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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판 기준) 171페이지를 본다.

객관적 귀속이론은... 인과관계가 확정된 결과를 행위자에게 그의 작품으로 귀속시키기 위한 이론이다.

사실 이 문장은 순수 국어적으로 볼 때 문제가 많다.

1) '인과관계가 확정된 결과'가 무슨 말일까? 아는 사람들끼리는 이 어구는 모호성을 조금도 유발하지 않는다(분명히 일의적이며, 그 뜻은 이 포스트 말미에 내가 설명하겠다). 그러나 법대생이라고 해도 초학년이라면, 그리고 그가 아무리 명민한 두뇌와 폭 넓은 독서량을 축적한 인재라고 해도, 바로 그 뜻이 와 닿지는 않을 것이다. 심지어, 세련되고 명징한 문장만을 접해 온 고급의 혀를 지닌 네이티브 코리언이라면, 뒷목줄기 깊숙한 곳에서 거부감마저 느낄 수 있다.

그 이유는, 피수식어인 '결과'가 이미 수식어구 '인과관계'의 중추를 이루는 개념어이기 때문이다. 인과관계라는 말이 이미 '원인+결과'를 의미하는데, 그렇다면 분석적으로 도해할 때 (A+B)->B의 꼴이 된다. 일반적으로, 수식어는 피수식어와 절연될수록 바람직하므로(우리는 그래서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다'같은 표현은 비문이라고 여기는 게 보통이다. '발생'과 '일어나다'가 동어 반복에 가깝기 때문이다. 동어반복은 수사법상 반드시 필요할 경우도 있으나, 최소한 수식어구와 피수식어구로 이루어진 구조에는 끼어들지 않는 편이 좋다는 의미에서)

이 말은 낭만적인 국어규범문법론을 떠나, 법학 기술적인 의미에서도, 그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뭔지 분명하지 않다는 점에서 좋지 않다(선지식이 없다면 타 분야의 법학자, 실무가에게조차 명확히 와 닿지 않는 경우 흔히 봤다). 내가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바는,


인과관계가 확정된 결과를...


인과관계 확정 작업이 이미 끝난 단계에서, 만약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확정되었다면, 그 경우 당해 인과관계 속에서의 결과를 .....


이 정도로 풀어 써야 한다. 법학 개념이란 게으르고 멍청한 장애인이 쉽게 이해하라고 존재하는 게 아니므로, 바람직하다 아니다의 척도는 무지렁이를 기준으로 정해지는 건 아니다. 개념을 그 업으로 다루는 사람들이 혼동을 일으키지 않고, 교양 있는 지식인이 해당 전공을 거치지 않아도 제1의를 이해(깊이 있는 통찰까지는 아니라도)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제 자신의 위상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줄 모르는 무지렁이가 "나 싫어!'라고 큰 소리로 칭얼거린다고 멀쩡한 지적 작업이 바로 악으로 화하는 것도 아니다.

책의 이 서술은 압축과 경제의 묘를 살린 게 아니라, A는 A이다 식의, 무익한 토톨로지에 지나지 않는다. 내 느낌으로는 그보다도 못한, 'A는 3/4A 이다'같은, 동어반복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주개념의 일부 멸각 같은 인상마저 준다. 두루뭉술한 정의가 온전한 작업이 못 되는 반면(예: 말은 동물이다[논리적으로는 타당하나 아무 효용을 주지 못함]), 술부의 서술이 오히려 주부보다 축소된 경우는 이미 반논리에 가깝다(예: 동물은 말이다[전체가 부분에 포함될 수는 없음]).

(물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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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조르주

    객관적 귀속 이론을 국내에 최초 소개한 분 역시 이 저자로 알고 있는데(아닐 수 있음. 틀리면 지적 바람), 이 도구는 주로 과실범의 구성요건 확정에 널리 쓰이나, 고의범 중에서도 명예훼손죄를 취급할 때 요긴하게 원용될 수 있다.

    2012.08.14 00:27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조르주

    '이 포스트 말미에 내가 설명하겠다'고 했는데, 걍 끝내부렀네? 다시 수정하기는 귀찮으니 내일 포스트에 이어감

    2012.08.14 00:42 댓글쓰기

PRIDE2