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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잊지 못할 90년대 문화

거짓말을 상습적으로 하는 자의 또다른 특성은, 기왕 썩고 저주 받은 영혼, 어디 어느 정도까지 부패하고 타락하는지 그 극한을 시도하는, 제 스스로를 마루타로 삼는 자해공갈을 서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자의 인생 미션은 정직하게 노력하고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모든 우월자들을 제 막장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수단으로 스스로 착각하여 간주하는 게 너무나도 어이없다. 그것은 바로... (이건 입에 올리기조차 너무 참혹하여 어찌 간접적으로라도 거론할 수 없다. 내 능력으로는 힘들다. 말하는[혹은 글로 쓰는] 즉시 오관이 썩어버릴 것만 같은....)


저능과 장애로 태어난 무식쟁이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대단한 재기와 천재성을 숙명처럼 안고 사는 학자 역시, 생의 단 한 순간이라도 거짓말 같은 것을 할까? 나는 처음에 그 해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에 관한 뉴스를 듣고, '그 사람 참 영리하다' 정도로 생각하고 말았지, '올것이 왔다'거나, 사필귀정이라거나, 뭐 이런 종류의 포지티브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잔 내쉬가 상을 받은 건 업적의 정립 후 무려 사십 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후였고, 그것도 빛 많이 바랜 공동수상의 형식이었다. 그런데 과연 이런 사람이 이룬 영리한 애플리케이셔널-퓨전 트라이얼 정도가 거의 for asking의 모드로 즉각 상을 안겨야 할 업적씩이나 되는 걸까? 본래 타 분야에서 익히 검증을 거친 어프로치라면 새삼 뭘 성찰하고 말고가 없을 테고, 대신 그 창의성이라든가 진취적 속성은 그에 반비례하여 줄어들 수밖에 없을 텐데, 너무 손쉬운 '밥숟갈'에다가 과한 대관식을 베풀었다는 생각이었다. 하긴 수십 년째 동일 고정 트랙만 반복하는 기성 경제학자라는 '공무원'들이 더 문제일 수도 있지만.


나는 어쨌건 멀쩡히 기존 언어적 관행으로 정립된 이성과 직관이라는 term을 팽개치고, 패스트니 슬로우니 하는 유아적 술어를 보란 듯 간판에 거는 이 자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건 고급 독자를 무시하는 심리의 일단일 수 있고, 동시에 짙고도 서슬 푸른 상업적 의도가 드러나는 부분일 수 있다.


그런데....

1) 나는 얼마 전에 이야기한 대로, 이 책의 한국어 버전인 김영사에서 낸 번역판의 디자인이 참 기가 막히다고 생각했다. 만약 이 카너만이라는 자가 경제학상 로리트가 아니고, 단지 문외한의 아시모프적 도전작 정도였으면 기꺼이 그 책을 서점에서 계산하고 나왔을 만큼이었다. 이런 어리석은 심리는 본래 책의 ㅊ 자도 모르는 속물이나 공유하는 부류인데, 나 같이 책을 분자 단위로 쪼개서 섭취하는 축이 보이는 모습으로는 사실 대단 어색하지만, 그래도 사실은 사실이다. 다만 이성의 자제 명령이 더 강한 강도로 작동하는 바람에 (아는 대로) 그 '상품'을 사지는 않았다.

2) 선배한테 선물 받은 외서를 얼마 전에 읽었다. 사실 재능 있고 머리 똘똘한 저자는 벌써 첫 문장에서부터 독자의 주의를 잡아채는 바 뚜렷한데, 쓰는 어휘의 다양성과 선명성이 이미 장난 아니었고, 반면 본지를 전개하는 단락에서 생경한 개념화를 시도하는 부분에서는, 남의 용어를 빌리지 않고 강한 자신감과 오랜 세월 구축해 온 자신만의 논리체계로 언제나(해당 저자의 책 한 권 읽고 '언제나'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느냐고 할 수 있지만, 나 같은 사람 눈에는 그게 다 보인다) 토픽을 밀어붙이는 독창성이 느껴졌다. 이런 점은 심한 왜곡(무지 때문이건 상업적 의도 탓이건)과 오역이 난무하게 마련인 한국어판에서는 캐치 못 하는 부분이다.

결론- 분명 천재 비슷한 사람인 건 맞다. 최소한 요런 재사적 재롱을 구경하는 맛에라도 이 원서는 시간 내어 읽을 가치가 있으며, 지금 서문부터 꼼꼼히 독해하는 중이다. 경제학 서적이 아니라도 상관 없다. 분명 말하지만 나는 이 책을 경제학 카테고리에서 제외한 후(대중서 따위를 전공서적 범주에 넣지는 않으며, 내 전공 분야는 아니나 '평행우주'니 '멀티유니버스'니 하는 것들도 마찬가지다), 차라리 '프로이트적 대화'를 저자와 시도하는 중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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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조르주

    뭐 하나라도 남는 게 있으면 그 책은 좋은 책이다. 천재의 책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음

    2012.08.12 17:07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조르주

    90년대 문화 추억하고 이 포스트가 무슨 상관이냐고? 잠시 언급한, 잔 내쉬가 1994년에 노벨상 받은 거 나한테는 정말로 잊지 못할 추억적 이벤트다. 왜, 뜳니?
    (....천원이 어디여 천원이)

    2012.08.12 17:15 댓글쓰기
  • newbut

    한글판 내용을 잠시 봤는데 말이죠. 베르누이의 오류를 언급한 파트가 있었어요. 근데, 정말 막 이 책에 대한 반감이 솓아오르더군요. 현재의 자산수준을 기준으로한 위험회피냐 위험수용자냐에 대한 예를 언급하는데, 제 생각에는 아무래도 카너만의 비유가 부적절하지 않는가하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어요.

    2014.02.01 17:56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조르주

      원서를 읽고 와서 한 마디 하든지 하죠. 한국어판은 누구 솜씨라고 해도 어차피 몇 수는 접어주고 읽는 게 습관이라.

      2014.02.01 18:04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