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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니스의 책은 좀 그렇다. 전에 읽을 땐 몰랐는데, 과학을 토픽으로 한 책이 이처럼 주제에 주관을 강하게 채색한다는 건 성인에게라면 몰라도 어린 층에 읽히기에는 많이 망설여질 것 같다.

장점은 있다. 이 책을 처음 접한 이라면 제목에 걸맞지 않게 웬 패러데이(마이클  패러디), 더 이전의 라부아지에 등등이 등장하는지 의아해할 수 있다. 그런 때면 독자는 책의 표지를 다시 들춰보게 되는데, 그제서야 다시 눈 크게 뜨고 확인하는 바는 '엠씨스퀘어의 전기'라는 점이다. 그럴 수도 있겠다. 위인의 전기라면 반드시 조상 몇 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는 없다고 해도(그런 경우도 있을 것), 이 공식, 원리의 탄생이라면 (이 책에도 나와있듯) 원칙적으로 뉴턴의 행적까지 등장시켜서 안 된다는 법도 없다. 인류 역사의 대단 극적인 시기에 등장, 이후 종의 생존 조건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은 이 마법의 주문의 '전기'를 쓰는 데에 있어, 차라리 내용의 명확한 이해라는 공리적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다소 소급해 올라가는 내력의 프레젠테이션은 필수 조건일 수도 있다. 어색한 건 느닷 호출되는 과거지사가 아닌, 아인슈타인 이후의 여러 스타들과 그들의 행적 서술이다. 아닐 것 같아도, 오늘을 사는 여러 진리와 법칙들, 가설들 중 그 정도의 상당수를  모두 엠씨스퀘어의 후생(後生)이나 후손으로 본다면, 이는 이 불멸의 공식에 대한 과한 트리뷰트일 수 있다. 결국 거슬러올라가면(앞에서 내가 말했듯) 일체의 물리학 명제나 산식은 뉴튼의 자식 아니겠는가? 그의 적손이건 발칙한 안티테제이건 말이다.

어찌 되었건 독자는 여러 풍부한 배경 지식과 가외의 과학 학습을 하게 된다는 점에선 좋다. 이 정도의 분량에 이만한 지식이 이 정도의 요령으로 독자에게 다가오게 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

어느 공식의 전기라는 아티클이, 그 본체인 공식 자체의 내용을 전달하는 데에는 그닥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대신 주변의 일화나 가십격의 팩트만 독자에게 더 선명히 남게 한다고 해도, 그 책이 실패작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이 책의 경우가 주제가 무려 엠씨스퀘어 아닌가? 본래 이 내용은 이런 포맷의 책 한 권 딸랑 읽는다고 해서 머리에 그리 쉬 자리잡히는 내용이 아니다. 개략의 윤곽만 파악하고, 책을 읽는 동안 부대로 얻어지는 여러 가지 지식만 잘 정리하게 도와줘도 그 책은 제법 괜찮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다소 놀라운 것이, 정말로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바로 그 본체 공식의 탄생과 의의를 서술한 섹션에서, 독자의 이해를 큰 폭으로 증진하는 쉽고도 간이한 서술을 실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앞서 이루어진 다소 지루하다 싶을 정도의 서론격 前史가 제 기능 제 값을 해 줘서일까? 그렇다면 진정 이 책은 저자의 파격 구성이 본래의 의도를 성취한 드문 케이스가 되는 셈이기도 할 텐데... 물론 읽는 독자의 수준과 태도에 따라 그 결과는 천차만별이겠으나, 나 개인적으로는 그 기획 의도와 구성의 덕인지, 정말 해당 부분의 서술이 탁월했던 이유에서였는지 어느 편을 손들기에는 많이 망설여진다. 뭐가 되었건 이 부분 분명 저자의 빼어난 능력의 증명이며, 이처럼 이 책의 특장 역시 분명히 인식하고 인정한다는 점 먼저 밝혀 둔다.

이 책의 단점이라면, 그 인물 평가의 무책임성에 있고, 다음으로는 과연 (역사적)팩트의 전달에 있어 정확한 사실을 왜곡 없이 전달하고 있는지가 심히 의심스럽다는 점인데, 이 사항들은 논의하자면 제법 길어지므로 다음 포스트에 적든지 하겠다.

일단 딱 하나만 지적하기로 한다. 번역은 무난한 편이어서 잘 읽히고, 역자는 지저분하게 아무데서나 끼어들지 않고 딱 적절한 경우에만 주를 다는 쎈스를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예를 들어 46페이지, 이 부분 오기는 주의를 끌기 위한 의도라고 적고 있지만, 이 시기는 대체 영어에서 표준 맞춤법이라는 게 존재를 하지 않던 시기였다. '놀라운 것은 이미 단테와 보카치오의 시대에 이탈리아인들은 오늘날 그들의 후손이 쓰고 있는 근대적 언어와 거의 일치하는 언어를 구사했다는 사실'이라고 어느 영국인이 토로한 바 있지만, 저 시절만 해도 나라가 스페인에 내일 통째 넘어간다 해도 이상할 게 없을 만큼 경제적 기반이나 국민의식이나 진흙 위의 건조물처럼 아무 기반이 잡혀 있지 않던 미개의 시대였다. 지키고 싶어도 지킬 맞춤법이 없던 시절의 산물일 뿐이고, 이상한 활자상의 슬랩스틱을 구사할 어떤 이유도 없었다는 게 진짜 이유. 가만 계셨으면 차라리 나을 뻔한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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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조르주

    저자의 빼어난 스토리텔링 능력은 4-2 p183의 노르웨이 파르티잔의 중수 수송 교란 작전을 서술한 섹션에서 아주 잘 드러난다. 과학토픽에 염증을 내는 대책 없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이 부분만 읽고 치워도 본전은 건진다 할 만큼 재미있다. 이 주제를 다룬 영화가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할 텐데, '텔레마크 요새의 영웅들'이라는 1960년대작, 리처드 해리스, 커크 더글라스가 나오는 그럭저럭 봐 줄 만한 헐리웃물이 있으며, 이곳 예스에서도 팔고 있다. 다음 달에 리뷰를 적겠음.

    2012.05.26 14:49 댓글쓰기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