로 걸었다.

모슬봉은 오름 전체가 공동묘지다.

모슬봉을 내려와서도 마늘밭은 줄기차게 이어졌다.

우리나라 마늘생산량 30%가 제주, 특히 이곳 대정마을이 유명하다. 마늘밭을 걷다 또 공동묘지를 만났다.

길에 아기를 안고 쪽진 머리에 비녀를 꽂은 젊은 여인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묘의주인은 정난주 마리아. 제주로 귀양살이 가던 정난주에게 두살난 아들이 있었다. 아들은 전라도 관할이었던 추자도에 내려놓고 아들을 죽어다 말할 수 밖에 없었던 어미. 제주로 들어가면 죽은 목숨이니 작은 섬 추자도에 아들의 운명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정난주와 아들 황경환, 그들은 만난 적이 있을까.  제주와 추자도 사이 바닷길이 험해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정난주 묘소에서 나와 걷다 편의점에 들어갔다. 벽에는 올레꾼이 쓴 방명록이 빼곡히 붙어있다.

"아내와 함께 걷는 올레 - 돌아보면 아내가, 또 돌아보면 아내가.. 세월이 엄청 흘러 돌아보면.. 이시간 영원하리라."(p207)

 

→ 12코스 : 무릉 - 용수

제주에서는 일상도 여행과 같다.

인연도 자연과 같으면 좋겠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만날 수 있으면 만나고, 만날 수 없어도 좋은 감정을 지니며 살아갈 수 있도록, 그 자리에 언제나 있을 수 있도록.

어느 순간부터 내가 왜 걷는지 이유를 찾지 않게 되었다. 그냥 걸을 뿐이다.

산정도예를 나오니 또다시 마을밭이다.

마늘 밭이 이어지는 중간산 길을 오랫동안 걷다 만난 바다는 반가웠다.

수월봉에서 보는 차귀도 바다는 유난히 새파랗다. 물결이 잔잔한 코발트 블루 색 바다에 인공 호수에 띄워놓은 인공섬처럼 차귀도가 이질적으로 떠 있었다.(p221)

 

→ 13코스 : 용수 - 저지

아무도 없는 시골길. 어디선가 음악이 들려왔다. '순례자의 교회'에서 들려오는 음악이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교회라더니 정말 아주 작았다. 서너 평이나 될까. 단상위에 펼쳐진 성경 위로 빛이 내려앉아 있었다. 잠시 앉아 머물고 싶은 곳이었다.

길이 끊겼다. AI로 폐쇄된 것이다. 오래된 돌담을 지나 고목 숲에 들어섰다. 한참 숲길을 걷다 '행복 쉼팡'이라는 공중전화 부스만한 무인카페를 만났다. 올레꾼을 위해 마련한 공간이었다. 소박하지만 마을을 지나는 여행자를 위한 따뜻한 친절이 느껴졌다.

저지오름은 분화구 둘레길이 특히 좋았다. 좁은 오솔길을 걸으니 풋풋한 흙냄새가 났다.(p231)

 

 → 14코스 : 저지 - 한림

한동안 밭으로 길이 이어지다 선인장 군락지에 들어섰다. 야생 선인장은 특히 월령리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푸른바다와 대비되는 까만 돌 틈마다 선인장이 자라는 모습이 이색적이고 아름답다.

 무명천 길은 푹신하고 기분좋은 풀밭이었다.

해가 지고 있다. 월령포구도 참 예쁘다. 길을 걸으며 보는 세상은 온통 처음 보는 것으로 가득했다. 지금까지 전혀 몰랐던 세계가 성큼, 다가왔다. (p243) 

 

→  14-1코스 : 저지 - 서광

문도지오름에 오르니 말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정상에 오르니 깊고 울창한 숲이 펄쳐져 있었다.감탄이 절로 나왔다. 아마존 한가운데 서 있는 듯, 시선이 닿는 곳마다 푸른 숲이었다.

오름을 내려가 저지 곶자왈에 들어섰다. 숲은 햇빛이 들지 않아 돌은 융단처럼 부드러운 연두색 이끼로 덮여 있었다. 콩난도 이끼와 함께 자라고 있었다.무릉 곶자왈을 통과하니 청수 곶자왈로 이어졌다.

