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블로그

리뷰 다정한 슬픔에 대한 이야기

제목과 표지에 ‘바다’가 드러나 있듯 이 산문집은 바다와 밀접한 인생을 살아온 저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년에 펴낸 소설집 『통영』도 온통 푸른빛이었는데 그 책과 연관이라도 있는 듯 이 책도 푸르르다. 실제로 『나는 바다를 닮아서』는 소설집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고 있기도 하다. 대놓고 ‘그 소설은 이렇게 탄생했다’고 밝히는 것이 아니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소설 속 인물이 떠오르는 식이다. 그 때문에 소설집을 먼저 읽은 사람들은 산문집에 숨겨진 등장인물들의 전신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이 책을 읽기 ...

2022.12.12 공감 횟수 3 댓글 수 0

리뷰 흔들림까지 사랑하기

'마음영성'이란 뭘까. 영성이라는 단어가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느꼈는데 이 책의 저자인 김용은 수녀님에 따르면, 일상에서 마음을 돌보는 게 마음영성이라고 한다. 두 손 모아 경건히 기도해야만 영성을 실천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일상에서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살펴보고 이해해보는 것, 한국인이나 직장인, 누군가의 자식으로서의 '나'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 마음속에 갇힌 진실한 내 모습을 마주해보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을 보면서 내 마음을 볼 생각은 ...

2022.08.08 공감 횟수 1 댓글 수 0

리뷰 모바일 작성글 고전문학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허밍버드

너무나 유명한 고전이지만 나는 이번에 처음으로 완독했다. 10년도 더 전에, 뉴스에서 ‘베르테르 효과’가 자주 나오던 시기에 앞부분을 조금 읽다가 그만둔 기억이 있다. 이번에 읽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뮤지컬과 오페라의 원작 문학 시리즈를 출간하는 허밍버드 클래식M의 네 번째 작품이다.베르테르가 친구 빌헬름에게 쓴 편지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 자리잡은 베르테르는 로테에게 첫눈에 반한다. 하지만 로테에게는 이미 약혼자 알베르트가 있고, 알베르트가 돌아오자 베르테르는 잠시 다른 곳으로 떠난다. 로테가 없는 곳에서...

2020.08.30 공감 횟수 1 댓글 수 0

리뷰 슬픈 짐승 - 모니카 마론

동독에서 온 여자 서독에서 온 남자분단과 통일을 겪은 독일 작가 모니카 마론이 쓴 이 소설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과 후를 오가는 통독소설이다. 주 소재는 불륜이지만, 불륜을 미화하는 소설은 아니라 괜찮았다. 주인공은 동독 출신의 여성으로 남편과 딸이 있었지만 통일이 된 후 서독 출신의 유부남 프란츠와 사랑에 빠진다. 이는 단순히 여성과 남성의 결합이 아니라 동독과 서독의 결합으로도 볼 수 있다.러시아의 지배를 받았던 동독 사람들과 미국의 지배를 받았던 서독 사람들은 자라온 환경도, 사고방식도 다르다. 자신이 더 우월하다고 생각...

2020.07.01 공감 횟수 2 댓글 수 0

리뷰 모바일 작성글 하쿠바산장 살인사건 - 히가시노 게이고

≪하쿠바산장 살인사건≫은 ≪백마산장 살인사건≫의 개정판으로 1986년에 발표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창기 작품이다.#줄거리주인공 나오코의 오빠 고이치는 하쿠바에 있는 머더구스 펜션에서 죽은 채 발견된다. 고이치가 죽은 뒤 나오코는 엽서 한 통을 받는데, 그곳에는 ‘마리아 님은 집에 언제 돌아왔지?’라는 오빠의 의미심장한 물음이 담겨 있다. 나오코는 오빠의 죽음이 석연치 않다고 생각하고 일 년에 한 번 사고 당시의 게스트들이 모이는 날을 노려 친구 마코토와 함께 머더구스 펜션에 간다. 그곳에는 방마다 머더구스 노랫말이 적혀 있는데, 나...

2020.05.21 공감 횟수 1 댓글 수 0

리뷰 칵테일, 러브, 좀비 - 조예은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이라는 책 제목을 보고 특이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바로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을 먼저 읽게 됐다.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두 번째 책으로 네 편의 짧은 소설이 실려 있다.     #초대‘한 번 본 얼굴은 완벽에 가깝게 재현해내는’ 재능을 가진 채원이지만, 이상하게도 남자친구 정현의 두상은 완성할 수 없다. 자신의 취향을 강요하는 정현과 점점 자신을 잃어가는 채원. 그사이 자신의 삶에 끼어든 한 여성에게 기이한 초대를 받는다.   #습지의 사랑...

2020.05.03 공감 횟수 2 댓글 수 0

리뷰 부자의 언어 - 존 소포릭

표지 속 정원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부의 정원사가 독자들을 반겨준다.이 책은 경제경영서와 자기계발서로 분류돼 있는데, 특이하게도 소설이 포함돼 있다. 전반적으로 자기계발서 같았고 경제경영, 소설, 에세이 분야가 혼합돼 있는 듯했다. 각 꼭지의 전반부에는 정원사가 주인공인 소설이, 후반부에는 저자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저자가 부를 추구하며 얻은 교훈을 정원사가 정원을 가꾸는 일에 비유하여 설명한 점이 흥미로웠다. 4장에서는 무려 ‘55가지 부의 언어’를 설명하는데, 이 부분이 핵심이기는 하지만 책의 절반을 넘게 차지해서 읽는 데 조...

