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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폴리오에서 나온 그 주석판 이야기는 아니고, 비슷한 이름을 가진 북스피어에서(이름만 비슷할 뿐 시장지향이나 브랜드컬러, 심지어 그 외적 규모까지 서로 판이하게 다른 회사들이다) 펴낸 "셜록홈즈 미공개 사건집"이라는 책 소개. 나온 지 꽤 되었고 많이 팔린 책이라 읽어본 이가 여기도 많을 줄 안다.

최근에 읽거나 본 책, 영화를 두고 '열불 내면서(ㅋㅋ- but 좋은 의미에서)' 리뷰 쓴 적은 없는데(지난 달에 쓴 영화 리뷰들은 그걸 쓸 당시에 본 것이 아니라, 최소 2년 전에 접했던 작품들을 기억에 의존해 적었다. 지금이나 한 달 전이나 영화 따위를 한가하게 볼 시간도 정력도 없고 누가 좋은 분위기에서 틀어 주기라도 한다면 아마 보다 바로 자 버리지 싶다), 간만에 한번 찬양 모드로 나가 볼까 한다.

 

대중의 이 책에 대한 평가는 그저그런 편이었고 지금 훑어 봐도 마찬가지다. '원작에 훨 못 미친다(그럴 수도 있겠으나, 도일의 원작은 미증유의 금자탑인데 이를 만족의 잣대로 들이대면 그럼 어느 정도의 성취가 그 높은 눈을 감당할까? 뉴비들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폼 잡고 싶을 때 값싸게, 혹은 '깝싸며' 치는 대사)', '트릭이 밋밋하여 재미가 없다(이건 아마 책을 제대로 안 읽고 하는 소리일 수 있다. 혹 반론이 있는 자 앞으로 내가 할 이야기를 읽어 주고 펼쳐 주면 땡스겠다)' 등등이 반응의 고작이고 또 대세이다.

 

나는 지난 여름에 내가 한 일을 알고 있다...가 아니고, 지난 여름에 반디에서 반값 쎄일할 때 이걸 샀다. 우체국택배로 한나절 만에 온 걸(물론 예스도 단권 하루 배송에 이걸 이용함) 설레는 마음으로 열었으나 디자인이 영 별로라 일단 식은 눈에, 하필 수록 첫작품 '일곱 시계의 모험'이 또 기대에 못 미쳐서 더 진행을 하지않고 구석에 놓아 두었더랬다.

 

그 다음 이야기는 할 필요 없겠고, 일단 네번째 작품 '하이게이트 기적의 모험'에 대해 몇 마디 좀 늘어놓고 다음 포스트에서 간단히 총평을 한 다음, 개별 작품 리뷰를 늘어놓아 보겠다.

(이하 스포일러 가득하므로 주의)


   하이게이트 기적의 모험

좋다. 치밀하다. 도일 경의 이름을 조금도 욕되게 하지 않는, 자랑스런 상속자의 한 exploit이라 할 만하다.

다 읽고 난 (한국의) 독자는, '그럼 대체 왜 캡플레이저 씨가 그런 소동을 피웠느냐. 동기가 뭐냐'에 대해 궁금증을 가질 만하다. 작가는 당시 독자들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책에 충분한 설명이 없고, 그래서 만약 이 부분에 대해 다른 배경 지식을 동원해서 충분한 이해를 하지 못한다면 '뭐야 이거? 하며'작품 전체를 폄하하는 쪽으로 성급한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왜 이혼을 해 주지 않았느냐?

-캡플레이저가 말한 대로, 아내에게 '숨겨 놓은 남편'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종 처리가 되면 그가 얻는 이익이 무엇인가?

-협의가 아닌(그 부인 성격상 대체 협의라는 게 가능하겠는가)재판상 이혼의 경우, 배우자에게 분할해 주어야 하는 몫은 상당한데, 충실치 못하고 감정적으로도 큰 앙금을 남긴 아내에게 그런 봉사를 하고 싶지는 않았던 이유일 것.

 

그러나 소설 말미에 캡플레이저는 스스로 '... 아내 명의로 이전하고..'라 하고 있다. 이건 뭔가?

-두 가지로 해석 가능하다. 하나는 종래 아내의 비정상적인 등쌀과 닦달에 못 이겨 마지못해 해 준 것일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영국 신사 특유의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그런 배우자를 골라 세월을 지낸 나에게도 책임은 있으니 그냥 쿨하게 떼어 줄 부분은 떼어 준다'는 판단이었을 수도 있다.