이리저리 뒤틀리고 꼬인 나무들, 고사리과의 양치식물들, 농도가 짙은 물웅덩이와 이끼 낀 돌. 봄인데도 잎을 다 떨군 나무는 앙상했고 길에는 낙엽이 수북이 덮여있었다.

 

→ 15코스 : 한림 - 고내

기름진 밭에서 싱그러운 흙냄새 날아왔다. 올레길은 야생화가 지천이다. 올레길에서는 꽃만 들여다 보아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금산공원은 곶자왈의 모습을 가진 작은 숲이다. 계단을 올라 숲으로 들어서니 기온이 훅 떨어졌다 반질반질한 나무 둥치에 잠시 앉아있었다. 낡은 목책 산책로를 따라 더 깊게 들어가니 포제 있었다. 제주는 1만 8천 신이 사는 신들의 고향이다. 고립되고 척박한 땅에서 살아가기 위해 많은신들이 필요했나보다.

켜켜이 쌓인 시간의 힘이 차원을 달리하는 초월적인 세계를 만들었다. 오래된 것들에는 힘이있다.(p263)

 

→ 16코스 : 고내 - 광령

흐렸던 하늘이 개기 시작했다.

고내 포구에서 스템프를 찍고 해안도로를 따라 걸었다. 파도치는 벼랑 위 숲으로 길이 이어졌다. 연못가에 가만히 앉아 있으니 마음속 와글거림도 잔잔해졌다. 역시 수산봉은 영험스러운 곳일까. 이곳에서 기우제를 올렸던 이유가 분명히 있겠지.

아름다운 자연과 바다가 있는 곳에서 태어나 자라는 인생은 어떨까, 제주가 고향이란 건 어떤 느낌일까.(p274)

 

→ 17코스 : 광령 - 제주 원도심

17코스는 일상과 비일상을 넘나드는 길이자 현실과 이상에 대해 의문을 제시한 길이었다. 하루여행이였는데 백년의 시간을 넘나든 것처럼 느껴졌나보다. 저 멀리 목마등대가 마치 나란히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는 꽤나 거리가 있고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다. 두 목마 등대는 서로 가깝고,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걸로 됐다.

자연을 잃어버린 제주는 텅 빈 섬이다.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을 보러온 것이다. 자연을 가리는 건물들은 곧 황폐화될 것이다. (p287)

 

→ 18코스 : 제주 원도심 - 조천

완주까지 얼마남지 않았는데 걸을수록 더 좋으니 큰일이다. 여행을 하니 세월이 빨리 흐른다.

별도봉 아래는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이다. 돌담으로 나뉜 67가구의 터만 남아있는 곳이다. 4.3사건 이후 마을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사람이 사라지지 않은 곤을동 마을을 상상해 보았다. 앞에는 바다와 제주항, 뒤에는 오름을 벼웅처럼 두른 마을. 그냥 봐도 터가 좋고 경치도 아름답다. 해안도로에서 조용히 파도소리가 들려왔다.

 

→ 18-1코스 : 추자도

섬은 조용했다.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추자도는 배가 하루에 한번들어갔다 나온다. 추자도는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섬이다. 길은 비탈길의 좁은 골목에서 시작되어 언덕 위 최영장군 사당으로 이어진다. 드디어 황경한의 묘를 만났다.  (11코스의 정난주의 아들인..) 바다를 사이에 두고 어머니와 아들이 평생 그리워하며 낯선 땅에서 각자의 삶을 살다 죽었다..(p313)

 

 

→ 19코스 : 조천 - 김녕

아쉬운 마음에 천천히 걷고 있다. 걷기 여행은 미래보다 과거에 맞닿아있다. 아무생각없이 걷다보면 과거의 일들이 하나둘씩 떠오른다. 온종일 걸으면서 보고 듣고 냄새 맡는일이 과거의 감각을 깨우나 보다. 서우봉은 보기보다 오르기 힘들었다. 밧줄을 잡고 올라가는 산 비탈길에서 고갯길을 넘으니 나무가 우거진 숲이 나타났다. 숲은 좋지만 여전히 무섭다. 북촌리는 현기영의 소설 <순이 삼촌>의 주무대다. 소설에서 북촌리는 '우울증과 찌든 가난밖에 남겨준 것이 없는 곳'으로 표현된다(p325)

 