2020.04.09 공감 횟수 3 댓글 수 0

리뷰 굴러가고 있는 운명의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나는 ≪수레바퀴 아래서≫가 더 마음에 들었다. ≪데미안≫의 에밀 싱클레어보다는 ≪수레바퀴 아래서≫의 한스 기벤라트에게 더 마음이 쓰였다. 한스의 모습에서 지난날 나의 모습이 자주 겹쳐보였기 때문이다. 비단 나뿐이 아니라 한국의 입시교육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스에게 혹은 한스의 주변 인물에게 자신을 투영해 볼 것 같다. 그래서 ≪수레바퀴 아래서≫는 현재진행형인 이야기이다.동정심 많은 복습지도 교사 비트리히를 제외하면 그들 중 아무도 소년의 여윈 얼굴에 나타난 당혹스러운 미소 뒤에 ...

2020.03.12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조의 말 - 루이자 메이 올컷

사실 ≪작은 아씨들≫은 어릴 적에 재미있게 읽었다는 기억만 남아 있고, 그 밖에 등장인물이나 줄거리는 기억나지 않는다. 영화도 개봉했고 책도 선물 받아서 이참에 다시 읽어보려고 했는데, 두께가 만만치 않아서 섣불리 시작하지 못했다. 이 책은 ≪작은 아씨들≫의 요약본이라고 볼 수도 있을 듯한데, 작은 아씨들 중 ‘조’의 말을 영어 원문과 함께 실었다. 원문 그대로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난 내 자체보다 내 옷에 더 신경 쓰는 사람들은 별로 만나고 싶지 않아.대단한 미인도 아니고 부자도 아니니까 싫은 사람도 꾹 참고...

2020.03.12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온기 가득한 문구 여행기

-아날로그란 ‘온기가 머무는 것’이다. - p.186‘아날로그 키퍼’라는 브랜드는 진짜 문구덕후가 만든 브랜드로 유명하다. 한 번 구매했던 사람들은 정신 못 차리고 빠져들게 된다(=내 얘기). 아날로그 키퍼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사진들은 지금 당장 펜을 들고 뭐라도 끄적여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게 한다. 자신이 디자인한 메모지에 일상을 기록하고 차곡차곡 페이퍼 파일에 담거나, 클립으로 묶어둔 사진들을 보면 묘한 자극을 받게 된다. 오늘 해야 할 일을 적은 종이 위에 무심하게 그어진 밑줄들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아날로그 키퍼를 만들...

2020.03.10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총보다 강한 실 -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직물이 어떻게 세계와 역사를 바꾸었는지 알려주는 13가지 다양한 이야기 - p.11호모사피엔스, 미라, 바이킹족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면 그 중심에는 어떤 키워드가 있을까. 바로 이 책의 제재인 ‘실’이다.-생물학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던 호모사피엔스는 사실 인류 최초의 직조공이다. 약 34,500년 전, 호모사피엔스가 줏주아나 동굴에 처음 발을 디뎠고, 동굴 바닥에서 채취한 꽃가루 알갱이 옆에서 섬유가 발견된다.-미라를 만드는 방법이나 미라의 의미는 궁금했지만, 미라를 감싼 천에는 관심 갖지 ...

2020.02.25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표지부터 제목, 띠지 색상까지 완벽한 내 취향이어서 작년에 소장한 책이다. 읽고 싶었던 책이지만 읽고 싶은 책이 한둘이 아닌 게 문제였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이 책을 이제야 읽었으니 말이다. 내가 소장한 책은 초판 발행 일주일 만에 찍은 중쇄인데 지금 팔리고 있는 책은 몇 쇄일지 궁금하다. 오래 묵혀둔 게 무색할 정도로 책은 순식간에 다 읽었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마음 편히 별점 다섯 개를 줬다.#순례자들은왜돌아오지않는가‘마을’에서 성년이 되면 ‘시초지’로 순례를 떠나는데 돌아오는 순례자들은 극히 일부이다. 순...

2020.02.13 공감 횟수 3 댓글 수 0

리뷰 모바일 작성글 우리 모두의 클래식

하루에 하나의 클래식을 듣고 그에 관한 설명을 읽게끔 구성한 책이다. 한 페이지를 넘기지 않는 간결한 설명이 부담 없고, 따로 찾아볼 필요 없이 QR 코드로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편리하다.클래식은 곡명을 외우기 힘든데, 이 책은 그런 것을 신경쓰지 않는다. 곡명을 외우지 못하더라도 일단 듣고, 느껴보라는 것. 대중가요처럼 마음에 꽂히는 곡이 있다면 한번 더 들어보라는 것. 그럼으로써 클래식이 어떤 특정한 계층의 전유물이라는,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장르라는 생각을 떨쳐내라는 것이 저자가 의도하는 바이다.나는 하루에 한 페이지만 읽...

2020.01.28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인간을 키우는 고양이 - 하하하 / 다독임북스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사정상 키우지는 못하고 랜선 집사만 전전하는 나는 유튜브에서 인기 있는 고양이 채널은 스치듯 한 번이라도 봤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이번에 읽게 된 책은 유튜버가 쓴 책인지도 모르고 펼쳤다가 실제로 움직이는 고양이들을 보기 위해 해당 채널을 검색한 경우이다. 그런데 역시 유튜브 알고리즘은 똑똑하게도 내게 먼저 보여줬었다. 길막이가 쥐로 보은한 영상을 본 기억이 났다. 그리고 고양이들은 보은하고 몰래 숨어서 집사의 반응을 지켜본다는 댓글을 보고 고양이의 귀여움에 몸부림쳤던 일도 함께 기억났다.그렇게 책을 읽다 ...

2020.01.20 공감 횟수 0 댓글 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