 

다이아몬드를 제외한 상당 재산이 아내에게로 이미 명의이전되었다면 실종 소동을 벌여 그가 얻는 이익이 무엇인가. 재산 분할 회피의 효과는 미미할 것 아닌가.

-명쾌하지 않으나 아마 이혼 절차 과정에서 행해질 재산 조사 결과, 다이아몬드가 차지할 비중이 재산 총액 절반을 훨씬 상회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실종선고를 받는다면, 결국 사망과 같은 법적 효과가 발생하는데, 다이아몬드 역시 상속재산에 포함되어 미망인의 청구목적이 될 것 아닌가? 

-이 부분이 중요한데, 실종선고의 효력은 그를 내린 법원의 관할, 혹은 그 일대에만 미친다. 소설에 보면 동업자 모티머 씨와 영업 장소의 소재지는 전보를 주고 받아야 할 정도로 격지임이 암시되는데, 실종 선고는 설사 내려진다 한들 그 재산과 그를 둘러싼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허, 그런가. 그러나 그건 대륙법계의 법논리이고 홈즈의 고국에선 다르지 않을까?

-바로 이런 게 뭘 모르고 아는척하는 헛소리의 전형이다. 실종선고 등의 민사법 기본요소는 영미와 대륙 어디서건 대원칙적 작동원리에 한해서는 동일하다.

 

그럼 그냥 행방불명 상태로 잠적하면 충분하지 왜 그런 '쑈'를 벌여야 하나?

1) 부인의 집요한 성격상 남편의 소재를 추적하려 들 것이고, 그 시도가 성공하건 못 하건 관계없이 캡플레이저 씨는 생애 내내 다소의 불안을 가져야 할 것이다, 공권력을 증인으로 한 '백주의 공인 실종'은 부인과 세부사항을 다투지 않고 일거에 관계를 종결할 효과적인 수단이었음이 분명하다.

2) 만약 실종선고를 받아야 할 경우, 교통-선박 사고, 벽지 여행 등 외견상 명백한 계기가 없으면 선고를 받는 절차가 지난하다. 게다가 재산까지 소지한 상태에서의 실종은 아내 유기로 간주되어 자칫 형사범이 되거나 아내에 이혼 소인(訴因)을 제공할 우려마저 있다.

 

홈즈는 초반 캡플레이저 부인에게서 심한 모욕을 당한다. 이런 장치의 필연적 이유가 있을까.

-그 정도로 지능적이고 고약한 성품의 아내라야 남편이 이런 요란하고 번거로운 연극을 마련하는 걸 합리화할 수 있을 것이다. 홈즈에 열등감을 느껴 온 독자들에게 단지 카타르시스 하나를 선사하고자 하는 단순한 의도는 아니었다. 그러기엔 주인공의 체면 손상, 매력 감소로 이어질 평가 위험이 너무 크다.

 

'캡플레이저 부인'이란 호칭을 그토록 고집했던 이유는 그럼..

-바로 남편의 법적 지위와 재산에 대한 집요한 욕구 때문이었다. 모티머 씨에게서 온 전보를 남편의 양해도 없이, 굳이 '나의 당연한 법적 권한'이라 당당히 밝혀 가며 개봉하는 태도도 그의 연장이다. 만약 법적 실종선고로 이어지지 않고 계속 미제사건 상태가 지속된다면, 부인은 계속 그 흉칙한 캡플레이저라는 이름을 달고 여생을 보내야 하는데(이미 남편조차도 버렸을 성씨), 이건 남편의 통쾌한 마지막 복수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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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슴

    흠... 확실히 조르주아저씨는 평론가적이셔... ㅇㅅㅇ;; 추천 코아앙!

    2010.12.26 22:56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조르주

      ㅋㅋㅋ

      2010.12.30 22:10
  • 아니.. 이런 재미난 책 소개라니요..저도 빨랑 소장해서 도일 경 스타일과 비교를 한번 해봐야겠네요.
    오!! 이런 식의 스포일러라면 아무리 가득해도 대환영입니다. 책 읽으면서 궁금할 만한거는 죄다 언급해주셔도 되시지여. 캡플레이저 부인이라..ㅎㅎ 잼있겠어요.

    2010.12.29 21:56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조르주

      음 팜님이 원하신다면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답해 드리겠습니다.^^

      2010.12.30 22:11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