→ 20코스 : 김녕 - 하도

음속에서 무인도 하나를 안고 살아왔다. 제주도는 지금까지 산 곳 중 마음이 가장 편하다. 20코스는 김녕에서 시작해 바닷가를 따라 월정리, 행원리, 한동리, 세화리를 거쳐 대평리에서 끝난다. 김녕 성세기 바다가 제주 바다중 최고다. 눈부시게 빛나는 흰 모래와 고운 물빛의 바다, 수많은 색을 안고 있는 이 바다를 다른사람이 보지못하게 꼭꼭 숨기고 싶을 정도다 (p333)

 

→ 21코스 :  하도 - 종달

걷기를 통해 저장된 생각과 감각은 새로움과 경이로움으로 가득하다. 해녀의 숨비소리를 들었다. 석다원 앞 바다에서 수십명의 해녀들이 숨비소리를 내뱉었다. 처음에는 돌고래 소리인 줄 알았다. 어디선가 들어본 소리에 바다를 보았다. 토끼섬이 눈앞에 나타났다. 토끼섬은 굉장히 작은 섬이다. 초등학교 운동장보다 작다. 여름이면 문주란이 저절로 피어나 섬전체를 하얗게 뒤덮여 토끼섬이라는 이름이 붙었다.(p344)

 

→ 1-1코스 : 우도

잡풀이 무성한 좁은 길을 걸었다. 바람이 등 뒤에서 불어왔다. 지금까지 걸어온 모든 여정에서의 고생을 씻겨주듯 바람이 상쾌하게 불어왔다. 자리에 주저앉아 바람에 모든 걸 맡겼다.(p352)

 

올레길을 걷기위해 1년살기를 계획했다는

여인이 기억에 남는다.

그녀처럼 제주에 가서 1년을 살아볼 용기는

아직 나지 않지만, 좀더 시간이 지나고 여유가 생긴다면..

1년이 안돼면 한달살기라도 꼭 해보리라 계획을 세워본다.

 

저자의 아픈기억에.. 나도 아팠다.

동굴에 갇힌 경험은 아니지만, 좀.. 다른 경험이 있어서.. 그때 난 동굴속에 갇힌 것같이 춥고 아프다고 친구에게 편지를 썼던 기억이 난다.. 오래전 아픔이 떠올라서..

그녀가 아파할때.. 나도 같이 아팠다.. 잠시 책을 덮을만큼..

 

길을 걸으며 마음을 정리해 가는 걸..

읽다보니 참 부럽다.. 나도 길을 걷고싶어진다..

책을 따라 나도 걸었다.

리뷰후에 다시 좀 더 여유롭게 다시 걸어봐야겠다.

12월엔 제주에 갈거라 계획을 세웠는데,

다시 심각해진 코로나..그래도 곧.. 제주에 가서

저길을 걸야봐아 겠다.. 그날도바람이 불겠지..

 →  제주수가 보내준 노꼬메 오름, 저길을 같이 걷자했다..

 

...  소/라/향/기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1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나날이

    제주의 풍광, 그림이 멋지네요.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여행의 큰 자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과 그림이 어루러지면 아름다운 마음이 되겠지요. 책이 눈에 선하게 다가오는 듯합니다.

    2020.11.29 14:32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소라향기

      그쵸.. 어반스케치.. 참 그 능력이 부러웠습니다..
      연습할 일이 많은 요즘입니다..

      2020.11.29 15:17
  • 들꽃향기

    제주도 가고 싶네요. 작년 이만때쯤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을 했는데 그때가 그리워요.
    소라님의 리뷰를 보니 다 낯선곳이네요. 제주도 속살을 보는 느낌 좋네요.
    어반 스케치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부러운 추운날입니다.^*^

    2020.11.29 14:41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소라향기

      작년 12월에 저도 제주에 있었는데.. 코로나전이라 가능했던 일이였죠..
      다시.. 완화되어서.. 제주에 가서 걸어보고 싶습니다..
      저도.. 어반스케치.. 부러웠어요.. 아주 많이.. 그리는 연습도 해보고싶어요..

      2020.11.29 15:16
  • 스타블로거 별나라이야기

    겨울에는 꼭 갈수있을꺼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심해지는 코로나로 너무 아쉽네요..
    봄에는 갈수있겠죠?? 꼭 그러길 바래봅니다..ㅠㅠㅠ

    2020.11.29 20:17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소라향기

      다시 계획을 세우고.. 지켜봐야겠어요..
      빨리 안정되어야 하는데 걱정이예요..

      2020.11.29 21:10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