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수레바퀴 아래서

[도서]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 저/한미희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나는 ≪수레바퀴 아래서≫가 더 마음에 들었다. ≪데미안≫의 에밀 싱클레어보다는 ≪수레바퀴 아래서≫의 한스 기벤라트에게 더 마음이 쓰였다. 한스의 모습에서 지난날 나의 모습이 자주 겹쳐보였기 때문이다. 비단 나뿐이 아니라 한국의 입시교육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스에게 혹은 한스의 주변 인물에게 자신을 투영해 볼 것 같다. 그래서 ≪수레바퀴 아래서≫는 현재진행형인 이야기이다.



동정심 많은 복습지도 교사 비트리히를 제외하면 그들 중 아무도 소년의 여윈 얼굴에 나타난 당혹스러운 미소 뒤에 물에 빠져 가라앉는 영혼이 아파하고 있으며, 그 영혼이 두려움과 절망에 차 죽어가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 p.141


그렇게 고생하며 열심히 공부하고 땀흘렸는데, 작은 즐거움을 그렇게 많이 포기하고, 그렇게 자부심과 명예욕을 느끼고 희망에 부풀어 꿈을 꾸었는데 모두 허사가 된 것이다. - p.191


한스는 슈바르츠발트에서 가장 똑똑하여 미래가 촉망받는 인재이다. 라틴어 학교에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하여 주 시험에 통과하고 마울브론 신학교에 입학하는 엘리트 과정을 밟는다. 공부만 강조하는 어른들 사이에서 자란 한스는 은연중에 공장 노동자들을 무시하고 그들 위에 군림할 지식인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신학교에서 하일너와 어울리며 공부를 등한시하던 한스는 신학교의 구성원들에게 문제아로 낙인 찍히고 끊임없이 방황하게 된다. 그런 한스를 붙잡아주는 어른은 없고, 한스의 영혼은 고통에 침식당한다.


시인이기도 했던 헤세는 아름다운 문장으로 소설을 전개한다. 그런데 곳곳에 숨어 있는 복선은 아름다운 문장을 보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들게 한다. 문학동네 ≪수레바퀴 아래서≫의 표지는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불’인 줄 알았는데 다 읽고 나니 ‘물’이었음을 깨달았다. 한스의 고통받는 영혼을 이보다 잘 표현한 그림이 있을까 싶다.



▶굴러가고 있는 운명의 수레바퀴 아래서
“그럼, 그래야지. 친구, 아무튼 지치면 안 되네. 그렇지 않으면 수레바퀴 아래 깔리고 말 테니까.” - p.119


지금도 저마다의 수레바퀴 아래서 깔리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게 된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