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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 바이블

[도서] 엑셀 바이블

최준선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26기 11주차에 정통한국문학대계 제38권을 리뷰한 적 있습니다. 지금 이 책도 (출판사는 다르지만) 그와 비슷한 기획인데 이 권에는 유현종씨, 김의정씨, 김성일씨 등 쟁쟁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실렸습니다.

25기 20주차에 백용운 작가의 <대합실>을 리뷰한 적 있습니다. 그 책도 단편 모음집이었는데 당시 제가 특히 관심 깊게 읽은 작품은 "고가(古家)"였습니다. 제가 지금 이 작을 읽으면서 뭔가 그때의 진행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작가가 같은 분이었네요.

일단 노인은 시골에서 오래 터잡고 산 사람이며 넉넉한 형편이고 자녀가 많습니다. 이 자녀를 다 출세시키기까지 한 터에, 동네에서 부러움을 한몸에 받습니다. 하지만 그토록 애써 키운 자녀들은 부모를 잘 찾아보지 않고, 특히 며느리들 중 일부는 그 유산에만 눈독을 들입니다... 여기까지는 두 작품이 서로 빼다박았습니다.

이 작품에서 특이한 건, 집안의 늙은 가장이 사망하고 장례식이 열리는 장면에서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영화 <대부> 사가(saga)도 비토 코를레오네의 막내딸 결혼식 장면을 그 발단으로 삼는 게 유명하죠. 시골에서는 대단한 집안이다 보니 조문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평소에 노인에게 신세를 입은 여러 주민들이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습니다. 시신이 너무 훼손되어, 유족들은 물론 평소에 가까이 지내던 이들마저도 고인의 생전 모습을 시신에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자연사가 아니라 사고사라서인데 발인 전날에는 뒷산에서 고인의 귀신을 봤다는 사람마저 나타납니다.

생전에 사람을 대할 때와 죽고 나서의 태도가 달라지는 건 염량세태에서 흔히 보는 바입니다. 이중적이고 표리부동한 인격의 천박성이 드러나는 건 동네 주민들이 아니라 오히려 그 자녀들입니다. 사실 사고로 죽어 시신이 발견된 이는 어느 노숙자였고 집안 어르신은 뜻하지 않게 고인 취급되어 멀리서 이 소동을 지켜보며 그야말로 인생의 허무를 실감하는 중입니다. 그토록 공을 들여 키운 자녀들이 저처럼 추한 물욕을 드러내며 골육상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느니 차라리 이참에 아주 노숙자 대신 관 속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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